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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Mar 17. 2019

더반에서 하선하다.

더반에서 하선하여 귀국 길에 오를 때까지

나를 싣고 인천 공항을 향해 떠날 준비에 여념이 없는 Cathay Pacific 항공의 보잉 747기의 모습.


 하루 밤을 꼬박 새우며 찾아온 홍콩 공항에서.




 마음먹었던 대로 기한을 다 채우지 못하고 귀국 길에 오르게 된 심정은 떨떠름하니 앙금을 남기고 있지만 그래도 하선이 이루어지게 된 상황은 우선 반갑다.


 지나간 3개월 동안의 기간은 40여 년의 나의 승선 이력 중에서도 특별한 경험을 하면서 많은 갈등이 골을 파이게 해 주었던 시간이기도 하다. 


 갈등을 이겨내지 못하여 중간에 마무리도 제대로 못하고 떠나게 된 것 같은 그 점이 내 승선 이력에 어떤 흠집이라도 낸 듯싶어 아무래도 마음 한 구석에 씁쓸한 앙금이 께름하니 남았지만, 하선하여 귀국한다는 일이 이렇게 나 기쁠 수 없었던 것 역시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다.


 미국의 GALVESTON에 도착하면 싣고 있는 UREA를 양륙 시킬 예정이었지만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모자라는 연료유를 중간에 보충하여야 하는데 그를 위해 사우스 아프리카의 더반항에 기항하기로 결정된 용선주의 예정을 이용하여, 회사는 그 기간에 하선시켜 주기로 결정하여 수속을 진행시키고 있었다.


 더반 항은 권투선수 홍수환이 남아공의 아널드 선수와 대전하며 4전 5기의 신화 같은 승리로 챔피언 벨트를 거머쥐게 하였던 바로 그 항구이기도 하다.


 더반 외항 도착 하루 전에 그동안 선체 외판 위에 둘러치고 있던 철조망 바리케이드를 모두 걷어 들였고, 이제 접근을 시작한 더반 항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이 되면서 최종 입항을 위한 모든 준비를 끝냈다. 


 날씨는 아침나절까지는 어제와 같이 환한 맑음과 조용함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는데, 정오가 지나 입항할 시간이 다가올 무렵부터 갑자기 센바람이 일어나며 물결을 덩달아 춤을 추게 하니. 혹시 이로 인해 도선사의 승선이 지연되면서 접안 스케줄에 지장이 생길까 봐 은근한 안달이 신경을 까칠하니 만든다.


 걱정스레 연락사항을 항만당국과 주고받는 가운데 그들은 헬리콥터로 도선사가 승선한다는 정보를 알려주어 한결 수월해진 마음으로 대비하게 만들어 준다. 이윽고 나타난 헬기는 본선의 3번 창 위의 헬기 착륙장이 아닌 1번 창 좌현 갑판 위 허공에서 윈치 라인으로 도선사를 내려주었다.


 이미 선체 주위의 바다는 높아진 파고로 인해 작은 도선선의 접근으론 안전한 도선사의 승선은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주고 있었기에, 이렇게 빠르고 정확하게 갑판 위에 도선사를 내려준 헬기의 윈치 라인 작동은 짐작하지도 못한 상황이라 미처 사진 찍을 겨를마저 갖지 못하고 끝내주었다.


 항구 내로 들어가는 항로가 마치 호주의 뉴캐슬 항을 입항할 때 느끼던 상황과 매우 비슷한 느낌을 갖게 만드는 풍광을 가진 모습인데 항로의 폭도 뉴캐슬항 보다는 좀 더 넓다.


  90도 이상의 턴을 이루며 항로에 접어들어 안정을 찾아갈 무렵이 되니 더반항을 처음 찾았던 때 경험이 아련히 떠 오른다. 


 그 당시에는 입항 작업이 끝나고 수속도 마무리되어 갈 무렵, 배로 찾아온 장사꾼이 우리 배가 더반에 입항하던 모습을 찍은 사진을 갖고 와서 사라고 하였었다. 여러 사람이 그 사진을 샀던 기억이 나며 그때 그 사진이 찍힌 앵글을 생각해보니 지금 좌현 선수에 보이는 산 허리 어디쯤 에서 근접 촬영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찾았을 때는 백인의 도선사였지만, 지금은 곱슬머리의 흑인 도선사로서 능숙하게 조선에 임하고 있다. 그에게 이끌리는 배도 여유롭게 부두를 찾아가고 있다.


 틈틈이 사진을 찍어대는 나를 보며 약간의 의아함을 갖게 된 듯이 말을 걸어오는 도선사에게 내일 여기 더반에서 하선하여 집에 간다고 하니 아! 그러 시냐며 기쁘겠다는 응답을 해준다. 


 그에게 지난해 서울의 남산에 올라갔다가 <G20 정상 캐리커처 특별전>에서 몇 장 가져왔던 G-20 정상들의 캐리커처가 그려진 엽서를 보여주니 자신들의 지도자가 그려진 엽서를 빼 들더니 자기가 가져도 되겠는가 물어 온다. 실은 그러려고 작정하고 한 일인데 아니오라고 말할 필요는 없는 것, 흔쾌히 가져가라며 내주었다. 


 호주의 뉴캐슬항에 입항할 때의 느낌과 비슷한 풍광을 가진 더반항 출입항 수로이다. 들어서고 보니 뉴캐슬보다도 환하고 넓은 해역을 가진 모습이라 더욱 편한 마음을 주고 있다. 


   그렇게 조용해진 파도의 움직임 속에서 한결 편한 마음으로 멀리 왼쪽 끝에 보이는 흰 돔형 지붕을 한 건물에 눈길이 간다. 축구장으로 우리나라가 지난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르는 일을 해낸 바로 그 축구장임을 한눈에 알아본 것이다.

 바깥 외해는 바람이 세게 불고 있어 제법 큰 파도도 일어나고 있지만, 내항은 이렇듯이 잔잔한 해면이 편히 쉬라고 환영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 참 편하고 좋다. 

우리 배가 접안하려는 부두의 다른 쪽 코너에 접안하고 있는 배. 대대적인 수리를 하고 있었다.

부두에 점점 가까이 접근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에서는 세대의 터그보트가 열심히 밀어서 좌현이 부두에 안전하게 접안되도록 힘을 쏟고 있다.

부두에 접안이 끝나갈 무렵의 모습

 접안이 끝나고 날이 저물어 가며 점등이 시작된 선미족의 부두와 배들의 모습

  하선을 위하여 배를 떠나기 직전에 찍은 선미 좌현 부분이 부두와 접안하고 있는 모습.

 하룻밤을 자고 난 호텔 앞에서 비행장으로 떠나가기 직전에 찍은 새벽의 모습

 여명의 햇살이 터오기 시작하는 모습.

  더반에서 요하네스버그까지 옮겨다 준 비행기의 창에서 내다본 더반 공항의 일부.

 아침에 홍콩에 도착하며 

 인천을 향해 솟구쳐 오른 후 내려다 보이던 홍콩 공항

 멀리 사진 위쪽에 새만금의 둑이 가느다란 실 같은 모양으로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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