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을 접어준 한 나절의 여행

추억을 반추하러 나선 한 나절의 여행

by 전희태



추억을 반추하러 나선 한 나절의 여행.


일상의 생활에 휩쓸린 평범으로 대해 준다면 그냥 지나쳤어도 아무런 타이틀이나 동경이 될 수 없는 무심하고 무료한 어느 하루가 되어줬겠지만, 처음부터 그리 할 생각 없이 특별한 하루로 맞이하리라 다짐하며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선 오늘의 여행이다.


4.19 날을 고등학교 3학년 생으로 맞이했던 세대인 나의 고교 동창생들이 졸업 50주년을 맞이하며 특별 이벤트로 처음 실시하기로 한 부부 동반을 기초 단위로 강조한 각반 대항의 참여를 독려한 한 나절 여행에 참여하기로 한 행사이다.


모두 9반으로 이루어진 동창생들이다. 대학으로 또는 사회로 첫발을 내딛게 되든 고교 마지막 3학년 때의 급우를 기준으로 하는 반창회의 모임이 가장 활발한 3학년 5반 나의 동반 생(同班生)들은 이번 모임에서도 그 어느 반 보다도 가장 많이 참여하여 기왕지사 내 걸린 <반대항 최대 참여 타이틀>마저 차지하겠다는 은근한 욕심까지 품었던 모양이다.

지하철 서울 교대역 14번 출구 옆 도로에서 아침 8시까지 기다린다는 관광버스를 향해 바쁘게 지하도를 빠져나오면서 반창회 멤버부터 만났던 것이다.


스산하게 한두 방울 흩날리는 빗방울의 방해에도 아랑곳없이 같이 떠나기로 했던 동문들은 그 시간까지 부지런히 그렇게 나타나고 있었다.


이미 머리카락이 허옇게 센, 그것도 제대로 된 머리숱이 아닌 엉기성기 빠져버린 지난 세월의 덤불 같은 모습을 머리에 인 상태이라 세월의 무상함을 그 안에서 찾아내며 잠깐 콧등이 시큰해진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이나 말씨에서 50여 년 전 그때 그 시절의 감정이 고이 남아 있는 어투를 찾아내며 다시금 친근한 마음으로 풀어 받는다.


세 대의 버스에 나눠 탄 동급생들의 숫자는 20명의 부인들을 포함해서 모두 95명이니 75명이 참여한 것이다. 이미 손자 손녀를 본 친구들이 대부분인 이들이 오랜만에 만난 이야기에서 손자 손녀를 보아주느라고 오늘의 모임에 참여 못한 친구들의 이야기가 맨 처음의 화제(話題)로 나서고 있다.


예전 그 시절 하루 소풍으로 떠났던 서울 근교의 왕릉이나 이름난 유원지들을 찾아 나서던 때에 가졌던 개방된 마음과 즐거운 하루의 해방감이 푸짐했던 분위기가 그대로 시공을 초월하여 나타난 때문인가? 저마다 떠들썩하니 참여하는 이야기의 꽃이 점점 더 활기를 띄우기 시작한다.


좀 늦어져서 마지막으로 참석하게 된 동무까지 기다려 주어야 했던 내가 탄 3번 버스는 그런 시끄러움을 품 안으로 잘 갈무리해주며 목적지를 향한 달리기에 꼴찌로 합류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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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대의 버스 중 오늘 하루 종일 내 발이 되어 주었던 3호차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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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서울을 떠난 버스가 도착해 준 곳은 인공호수 충주호를 운항하는 관광여객선 단양 1호가 머무르고 있던 선착장이다.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는 빗방울에 우산을 쓰고 우비를 입고 내려가는 사람들 모두가 우리 일행이다.


하선한 선착장의 물 위에는 유난히 눈에 뜨이는 송화가루의 누런 띠 모양이 물결에 떠밀려서 선착장 입구 물가와의 경계를 수놓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송화가루 냄새를 물에 풀어 버려 은은한 솔나무 향기를 옅게나마 맡아보게 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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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봉산 등반과 청풍문화재 탐방의 두 코스로 나뉘어서 행사를 진행하기 전 우선 점심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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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 문화지 탐방에서 제일 먼저 방문객을 맞이해 주던 연자방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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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석의 내려 깔은 눈길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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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눈에 익은 풍경으로 KBS 드라마 세트장이 들어서며 모아 놓은 마을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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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봄비에 촉촉이 젖어들고 있는 마을의 모습


마음은 아직도 10대의 그 시절에 머무르고 있건만 우리의 겉모습은 왜 이리 풍설에 젖어든 모양새란 말인가? 다시는 찾아갈 수 없는 반세기/반백년 세월의 너머를 돌려보려는 눈길의 애처로움을 막아주려 함인가? 가는 비가 살짝이 뿌려지며 모두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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