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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Apr 26. 2019

중남미 여러 나라, 해안 따라 남진 중

파나마 운하를 통과 중인 CK ANGIE호Photo by Skyrader.



 현재 본선은 중남미의 여러 나라들 -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 해안을 타고 열심히 남진 중입니다. 

이제 이틀 후면 목적지인 태평양과 대서양의 관문인 발보아에 도착하게 되죠. 

실항사 시절 이미 두 번 넘나들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저와 달리 제 선배 항해사들은 파나마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어떤 이들은 자주 넘나들고 어떤 이들은 처음이 되는… 지난번 멕시코 라자로 까르데나스 역시, 선장님조차도 처음 기항한 항구라 다들 생소해했는데 저만 이미 3년 전에 기항한 경험이 있었다죠. 


덕분에 immigration officer도 제 여권에 도장을 찍기 위해 열었다가 따로 저보고 눈인사를 했습니다. 

제 여권에는 또렷하게 ‘LAZARO CARDENAS, MICHOACAN AUG, 2009’라는 도장이 찍혀있었으니까요. 


이처럼 일반인들은 일부러 들어가고 싶어도 못 가는 동네를 저는 골라서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이번 산타마르타 만 해도 - 이번에는 앵커리지에서 작업을 한다지만 - 저는 이곳 역시 두 번째로 찾게 되는 본선 유일의 선원이니까요. 


덕분에 앵커리지로 정해지기 전에 다른 이들로부터 이런저런 정보를 달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만 목적지가 틀어진 덕에 그런 정보들은 모두 쓸데없어져 버리고 말았네요. ^^


이 배에 와서 이상스럽게도 이처럼 다른 이들은 - 선장님까지도 - 난생처음 가는 동네들이 저는 이미 와보았던 곳으로만 채워져 가고 있습니다. 


배에서 수십 년을 보낸 갑판장까지도 정보를 물어볼 정도로 제 짧은 경험이 요긴하게 쓰이기는 이번이 처음인 듯싶어요. ^^ 


 양하 항으로 찾아가는 리버풀은 저도 처음이지만 그 유명한 이름만큼이나 볼거리가 많을 것으로 기대되어 지금부터 설레는 중입니다. 


다행히 런던 올림픽이 끝나는 시점에 도착하게 될 터이니 지긋지긋한 검색에 대한 걱정은 좀 덜게 되겠지요. 


 이번 라자로 까르데나쓰에 접안하고 열흘을 신나게 놀았더니 - 접안 이틀 만에 PSC 검사받은 데다 

바로 항만 정문 입구에 접안해서 도심까지 자전거 타고 돌아다녔다죠 - 주머니 사정도 간당간당합니다만 

그래도 아끼고 모아서 이번 영국 기항을 알차게 보내봐야죠. ^^ 사진도 좀 찍고요. ㅎㅎ 


 비틀스의 고향이자 타이타닉호의 고향, 영국 프리미어 리그 빅 3중 하나인 FC 리버풀의 심장이기도 한 리버풀…

기대하면 기대만큼 큰 실망을 하곤 했는데 모쪼록 이번에는 좀 실망 말고 기대만큼의 즐거움이 함께 하기를 기원해 보는 중입니다.


 전화기 잃어버린 막내는 여전히 멘붕상태인지, 막내 일을 신나게 돕고 있다는 형은 요즘 여전히 작품 활동에 왕성한지, 


어머니는 건수를 좀 챙기고 계신지, 할머니는 요즘도 냉면, 갈비탕을 즐기시는지…

또 아버지는 요즘도 새벽 운동에 전념하고 계신지 이것저것 궁금한 것이 많습니다. 


 저는 오늘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올라왔죠. ^^ 요즘은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운동기구의 무게를 더 늘려서 운동에 임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살이 빠지는 것이 눈에 보이기보다는 근육이 박혀가는 것이 더 잘 느껴집니다만 그 재미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동기구 앞에서 열심히 


땀 흘리고 있으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


 어느새 7월도 막바지로 향하고 있습니다. 


 시간은 잘 안 가도 세월은 빨리 지난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닌가 싶네요. 

모쪼록 모든 우리 가족들이 다들 건강하고 화목하게 이 여름을 이겨내 시기를 다시 한번 기원해봅니다. 

다시 메일 보낼게요. ^^


 2012년 7월 28일,

온두라스 연안을 지나는 CK ANGIE호에서,

둘째가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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