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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Jun 08. 2019

세월호 해난사고 소식을 들으며

먼저 이번 해난사고로 인해 고인이 되신 승객과 승조원 여러분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합니다.


   지난 16일 아침 텔레비전을 통한 인천/제주 간 여객선의 조난 사고 소식을 전해 듣던 중 급속히 선체가 옆으로 기울어 가면서 세차게 내뿜어대는 스프레이 성 선내 공기의 배출 모습을 보며 혹시 기관실의 빌지수가 섞인 게 아닐까? 유추해보면서도, 곧 닥칠 침몰이라는 이 배의 슬픈 종말을 예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배는 빠르게 가라앉아가는 모습이었지만, 그나마 잔잔한 바다와 환한 날씨 속에 헬기로 어선으로 구출되는 승객들의 모습도 보여 긴박하지만 안도하는 마음조차 가졌었다.


더불어 모든 승객이 구명동의(라이프 재킷)를 입고 퇴선 한 상태를 암시하는 자막 문구도 얼핏 보여주고 있어 안심이 되면서도, 한편으론 탑승객 숫자에 비해 너무나 적어 보이는 퇴선 하여 물에 입수한 사람들의 숫자에 의아함도 있었다.


 그때 까지만 해도, 커다란 인명 피해가 날 수 있는 대형 해난 사고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을 다 구조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주고 있었기에 그래도 안심하는 마음 가지며 열심히 뉴스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구조된 승객들이 모두 집결되어 의료진의 응급조치를 받으며 중, 경상 여부도 분류받던 진도 팽목항 부두에는 당시 공식 발표하고 있던 구조 인원에 훨씬 밑도는 사람들의 숫자만이 담요를 둘러쓰거나 물에 젖은 모습으로 착착 도착하고 있었다.


 이제 시간이 흘러서 더 이상 구조에 임했던 선박의 입항 복귀가 끊어진 시점이 되면서, 그동안 공식적으로 발표되던 구조자들의 숫자가 그야말로 이중 집계를 포함한 주먹 구구식의 통계로 집계된 때문에 실제보다 훨씬 부풀려진 숫자임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 국민 모두는 망연자실한 배신감(?)을 맛봐야 했고, 가족들은 슬픈 절망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선체가 완전히 뒤집어지어 뱃바닥에 이어진 선수부의 벌 보우스 보우 (BULBOUS BOW, 구상선수)만을 겨우 물 위로 내보이며, 나머지 모든 선체는 물속으로 가라앉아버린 세월호의 상태에서, 인정하기는 싫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많은 승객들의 희생이 강요될 것이란 현실과 맞닥뜨리게 되니 우울하고 답답한 심정에 핑하니 눈물이 돌았다 


 아직도 구조의 희망은 그야말로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고 가져가야 할 것이지만, 구조 집행을 위한 여러 가지 여건이 도움을 주지 못하고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니, 빠르면 빠를수록 유리한 시간의 단축이란 이점을 갖지 못하는, 어려운 여건이 되어 시도가 어긋날 때마다 깊은 한숨을 들이쉬게 만드니, 흐름을 막아가며 시간을 붙잡고 싶은 마음 너무나 간절해진다.


 그러나 한편으론 왜 이런 사고가 발생했는지 그 원인을 찾아 밝히어, 차후 또 있을 수 있는 같은 부류의 사고에 대비하는 준비와 배려가 꼭 필요함을 일깨워 본다.


 헌데, 중간에 튀어나오는 뉴스 중에 선장이 제일 먼저 구조되었다는 소식도 들어 있어 퇴역 선장인 내 심정을 더없이 참담하게 만들어 주며 씁쓸함도 남겨 주기를 한다.


 선미부는 물에 잠기어 가려 있었지만, 점점 잠겨가던 나머지 선저부의 전체적인 모습은 매끈할 정도로 깨끗하게 보이는 패인팅 상태라서, 사고가 결코 좌초나 충돌 등과 같은 선체의 파손으로 인한 사고는 아니구나~ 짐작을 굳혀 받았다. 



 벌써 사고 발생 후 하루가 지난 시점이다. 계속 TV 뉴스를 보다가 집을 나서게 되었다. 오늘은 매월 대학 동기들과 만나기로 약속을 한 날이기 때문이다. 


 예약된 장소를 찾아가는 마음속엔 어언 이틀을 넘기면서도 계속되는 모든 공중파 방송이 쏟아내는 뉴스 속보를 통해 들은 여러 가지로 뒤섞인 이야기가 소용돌이 물살 마냥 내 가슴과 머릿속을 휘젓고 있다.


 한 달 만에 만나게 된 동기들은 악수하는 손을 놓기도 전에 지금 한창 뉴스의 중심이 되어 있는 여객선 세월호 사고에 관한 이야기부터 인사로 시작하고 있다. 모두가 수십 년 승선 생활을 한 베테랑 뱃사람 출신이니까...... 더욱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는 거겠지.


 모임의 숫자도 오늘따라 공교롭게도 선장과 기관장이 각각 네 명씩 동수를 이루며 시작되고 있었기에 어쩌면 자신들의 직책이었던 입장을 대변하는 발언들이 주로 되는 설왕설래가 될 만도 하다고 느꼈는데, 실은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이야기에 동참하며 나서고 있었다.


 그런 모두의 생각은 사고의 원인을, 급전타로 인한 선체의 경사 운동에 겹쳐진 선내 화물의 급격한 이동으로 여기고 있다. 이른바 안전사고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는 관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로로선 특유의 높은 무게 중심의 상황 속에서, 더욱 톱 헤비 상황을 부채질한 부실한 화물관리를 행한 정황이 있는 고속 운항 중인 선박이 전타에 의한 선회 운동에 들었을 때에 동반되는 급격한 경사 상태에서, 2,000톤이 넘는 제대로 고박되지 못한 화물이 제 자리를 이탈하며 미끄러질 경우 더욱 경사된 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게 되는, 복원력을 상실한 사고로 판단되었던 것이다.


 침몰할 때 보여준 배의 선저 외판들의 깨끗한 상태를 보아도 그렇고, 또 배가 달려준 항로에 암초등 항해 방해물이 있었다는 보고도 없는 상황에서, 배가 180도 뒤집어질 수 있는 원인은 과도한 선체 경사로 인한 급격한 침수가 덧붙여진 복원력 상실이 제일 먼저 떠 오르니 말이다. 


 따라서 전타 조타 명령을 내게 된 이유나, 화물을 과, 오적 없이 제대로 선적하여 확실하게 고박했는지의 여부가 따져보아야 할 매뉴얼 상의 일이 되겠고, 급박한 비상 상황에서 퇴선 명령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발령하여 승객들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어느 정도로 충실히 했는지 여부도 엄중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더하여 좁은 수로 해역(맹골수도)에서 발생한 사고이니 당시 선장이 브리지에 있었는지도 정확히 따져 두어야 할 것이다. 


 사고 선박의 선장이 구조 당시 가장 먼저 빠르게 구조될 수 있는 현장에 가깝게 있었기에 쉽게 구조될 수 있는 형편이었다는 변명 아닌 변명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책임지고 돌봐야 하는 승객과 승조원과 선박을 팽개쳐 두고 제일 먼저 구조에 응했다는 것은 아무리 잘 봐주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여론의 미운털이 박히는 일이 될 것이란 예감도 들었다. 게다가 지휘관의 도의상으로도 결코 용납할 수가 없는 비겁한 일이 아닌가?  


 앞으로 인명구조가 끝난 후, 계속 이어져 나갈 선체 인양 등의 후속 작업에서 또 다른 안전사고가 발생하여 인명의 손실을 더 보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고, 침몰선에 남아 있는 연료유가 선체 인양 과정에서 바다로 새어 나가 유류 오염 사고를 내는 일도 없도록 막아야 할 것이다. 


 사고는 언제나 한 사고 후에 연이어 또 나타나는 묘하게 되풀이함을 좋아하는 습성을 가진 사안임을 지금껏 경험으로 알고 있기에 이어지려는 사고의 차단을 조심스레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제 모든 일이 안전하게 끝나 지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이번 해난사고가 최선의 방향에서 잘 수습되어 지기를 바랄 뿐이다.


 아아! 생을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한 너무나 많은 아쉬운 희생자를 내고 있는 이 번 세월호의 해난 사고가 우리나라에서는 마지막으로 발생했던 해난사고로 되어서 더 이상의 기억될 해난사고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할 뿐이다.           2014년 4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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