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양항해(Ocean Going)에 나서는 대부분의 선박들은 소화/퇴선 훈련과 충돌 훈련, 유류 누출 대비 훈련 등을 거의 매주 실시하게 된다. 가끔 빼먹게 되는 이유는 악천후와 같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때인데 나의 경우 호주, 미국, 유럽 입항을 앞두고 거의 이틀에 한 번꼴로 훈련을 가진 적도 있었다.
미국의 경우 최초나 입항 후 6개월 경과 후 재입항 시, 예외 없이 미국 해안경비대(US Coast Guard)의 감독하에 소화/퇴선 훈련을 갖게 되는데 여기에서 미흡한 부분이 발견될 경우 재훈련은 물론 심한 경우 출항정지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게 되어 화물을 운송하는 본선과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히게 된다.
하지만, 훈련 미흡으로 결국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회사가 아니라 그 배에 승선하고 있는 선원들이라는 것을 대... 부분의 이들이 인지하고 있고 어느 정도 배에 승선하게 되면 훈련 시 거의 감각적으로 자신이 맡은 자리 나 역할, 숙지사항은 달달 외우게 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이쯤 되면 솔직히 PSC Offcer(Port State Control Officer: 항만국 통제관, 미국의 경우 USCG가 담당하고 호주의 경우에는 AMSA - Australian Maritime Safety Authority가 담당한다)들의 눈은 Life Boat, Rescue Boat, Fire Box와 같은 장비의 상태로 눈을 돌리게 되었고 대부분의 지적사항은 인적과실보다는 물적 과실에서 나오곤 했다.
퇴선 훈련 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각자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장비(Life Jacket, Immersion Suit, Helmet)는 스스로 챙겨 나와야 하며 특히 Life Jacket의 경우, 착용 즉시 본선 바깥의 Muster Station(집결지)으로 나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침수 중인 선박 내에서 Life Jacket을 착용하고 머물게 되면 오히려 선내에 고립되는 역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세월호 사건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 바로 이것이었다. 선내 인원에게 Life Jacket을 착용할 것을 방송했다면 선내에 머물게 할 것이 아니라 규정된 Muster Station으로 승객들을 집결시켰어야 한다는 것... 선내에 고립되었다가 발견되고 있는 희생자들이 예외 없이 Life Jacket을 착용하고 있다는 것이 이것을 반증한다.
애초 Life Jacket을 착용할 것을 방송했을 때 아울러 승객들을 바깥으로 데리고 나올 수만 있었다고 해도 이와 같은 대참사는 어느 정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 사진은 퇴선 훈련이 아니라 Rescue Boat를 정비하는 사진입니다 - 혹시나 오해할까 봐..ㅠ.ㅜ
전재성- face book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