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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Mar 30. 2019

50년을 접어준 한 나절의 여행

추억을 반추하러 나선 한 나절의 여행



추억을 반추하러 나선 한 나절의 여행.


 일상의 생활에 휩쓸린 평범으로 대해 준다면 그냥 지나쳤어도 아무런 타이틀이나 동경이 될 수 없는 무심하고 무료한 어느 하루가 되어줬겠지만, 처음부터 그리 할 생각 없이 특별한 하루로 맞이하리라 다짐하며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선 오늘의 여행이다. 


 4.19 날을 고등학교 3학년 생으로 맞이했던 세대인 나의 고교 동창생들이 졸업 50주년을 맞이하며 특별 이벤트로 처음 실시하기로 한 부부 동반을 기초 단위로 강조한 각반 대항의 참여를 독려한 한 나절 여행에 참여하기로 한 행사이다.


 모두 9반으로 이루어진 동창생들이다.  대학으로 또는 사회로 첫발을 내딛게 되든 고교 마지막 3학년 때의 급우를 기준으로 하는 반창회의 모임이 가장 활발한 3학년 5반 나의 동반 생(同班生)들은 이번 모임에서도 그 어느 반 보다도 가장 많이 참여하여 기왕지사 내 걸린 <반대항 최대 참여 타이틀>마저 차지하겠다는 은근한 욕심까지 품었던 모양이다.

 지하철 서울 교대역 14번 출구 옆 도로에서 아침 8시까지 기다린다는 관광버스를 향해 바쁘게 지하도를 빠져나오면서 반창회 멤버부터 만났던 것이다.


 스산하게 한두 방울 흩날리는 빗방울의 방해에도 아랑곳없이 같이 떠나기로 했던 동문들은 그 시간까지 부지런히 그렇게 나타나고 있었다.


 이미 머리카락이 허옇게 센, 그것도 제대로 된 머리숱이 아닌 엉기성기 빠져버린 지난 세월의 덤불 같은 모습을 머리에 인 상태이라 세월의 무상함을 그 안에서 찾아내며 잠깐 콧등이 시큰해진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이나 말씨에서 50여 년 전 그때 그 시절의 감정이 고이 남아 있는 어투를 찾아내며 다시금 친근한 마음으로 풀어 받는다.


 세 대의 버스에 나눠 탄 동급생들의 숫자는 20명의 부인들을 포함해서 모두 95명이니 75명이 참여한 것이다. 이미 손자 손녀를 본 친구들이 대부분인 이들이 오랜만에 만난 이야기에서 손자 손녀를 보아주느라고 오늘의 모임에 참여 못한 친구들의 이야기가 맨 처음의 화제(話題)로 나서고 있다.


 예전 그 시절 하루 소풍으로 떠났던 서울 근교의 왕릉이나 이름난 유원지들을 찾아 나서던 때에 가졌던 개방된 마음과 즐거운 하루의 해방감이 푸짐했던 분위기가 그대로 시공을 초월하여 나타난 때문인가? 저마다 떠들썩하니 참여하는 이야기의 꽃이 점점 더 활기를 띄우기 시작한다. 


 좀 늦어져서 마지막으로 참석하게 된 동무까지 기다려 주어야 했던 내가 탄 3번 버스는 그런 시끄러움을 품 안으로 잘 갈무리해주며 목적지를 향한 달리기에 꼴찌로 합류하고 나섰다.

세 대의 버스 중 오늘 하루 종일 내 발이 되어 주었던 3호차 버스.

제일 먼저 서울을 떠난 버스가 도착해 준 곳은 인공호수 충주호를 운항하는 관광여객선 단양 1호가 머무르고 있던 선착장이다.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는 빗방울에 우산을 쓰고 우비를 입고 내려가는 사람들 모두가 우리 일행이다. 


하선한 선착장의 물 위에는 유난히 눈에 뜨이는 송화가루의 누런 띠 모양이 물결에 떠밀려서 선착장 입구 물가와의 경계를 수놓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송화가루 냄새를 물에 풀어 버려 은은한 솔나무 향기를 옅게나마 맡아보게 해주고 있었다.

 비봉산 등반과 청풍문화재 탐방의 두 코스로 나뉘어서 행사를 진행하기 전 우선 점심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청풍 문화지 탐방에서 제일 먼저 방문객을 맞이해 주던 연자방아의 모습

문인석의 내려 깔은 눈길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음인가?

 어딘가 눈에 익은 풍경으로 KBS 드라마 세트장이 들어서며 모아 놓은 마을의 풍경

늦은 봄비에 촉촉이 젖어들고 있는 마을의 모습


마음은 아직도 10대의 그 시절에 머무르고 있건만 우리의 겉모습은 왜 이리 풍설에 젖어든 모양새란 말인가? 다시는 찾아갈 수 없는 반세기/반백년 세월의 너머를 돌려보려는 눈길의 애처로움을 막아주려 함인가? 가는 비가 살짝이 뿌려지며 모두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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