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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May 06. 2019

도버 해협을 벗어나 달리고 있습니다

사진 : 브리지에서


어느새 본선은 도버해협을 벗어나 잉글리시 채널을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이제 다음 당직 중에는 영국 연안을 벗어나 비스케이만 쪽으로 틀어서 북대서양으로 나가게 되죠. 


목적지인 브라질의 TROMBETAS까지는 4000여 마일이 남아 있으니 본선의 발라스트 컨디션 스피드로는 12일에서 13일 정도 소요될 예정입니다. 


아마존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의외의 요소가 있으니 ETA는 이래저래 변경될 수 있겠죠. 


출항하고 계속 985~995헥토파스칼의 저기압권에 들어있어 무지막지한 바람에게 두들겨 맞고는 있지만 방향이 정선수 방향이라 배는 그다지 흔들리지 않고 순항 중입니다. 


 어제는 풍속이 순간 스피드 72.4노트의 기록적인(본선이 맞았던 바람 중 최고 기록) 펀치를 맞기도 했지만 엔지 양은 그 정도에는 아랑곳 않고 씩씩하기만 하네요. 

악명 높은 비스케이만이 곧 닥쳐오겠지만 뭐 그러려니 하고 있습니다. 


이번 네덜란드 기항 중에 짐을 풀던 대형 GRAB이 본선 6번 화물창 포트사이드의 호퍼를 두들겨서 움푹 들어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예전 중국 기항 중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는데 중국과 네덜란드의 항만당국의 태도는 사뭇 다르더군요.


 중국에서는 사고를 인지하고 FOREMAN에게 DAMAGE REPORT를 작성하고 서명하라고 들이밀었더니 이런저런 핑계로 서명을 미루고 대리점을 통해 항만당국에 항의하니 난데없이 본선 화물의 모이스처를 문제 삼으며 짐을 풀 수가 없다고 하다가 아무 말 없던 모든 화물 양현, 앞쪽 뒤쪽으로 카고 라이트를 설치하라고 했다가..

하여간 말도 안 되는 이런저런 일들을 만들어서 본선을 괴롭혔었죠. 


 결국 회사 측에서 본선 수리 가능한 부분이라면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보라는 ORDER를 받고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하자마자 다시 원활하게 돌아가는 작업.... -_- 


하지만, 네덜란드는 달랐습니다. 


제 당직 중이라 STEVEDORE에게 본선 대미지를 항의하자 바로 항만 측에서 DAMAGE INSPECTOR가 승선해서 대미지를 확인하고 본선에서 작성한 DAMAGE REPORT에 서명하고는 REMARK로 추후 본건에 대한 수리비는 EMO항만 측에서 부담한다고 서명 날인해주더라고요. 


같은 사건에 대한 두 나라의 사뭇 다른 태도. 


최근 중국이 보여주고 있는 '힘'에 근거한 깡패 근성을 이처럼 잘 표현해주는 상황도 드물거라 느껴졌습니다. 


 정말... 강대국은 될 수 있어도 선진국은 될 수 없을 거라 장담하게 만드는 중국. 


이래저래 그런 나라 곁에 덩그러니 놓인 조국의 현실이 답답해지네요. 


... 자 어찌 되었건 본선은 이런저런 복잡한 마음과 상관없이 잘 달려갑니다. 

집에서 추석 준비는 어찌 되어가시는지 궁금하네요. 


모쪼록 다들 즐거운 추석 맞이하시길 먼 곳에서 나마 기원합니다. 

다시 메일 할게요. ^^ 

2012년 9월 26일, 

비스케이만을 향하는 CK ANGIE호에서, 

둘째 올림. 



자 다시 출항합니다! 다시  접속할 때까지 모두들 잘들 지내시오!!!! — EMO Terminal Maasvlak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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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쁘기만 했던 로텔담(유로포트) 기항을 끝마치고 어느새 도버해협을 빠져나왔구나.


 유로포트에서 하역작업 중에 한 사고를 만났고, 같은 유형의 사고를 경험한 중국에서와 비교되는 뒤처리 과정을 보며 느낀 너희 소회가 어쩌면 그렇게 나와 똑 같이 부합됨에 그냥 쓴웃음을 짓는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역사가 중국이란 나라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지정학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어 언제나 그들의 존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음에 약 올라라 하는 심정 때문이기도 하겠지.


 막말로 깡패 같은 기질의 강자로 군림하려는 듯한 근래 중국 당국의 대 외국 태도를 보며 우리도 중국과 서로의 이익이 배치되는 해양주권에 대한 현안을 가진 형편이 있으니 걱정이 되는 것이다.


역사는 중국이 통일되었을 때면, 그 주변 국가들이 수난과 수모를 당하며 살아온 기록들을 남겨주곤 하였다.


그런 와중에서도 우리 민족만이 그들과 겨루기 까지도 해가면서 국난을 이겨내어 오늘에 이르고 있는 유일하게 자존하는 민족임을 그 역사가 또 증명해주고 있음을 본다.


 현실적으로 그런 나라 옆에 있어야 하는 위치가 껄끄럽긴 해도, 우리 선조들은 참아내기 힘든 일을 당하면서도, 결집된 힘과 투지로 그 환난을 극복해내어 오늘의 역사에 이어준 것이다.


그런데 요즘의 중국이 보여주는 대외적인 태도를 보면서, 우리들 자신을 다시금  다잡아 두어야 할 때가 도래된 것으로 느껴지는구나.


 그들은 우리 민족의 역사인 고구려를 자신들의 변방인 작은 속국의 역사라 격하시켜 가며 동북공정이란 역사 왜곡으로 우리-이웃-을 대하는 잔인한 우까지 범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요즘이다.


 네가 본 너의 배에서 생겼던 하역 중 본선에 입힌 사고의 뒤처리는 그런대로 다 처리되었겠지만 , 그런 식의 행동 패턴이 중국과 중국인의 생활 속에서 하나, 둘 나타나고 있어 우리가 경계하게 되는 확실한 예의 하나가 되는 거를 우리는 결코 잊지 말고 기억하며 타개해 나갈 길도 항상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냥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한번 되짚어 보기를 권하고 싶은 대목이다.


 네가 이번에 가게 되는  브라질의 TROMBETAS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잘 찾아보았느냐?


나는 가 보질 않았지만 파나 막스 형의 선박 입출항도 잦은 곳인 모양이더라.


 어쨌거나 강을 이용한 수로이니 중간중간 수심이 변화하는 곳이 종종 있을 거란 생각이 드는구나.


너도 처음 가는 곳이니 새로운 문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분하거나 찬탄을 할 수도 있겠지만 너 자신이 그곳을 찾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를 염두에 두길 바란다.


 즉 기항 방문기 쓰기를 생각하더라도, 해기사로서 그곳을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적인 면-항만정보-부터 기록함이 좋을 것 같고, 거기에 네가 보고 겪은 느낌들을 사진도 첨부하며 설명한다면 누구나 부담 없이 읽고 동조해 줄 수 있는 좋은 글이 되는 게 아닐까? 그리 믿어지는구나.


 네 친구한테서 집으로 추석선물이 전달되어 왔음을 알리며 오늘은 여기서 쉬어가기로 하자꾸나.


금년 추석은 너의 안항을 빌며  훤한 너의 얼굴 같은 멋있는 추석 달을 보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네 얼굴 추석 달에다 거울삼아 비쳐주길 바란다.ㅎㅎㅎ


너의 씩씩한 건투를 빌면서~  집에서 아버지가.


 ps:서로 가로질러가야 하는 배들이 많아지는 지중해로 드나드는 해역을 지날 때엔 한눈팔지 말고 항해당직에 임해주길 바란다.

 금년 7번째로 집 대문 안에 열린 오이. 잎에 가려 있어서 이렇게 크도록 알고 있질 못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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