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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Mar 20. 2019

소식 많이 기다리고 계셨습니까

기다리고 계시지만 말고 먼저 쓰셔도...

선창 청소를 위해 작업을 준비 중이던 육상 인부들의 모습


 소식 많이 기다리고 계셨습니까?       2010.12.30


기다리고 계시지만 말고 먼저 좀 쓰셔도 되었을 텐데... 


참 지난번 당신이 받은 건강 검진의 결과가 어찌 나왔습니까?

그 결과가 나쁘지 않다는 것은 믿고 있기에 크게 걱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알아는 놔야 될 것 같아서 물었습니다. 


추운 겨울철입니다. 외출하여 어디를 다녀도 결코 떨지 않도록 잘 보온을 한 차림새로 움직이도록 하세요.

그리고 집에 와서는 따뜻한 난로가 마음까지 포근하게 해주는 멋진 한 장의 그림 같은 생활로 활기를 불어넣어 보세요. 

이 추운 겨울이지만 오히려 따스한 온기가 감도는 즐거운 계절이 되어 줄 겁니다.


 어제 아침에 말락카 해협을 다 빠져나와 이제는 인도양으로 들어서서 열심히 서쪽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내년 1월 8일 정도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가져간 짐을 다 잘 부리고 나서 우리들 봉급 날이 지나갈 무렵이면 아마도 어디로 가야 할지 결정이 나겠지요.

어디를 가나 항상 하느님의 가호가 함께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응원 해주세요.


 이제 새로이 다가오는 2011년에는 지금 보다도 더 밝고 즐겁고 모든 게 우리의 뜻대로 이루어질 것이란 믿음을 더욱 굳히며 맞이 할 참입니다. 

당신도 같이 동참해 주세요.


어제는 둘째를 통하여 선원들에게 승선수당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선장에 따라서는 자신이 직접 선원들에게 서명을 받으며 나누어 주는 방법을 택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3 항사를 거쳐서 지급하는 방식을 이용하니 그리 된 것이지요.


 일한 대가를 받는 선원들 입장은 아주 즐거운 일이니 나누어 주는 둘째도 덩달아 신나는 마음으로 그 일을 해내고 난 후 계산이 틀림없이 딱 들어맞게 끝난 것이 흐뭇한 모양입디다.


 왜냐하면 배분하는 일만이 아니라 그동안 선내에서 판매한 담배, 술 등의 물건 값이나 위성 전화를 사용한 것 등 선원들이 본선에 지불해야 하는 돈도 계산해서 빼준 후 내줘야 하는 일이 더 추가되어 있기 때문이었죠. 그렇게 잘들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편지가 2010년을 마지막으로 마무리하는 소식이네요. 

우리 가족 모두 다 건강하게 자신들이 하는 일에서 항상 즐거움과 보람을 창출해내는 새로운 토끼 해를 맞이하도록 합시다.

어머니에게 안부 전달 부탁드립니다. 


당신의 H.T가 씨에스 아젤리아 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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