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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Mar 25. 2019

그 날이 어느새 42년째가 되었네요

숫자 2의 행진이 시공을 통틀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던 날

 어느덧 우리들의 날이 마흔두 번째로 찾아왔네요.         2011.02. 22


  1969년 2월 22일 오후 2시, 서울 종로 2가 낙원상가 2층, 낙원 예식장이었습니다.

 지난 며칠간 내렸다 쉬었다를 계속 반복하며 쌓였던 눈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결혼 날짜를 받아 놓고 있던 여러 명의 선남선녀들이 만남의 행사를 방해받게 되어, 약속했던 시간과 어긋나게 된 사연이 신문지상의 애틋한 가십 기사로 오르내리기도 했건만, 용케도 우리 두 사람은 그런 어려움을 잘 풀어내며 새로운 인생 항로를 같이 헤쳐 나가기로 약속한대로 나란히 한 곳에 모인 결혼식의 주인공으로 함께 하였었죠, 


 그 날.

서울 외곽의 산등성이 모두가 하얗게 덮어 씌운 순백의 눈 쌓임으로 인해 그 흰빛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었을 때, 배경이 되어주었던 순청의 하늘마저 그렇게 푸르른 것인 줄을, 며칠 만에 나타나 준 환하게 빛나는 태양을 처음 보는 것처럼 느끼면서, 알아보게 된 경험도 있었지요.


 세상사 모든 일이 우리 둘을 위해 준비된 것으로 굳게 믿으며 맞이했던 첫날을 지난 후, 아침 일찍 남산 정상에 올라가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는 일로 우리 둘의 결혼 생활은 시작되었지요.


  2월의 싸늘한 대기였지만 꿈 많은 할 일을 품은 우리들의 열기에 눌린 추위는 그냥 저만큼 물러나 주어서 서울 장안 모두가 마냥 따뜻한 추억으로 남아 주었습니다.


그렇구려 우리들의 항해가 어느새 마흔두 번째의 해가 되는 수레바퀴를 돌려왔고, 앞으로 남아 있는 날들도 더해가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우리 둘만의 포근하지만 단단한 사랑의 역사를 계속 두툼하게 만들게 되겠지요.


여보 사랑해요. 


당신을 만났던 순간부터 사랑했고요.

남은 날도 변치 않고 이어갈 결심이죠

어쩌다 옆에 있지 못하는 날일지라도


내 정성 마음에 살포시 실어 내어서 

당신을 감싸고 보태려는 반쪽의 지위

언제까지나 계속 지켜 나갈 겁니다.


이번 남아공의 더반에 입항하려는 3월 2일을 전후하여, 우리를 교대해 줄 선장과 3 항사가 우리 배를 찾아와 전 선장 부자가 함께 교대하게 되는 일이 진행될 겁니다. 

그때가 될 무렵쯤이면 그간 휴면 상태로 해주었던 내 휴대폰 살려 놔 주세요. 행복한 마음으로 집을 찾아가 모두가 함께하는 즐거운 날을 만들기를 고대합니다.


우리들의 날 2월 22일을 맞이하며, 하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이야 많지만서도 그저, -사랑해요- 

이 한마디로 축하받고 축하하렵니다. 그 말 한 마디면 필요와 충분 모두를 충족시키고도 남으니까요.


 여보, 우리 가족 모두에게 안부를 부탁하면서 다시 한번 더 소리칩니다. 사 랑 해 요~ 


씨에스 아젤리아에서 암브로시오가 사랑하는 아내 율리안나를 향해 보내는 소식이었습니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아니 대한민국에 우리 둘의 결혼 소식을 알리는 종을 치고 싶다는 엉뚱한 바람(?)을 가져보며 찾았던 보신각 종루 앞이다. 당시에는 일층 누각으로 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이층 누각으로 보수되어 있다.

이 사진을 찍으려고 구도를 잡고 자동 셔터에 쫓기듯 바빠했던 일들이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뇌리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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