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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Apr 25. 2019

벌써 보름 넘어 달리고 있습니다


 호주를 출항한 지 어느새 16일째에 접어들지만 그사이 맑은 하늘을 구경한 것은 단 이틀에 지나지 않습니다. 

덕분에 매 당직 구해야 하는 자이로 에러 역시 태양을 구경할 수 없던 터라 달랑 이틀만 구할 수 있었죠. 

그나마 비는 내리지 않고 덥고 습한 공기의 흐린 날씨가 계속되더니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식사 교대를 위해 선교에 올라가니 마침 먹장구름 사이로 한 줄기 빛이 내려와 잠깐 그간의 꾸지리한 날씨의 끝을 보는 듯했지만…

갑자기 시끄러운 알람과 더불어 MIAMI NATIONAL HURRICANE CENTER에서 URGENT로 태풍경보가 날아들었습니다.


 요즘 가뭄 끝에 물폭탄이 쏟아진다는 우리나라의 소식처럼 전 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가운데 7,8월에는 거의 태풍이 생기지 않는 북미 서부에 떡하니 허리케인 하나가 생겨난 것이죠. 


 미국에는 다행스럽게도 이 허리케인의 진행방향은 육지 쪽이 아니라 태평양 먼 바다 쪽으로 향하고 있지만, 덕분에 북미 서부 해안으로 진출 중인 본선은 졸지에 항로상에 대형 허리케인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아직까지는 움직임이 유동적이라 확실하게 알 수는 없지만 지금 본선의 위치와 정확히 4일 정도 떨어져 있더라고요. 2012년, 10번째 태어난 허리케인의 이름은 ‘DANIEL’입니다. 


 이곳 시간으로는 내일 정오쯤 가장 왕성한 크기로 커졌다가 차츰 작아질 예정이라니 내일, 모레까지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예의 주시해야 할 듯합니다.


 운동은 매일 프로그램에 맞춰 첫날은 가슴과 삼두 운동, 둘째 날은 어깨 운동, 삼일째는 등과 이두운동을 하고 다시 처음부터 반복하여 3일에 한 사이클이 끝나도록 돌아가고 있습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쉬지 않고 돌아가고 일요일은 쉬는 스케줄로 이루어져 있죠. 지난주 월요일에 시작해서 어느새 4번 사이클이 돌아가는 중입니다. 


 근육운동을 하고 나서 러닝머신을 이용해 20분 정도 유산소 운동을 해주고 있는데 시작했을 때보다 몸무게는 5 킬로그램 정도 빠졌습니다. 생각만큼 잘 빠져지지 않는 듯 느껴집니다만 이렇게 하선 때까지 부지런히 운동하면 80킬로 중반의 몸무게에 근육질의 몸으로 바뀔 것이라 격려해주는 트레이너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시간표를 지켜가는 중이죠. 


 허리띠를 졸라매고 쪼그려 앉으면 숨이 차던 것이 사라진 것을 보면 아직까지 외형적인 변화는 그다지 없어 보이지만 내실은 점점 다져져 가는 듯싶습니다. 


 이제 열흘이 지났으니 한 달, 두 달이 지나면 가시적인 효과도 분명 따라오겠죠. ^^ 

어머니께도 이 소식은 전해드리면 괜찮을 듯싶습니다. ㅎㅎㅎㅎ


 지금 이곳의 시간대는 -08, 서울은 +09이니 17시간이나 뒤쳐져 있는 상태라 여전히 금요일인 이곳과 달리 서울은 토요일 낮으로 접어들고 있겠네요. 계속적인 시간 전진으로 다들 피곤해하고 있지만 둘째는 열심히 운동하는 덕에 잠은 당직이 끝나면 바로 기절 모드로 접어든답니다. ^^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으니 제 걱정은 않으셔도 될 듯. ^^ 


 가뭄에 이은 물폭탄으로 어수선한 대한민국에서 우리 식구들이 건강하고 화목하게 지내고 있기만을 기원합니다.


2012년 7월 4일 18시 20분(서울시간 7월 5일 10시 20분),

북태평양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중인 CK ANGIE호에서, 둘째가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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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근히 네 고달픈 숨쉬기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든 상황에서 듣기 좋은 소식이구나.


 대기만성형이라고 믿고 있는 너의 모든 가짐 속에 이제 또 하나의 대기만성형 일이 이루어질 모양이구나.


다음에 만나는 날에는 너의 충실하고 잘 빠진 몸매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너를 그리 이끌어 주게 된 네 동료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해주고 싶구나.


 대서양에서 허리케인을 가까이 만날 수도 있는 불운이 너희 배를 찾아온 거냐?


아니 그 넓은 바다 위에서 왜 하필 허리케인을 만나고 태풍을 만난 단 말이냐? 고 모르는 사람은 호들갑을 떨 수도 있는 일이지만, 사실  넓은 곳이니까 아무 데나 피해 갈 수 있겠다는 발상은 우리들 한 테는 억울한 억지 겠지.


 모든 정보와 지식을 총동원해서 허리케인을 피해 가도록 최선을 다하면 안전항해는 이루어질 것이다.


 너희 배 선장님을 위시한 모든 분들이 그런 자연의 맹위를 순조롭게 피해서 안전항해를 완수하며 항구에 도착하기를 기원한다.  오늘은 여기서 안녕하자꾸나.


 서울 집에서 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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