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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Apr 01. 2019

프놈펜 풍경

 스콜이 다가오면서 갑자기 어두워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사원에 걸린 깃발이 서늘하게 세어진 바람에 대항하듯 힘차게 펄럭이고 있다.

 호텔 앞의 길. 우두둑거리며 한바탕 스콜이 지나고 나면 이 길은 그냥 수로가 되면서 오토바이 안장에 다리를 들고 벌린 엉덩이를 붙인 채 달려야 하는 별난 세상이 되어버린다.

 시내를 톡톡이로 지나가는데 나타난 건물의 간판을 보니 대한민국의 경상북도가 운영하는 무역 창구를 가진 빌딩이다. 카메라를 들이대기에는 미쳐 준비가 늦어 그냥 지나치며 겨우 한 장을 찍게 되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렇듯이 넓은 대로 이건만 그렇게 많은 차가 지나다니지는 않고 있었다.

야시장이 선다는 공터를 지나며 자그마한 음식점이 이어져 있는 곳. 이 곳의 한집에서 점심을 들었다.

  시내에 있는 공원인데 현지인은 무료입장이지만 외국인은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어떻게라도 외화벌이를 해야 하는 절박한 이 나라의 경제사정을 보는 듯해 찡한 마음이 든다.

 어떤 인물의 동상인지를 물어보지도 못하고 사진만 찍은 거리 로터리에 세워진 인물상


후덥지근한 바람에 무덥기만 하지만 이런 열대 꽃으로 된 가로수가 잠깐이나마 흥취를 새롭게 해 준다.

 너무 더워서 목을 축이기 위해 길가의 작은 가게에서 야자수를 마시기로 했다. 열매를 깨어 낸 구멍에 스트로우를 꼽아서 들이켰는데 크게 시원하지는 않았지만 이온수의 맛을 닮은 게 갈증 해소에는 아주 그만이었다.

 야자 한 개에서 나오는 수량이 너무 많아 다 마시지 못하고 남기게 되었다. 아까운 마음에 가져갈 수 있게 해 달랬더니 비닐봉지의 개구부를 야자의 개구부와 밀착시켜 쏟아 부은 것을 다시 빈 물병으로 옮겨 부어주는데 일의 진행 과정이 그냥 예술 행위에 가까운 달인의 경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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