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크에서 안벽으로 배를 옮기다
사진 : 비나신 드라이 도크와 그 안벽의 모습. (미포 비나신 홈페이지에서 퍼옴)
새벽 다섯 시에 도크 내로 주수 할 것이란 예정을 잡고 있던 도크 야드에서 아침 6시가 좀 넘어서면서 물을 넣기 시작한다.
선체 외판에 대한 페인팅도 모두 끝났으니 다른 소소한 작업은 도크의 안벽으로 옮겨서 실시하겠다는 예정을 실행하려는 것이다.
좀 무리해서 예정대로 강행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그동안 시행한 작업의 질이 그리 칭찬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배가 있던 자리에 들어 설 예정으로 어느새 도착해 있는 인도 배의 일정조차 걱정스럽다.
도크측의 말에 의하면 현재 우리보다 먼저 와서 작업하고 있는 <현대 2500호> 때문에 본 공들이 모두 그 배로 쏠렸기에 우리 배 작업이 지지부진하였다는 이유를 대었는데 핑계만이 아니길 이들을 위해서도 비는 마음이다.
혹시나 우려했던 바람도 없이 조용하게 도크를 빠져나와 옆에 있는 1번 부두로 옮겼다. 페인트 도장 작업과 관련하여 외주업체 측과 언성을 높이며 그들을 닦달하는 입장이던 공무 감독도 꽤나 힘이 들었던 듯 우선은 예정의 진행에 한숨 돌리는 모양이다.
이곳의 현지인 공원들이 행하는 작업의 능률이란 것이 결코 기대치를 밑도는 상황이니 예정했던 작업을 모두 순조로이 끝내고 출항이 되겠는가? 에 의구심은 갖게 되지만 그래도 큰 예정은 그런대로 진행되고 있어 안도하는 것이다.
비나신에 조선소를 설립하면서 현지인 공원들 중 중요한 직책에 드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울산에 있는 현대미포조선에 연수를 시켜 한국식 일의 흐름과 기술을 배워서 일처리가 매끄럽게 잘 되도록 교육했건만, 아직 공산주의 사회의 병폐인 -죽자사자 일을 안 해도 먹을 건 주는데-에 인이 박힌 태도들 때문에 고전을 면키 어려운 실정이란다.
게다가 오랜 기간 면종복배(面從腹背)에 길들여진 특유의 성향 때문에 무슨 일을 시킬 때 그 앞에서는 모두 수긍한 듯 아는 체 하지만 돌아서면 나 몰라라 제대로 해 놓지 않아 그들을 믿기만 하고, 지시한 일을 꼼꼼하게 결과를 체크하지 않으면 큰 낭패도 볼 수 있단다.
이제 도크에서의 일정도 끝마침 단계에 다 달아 가니 집으로 전화를 걸어 서로의 안부를 챙기며 소식 주고받기를 한다.
엊그제 전화에서는 서울에 비가 많이 온다고 해서 걱정이었는데 오늘은 비도 그치며 날씨가 활짝 개어 아주 좋단다.
집의 보수 수리로 물이 새는 지붕 부위를 찾아내었으니 걱정스러운 일이 더 이상은 생기지 않을 징조로 이야기하는 걸 들으며 반가운 마음이 든다.
또 지하실 방 벽면에 황토를 칠하여 아이들 작업 방을 만들어 준다니 여하튼 잘 꾸미려는 모양이다.
어쨌거나 마당도 좀 꾸미고 사는 것이 괜찮을 성싶은데, 아내의 말처럼, 그렇게 하면 모두가 좋은데, 단 한 가지 아닌 것이 있다면 그게 문제지요. 하며 경비로 나갈 돈을 걱정하는 이야기로 돌아선다.
이런! 돈에 관한 말에 도착하기 전에 대화를 모두 끝냈어야 하는 건데 너무 길게 했나~ 후회(?)하는 심정에 내 대꾸가 좀 시큰둥해짐을 아내도 눈치채었는지 얼른 말을 바꾸는데, 뜬금없이 나더러 베트남에서 상륙하지 말란다.
이곳 베트남 땅에서 한국인 남자들이 열 몇 살 짜리 아이에게 임신을 시켜 애를 낳게 한 일로 텔레비전 방송이 시끄럽다면서 남자들의 도덕성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가해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고양되고 있단다.
괜히 베트남을 다녀왔다는 말 한마디로도 덜 떨어진 남자, 바람둥이 남자로 매도하는 분위기까지 되어가는 판세야 아니겠지만.....
지난번 출항할 무렵 신문지상에 올랐던 이야기를 텔레비전 방송까지 합세하여 여론을 환기시키려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듯 느껴진다.
큰아이를 비롯한 우리 아이들 모두가 그 내용을 보고 흥분하여 성토하는 분위기라고 전해준다.
-나한테 그런 쓸데없는 걱정은 말어요. 그리고 어머님이나 빨리 바꿔주세요.
마지막으로 전화를 어머님과 바꾸게 하여 통화한다. 깨끗이 들려오는 어머니의 반가운 음성을 대하며 다시 좋은 기분으로 전환하여 집과의 소식 교환을 모두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