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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Mar 26. 2019

하선 마무리는 잘하고 계신지요?

저 아래 길 오른쪽에 실비 막국수라는 입간판을 단 예전의 단골집이 보이는군요

 집으로 돌아오는 일의 마무리는 잘하고 계시겠지요?

요번 항차는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지요. 

조바심을 접으며 오실 때까지 당신도 둘째도 끝까지 몸조심하시기를 바라 봅니다.


 오늘 출근했다가 이종 사촌 CJ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만나서 춘천에 전철 타고 다녀오자고 하기에 별 다른 약속도 없었던 터라 상봉동에서 전철을 타고 춘천을 향해 무작정 떠났었답니다.


 전철은 급행과 완행이 있는데 급행은 한 시간 완행은 한 시간 사십 분이 걸린다고 하더군요. 20분에 한 대씩 출발하고요.


 타고 보니 젊은이 반에 노인이 반으로 그야말로 공짜 손님이 반이나 되더군요. 우리는 앉아 갔지만 서서 가는 손님도 반이상이나 되더군요. 


 남춘천 다음이 종착역인 춘천역이지요. 역에 내려 늦은 점심을 <2시 30분 정도> 먹기 위해 걸어서 막국수 실비집을 찾아갔습니다.


 예전에는 미군부대의 영내로 가로막혀 있던 곳을 가로지르는 큰 대로로 뚫린 길을 따라 한 15분 정도 걸어가니 역시 예전에 당신과 와봤던 언덕길 옆에 있던 실비집이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있더군요. 물론 그때의 주인이던 노인네들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지만 음식 맛은 별로 변하지 않아 애써 찾아온 보람은 있었습니다.


 빈대떡 한 장에 막국수를 먹으면서 지금의 주인을 통해 옛 주인들의 이야기도 오손도손 나누며 지나치는 인연의 살가운 정을 느껴보기도 했습니다.


 식사 후 춘천 명동까지 내리막길을 따라가며 중앙시장까지 구경한 후 다시 전철을 타려 역을 찾아갈 때 일부러 또 춘천역으로 갔습니다. 남춘천역도 있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특성상 남춘천역으로 가서는 앉은 채로 여행하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지요.


 춘천으로 갈 때는 완행 전철을 탔고 돌아올 때는 급행을 탔는데 집에 돌아오니 5시가 조금 넘었더군요


얼마나 사람이 많은지 갈 때보다 더 많은 사람으로 그야말로 꽉 차서 오는데 그래도 우리는 준비한 마음과 행동 덕에 자리에 앉아 올 수가 있었답니다.


 당신께서 이번에 집에 오시면 한 번 같이 타고 여행해 봅시다 어때요?


CJ와 오면서 느낀 것은 공짜만 아니라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춘천을 계속해 찾게 될까? 무얼 보자고 여기까지 찾는 것일까? 였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손님은 줄어들 것 같다는 생각도 했지요. 안 그래요? 하지만 노령 인구는 계속 늘어날 테니..... 어쩌면 감소 추세는 기대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당신이 귀국한 이후 빠른 시일 내로 둘이서 방문하고 싶다는 작은 열망이 들어섰습니다. 


 우리가 그런 축에 들지는 모르겠지만 단아한 노부부들의 모습도 많이 보이더라고요. 또 수원도 온양온천도 모두 가 봅시다. 


교통비가 들지 않는 것만 해도 어딥니까? 이러니 대한민국은 좋은 나라라는 농담으로 주고받은 이야기가 그냥 진담으로 팍 받아들여지네요. 


 먹을 것은 김밥 몇 줄도 좋고 군것질거리도 약간 준비해 간다면 크게 돈들 일도 없는 하루거리 여행을 당신과 같이 할 수 있다는 게 무척 기대된답니다.

그렇게 가까운 곳을 다녀 보며 우리의 남은 앞날도 생각해 봅시다.


 보이소 

당신과 둘째 애의 건강과 주님 은총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도드리며, 오늘의 소식은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다시금 말씀드리지만 우리 집에 남아 있는 식구들 모두 잘 지내고 있습니다. 걱정 마이소 예!

당신을 그리워하는 율리안나가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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