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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May 13. 2019

미시시피 강변에 머무르며

Hurricane Sandy의 위성사진 모습


 현장이 지구의 북반부이니, 반시계 방향의 회오리로 만들어져 가고 있다. 가운데에 뭉쳐 있는 태풍의 눈이 점점 뚜렷해지는 모양이다. 만약 그 안으로 배가 들어갈 경우가 되면 낮이면 푸른 하늘, 밤이면 별도 달도 볼 수 있으며 위치에 따라 잠시 바람이 잘 수도 있다. 하지만 곧 커다란 폭풍우에 파묻혀 어찌 될지 모를 운명과 싸워야 하는 것이다.


 둘째는 지금 미국 뉴올리언스 보다 상류 쪽인 미시시피 강변의 한 도시-배튼 루주-를 찾아들어 브라질 Trombetas Amazonas, 에서 싣고 간 화물을 풀어주고 있는 중으로 사진과 같은 허리케인의 생생한 모습을 보면서 짤막한 감회를 토로하고 있다.


---오늘 중 미 동부에 상륙이라도 할 기세로 접근 중인 허리케인을 본다.

북대서양 한복판에 자리 잡은 채 덩치를 키워가며 본선에도 쉴 새 없이 Urgent Message를 날려 주게 하던 Tropical Storm Sandy가 기어이 Hurricane으로 승급되어 지금 이 시간 미국 동부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예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모티브가 되었던 허리케인 캐이틀린의 영향으로 쑥밭이 되었던 이곳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강변의 사람들에겐 남의 일로 느낄 수 없는 절박함이 애절해 보인다. 


 이런 천재지변이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은, 아무리 선진화되고 과학이 힘을 얻은 강대국이라도 막상 자연의 한 현상인 허리케인 하나에도 맥을 못 추고 있는 인간의 무기력함을 보여주는 현실과의 만남이다. 


하여간, 많은 인명 피해 없이 모쪼록 쉬이 수그러들기를 기원할 뿐이다.---


 지금 둘째는 자신의 배를 슬슬 괴롭히려던 열대성 폭풍을 별 피해 없이 지나쳐서 안전한 곳에 머무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 폭풍이 더욱 힘을 키워 쿠바 등 카리브해를 초토화시키며 6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초대형 허리케인 '샌디'가 되었고 지금은 거대한 비구름 떼와 강풍을 동반한 채 시속 16km의 속도로 북동 진하면서 뉴욕과 뉴저지 등 미국 동부지역을 영향권에 넣고 있어 이르면 오늘부터 그들 지역이 간접 영향권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뉴욕주의 대중교통 운행도 현지시간으로 어제 오후 7시를 기해 모두 중단되었단다.  


이런 뉴스를 사진과 함께 보게 되는 사람들의 현실은 각자의 현재 위치와 시간이 어디인가에 따라 받게 되는 스트레스 차이는 천국과 지옥 간만큼이나 극과 극을 달리게 되는 것이다.  


 지금 둘째가 받는 기분은 그 위험에서 벗어난 제삼자의 위치이니 모두가 편안한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주위의 분위기는 허리케인에 당했던 기억으로 증폭된 공포와 증오심마저 느낄 정도의 심각할 수 있는 분위기 일 것이다. 


 편안함에 들게 된 위치를 은근히 기뻐하며 남을 배려하는 마음까지 가질 수 있게 여유가 있어 보이는 둘째의 마음 표출에 나도 같은 마음임을 거듭 고마워하며 태풍(허리케인)에서 무사한 둘째의 현재를 진정으로 고마워하고 있다. 


 사실 지금 우리들의 위치가 저 허리케인(태풍)의 눈 안에라도 들어 있다면...

그것은 상상을 초월하여, 겪어야 하는 일들로서, 선원으로선 지옥을 넘나드는 것 이상의 극한의 경험이 될 것이고, 불운이면 그것으로 모든 게 끝나버리게 되니 이 아니 피하고 싶은 제일의 일이-태풍 피항이 아니겠는가?

 태풍의 이야기만 나오면 예전에 그렇게 사라져 간 선배나 동료 후배들의 이야기와 생전의 모습이 떠오르며 다시금 그들의 명복을 비는 마음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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