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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Mar 18. 2019

생미사를 봉헌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순항 중인 CS AZALEA호



  집을 떠난 승선 생활 중이던 이번 항차, 집에 있는 아내와 주고받은 소식을 기록으로 남겨, 우리가 변치 않는 가족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싶은 마음에 앞으로 몇 번에 걸쳐 여기에 사연을 올리기로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기도 받을 준비를 했지요.   2010.12.08


 눈을 뜨니 새벽 3시 반이더군요. 너무 이른 시간이지만 우리나라 시간으로 따진다면 새벽 4시 반이므로 당신이 내 생일 축하로 준비해 준 행사가 있을 시간을 얼마 안 남겨둔 셈이라 그냥 깨어 있기로 했습니다.


 사실 다시 잠이라도 청했다가는 서울 우리 동네 성당의 새벽 첫 미사 시간을 재차 잠들어 넘겨버릴 것 같은 우려에 그냥 일어나 버티기로 한 거지요. 


 하루에 50단을 채우기로 스스로 약정한 묵주 기도를 기억해 내며 그냥 묵주부터 집어 들었습니다.


여기 시간 5시(서울 시간 6시)에 아직도 어둠이 내려앉아 있는 브리지로 올라가서 윙 데크 돌기를 시작하면서 묵주기도를 계속하였습니다. 


 지금 쯤 우리 성당에서는 당신이 봉헌해 주신 생미사에서 신부님이 나와 둘째의 본명을 불러 축복을 청함도 시작되어 새벽의 신선한 공기 속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걸 내 마음과 몸속에 느껴 받으려고 온 정신을 가다듬었습니다.


 미사 참여를 하고 있는 당신과 큰 아이의 아멘! 하는 소리를 그 안에서 들어 보려는 마음에서 두리번거리기도 했지만, 여기는 출렁이는 뱃전을 치는 파도 소리만이 들려오는 필리핀의 내해랍니다. 그 파도 소리를 여러 사람들이 크게 외치는 아멘! 이란 우리의 믿음을 강조하는 성원의 소리로 들을 작정을 하니 또 그렇게도 들려지네요.

 한결 가쁜 해진 몸과 마음이 되어 우리 성당의 미사 시간을 기쁘게 맞이하고 보냈습니다.


  이윽고 아침 일과 시간이 다가온 후, 나는 아침 식사를 하였지만 3 항사인 둘째는 아침을 거른 채 당직을 선다고 브리지로 향하더군요.


 어차피 오늘의 그 애 당직 시간은 내가 계속 브리지에 머물러 선위를 지켜보며 통항해야 하는 좁은 수로가 많은 곳이기에 나도 곧 둘째를 따라 브리지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통신실에 들려 이멜을 열었을 때 당신이 바쁘게 써서 보낸 편지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고 이어서 멀리 미국에 있는 친구 HSS군의 내 생일을 축하한다는 이멜 역시 들어 있더군요.


 이렇게 축하해주는 사람들 속에 맞이 한 생일이니 마음으로 나마 푸짐한 감사의 염을 가지며 대단히 고맙다는 인사를 되돌려 드리지 않을 수가 없네요.


 자! 집에서는 이제 내가 빠져나간 자리도 잘 메꾸어 나가며 또 그런 속에서도 즐거움을 찾으며 안정된 생활에 들어섰으리란 걸 믿으며 어쨌건 그런 모든 일의 중심에서 씩씩하게 잘해 나가는 당신한테 <사랑합니다.>라고 외치고 손뼉 쳐서 응원을 보내 드립니다.


 우리 배의 예정은, 11일 아침 녁에 도착하면서, 9시에 도선사가 타고, 부두에는 10시 반 정도에 접안하게 되고, 오후 1시쯤부터 작업에 임하는 거로 연락이 오네요. 아직까지 차 항차에 대한 예정이 나오질 않아서 궁금하긴 하지만 그런대로 마땅하고 좋은 곳으로 가게 될 것이라 믿는 답니다.  여러 사람들이 축복해 준 덕이 찾아들 테니까요.


오늘은 우선 여기까지 하고 또 짬을 내어 입항하기 전에 소식 보내도록 해야겠지요.

언제나 건강하시고, 어머니에게 푸짐한 안부의 인사 부탁드립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H.T가 CS.AZALEA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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