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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Jun 15. 2019

태풍 너구리를 지켜보며

제8호 태풍 너구리(NEOGURI)는 한국에서 제출한 이름

-제8호 태풍 너구리 (NEOGURI)의 진행도. 기상청 홈피에서-


 이 태풍은 오늘(2014년 7월 11일) 09시경 온대저기압으로 변질되었으며, 이것으로 제8호 태풍 너구리(NEOGURI)는 태풍으로서의 생을 마감하게 된 것이다.


 금년에 여덟 번째로 발생한 너구리라는 이름이 붙여진 태풍이 북상 중이라는 기상뉴스를 들으며 어느새 내 신경조직은 심상치 않은 태풍 내습이 우리나라에 혹시 찾아오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불길한 예감 때문에 뉴스를 다시금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이미 현업을 떠나 있는 상황이기에, 승선 중에 당했던 태풍에 대한 기억조차 멀리 지나간 옛이야기가 될 법하건만 그래도 명예퇴직으로 현장을 떠난 4년이 될 즈음에 어렵사리 다시 비정규직 근무로 3년을 더 근무해보고 떠난 형편이니, 기상상황이 생활의 전부를 차지한 듯한 승선 중의 분위기 속 삶은 계속되었음이라 태풍이란 단어를 듣게 되면 그렇듯 예민한 반응이 거의 반사적으로 내 행동에 이어짐은 어쩔 수 없는 습관인 것 같다. 


아무래도 무겁고 섬뜩하게 까지 느껴지는 태풍 내습이란 것이 그 수많은 올라오는 갈림길 중에 하필이면 우리와 밀접한 연관이 닿는 루트를 택해 올라오려는 것일까?


비바람에 온갖 소리까지 동반하며 몰아쳐 오는 자연의 횡포에게 어쩔 수 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든 승선 중의 형편을 다시금 되새겨 보는 지금의 현실에서 너구리라는 우리나라가 내준 이름의 태풍이 애간장께나 녹이려 나보다 걱정스러웠다.


 이렇듯 기억 속에 새겨지며 태풍이란 단어가 구체적으로 나와의 인연 속에 들어선 사건은 사라호 태풍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1959년 9월 17일 추석날 새벽. 제주를 덮치고 경남 쪽 남해안으로 상륙하여 당시 우리나라에 천문학적인 손해를 입히며 많은 인명피해마저 마다지 않았던 사라호 태풍 말이다.


  거제도로 상륙하며 남해안 지역을 휩쓴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던 부산 영도의 해양대학을 신입생으로 찾았던 1961년 3월 초 아직도 겨울의 한기가 남아 있던 학교 운동장 아래 해변가에는 바위와 굵은 자갈들이 뒹굴고 있는 황량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미 1년 반이나 지난 세월에 찾아왔었던 사라호 태풍이 남겨준 상처라고 전해주고 있었다.


 이렇게 태풍 영향 아래의 지나쳐버린 간접적인 상황으로 처음 만났던 태풍이지만, 그 후 선원으로 근무한 50 년이 넘는 세월엔 직접적인 만남까지 겪으며 숱한 태풍의 영향 속을 살았기에 언제 어느 곳에서 듣든 태풍이란 단어는 결코 그냥 지나쳐버리지 못하고 머뭇거리게 되는 심정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런 습관이 오늘 지나가는 뉴스로 전해주는 태풍 너구리 이야기를 무심하게 지나치지 못하고, 어쩌면 비감한 마음으로 까지 변하는 건 아닐까? 지레짐작해가며 가슴 서늘하고 시리게 만드는 일로 다가서지 않기를 간구하며, 또 그리 되리라 믿어보는 심정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었다.


내가 이번 너구리 소식을 처음으로 들으며 제일 걱정스레 여겼든 일인, 오키나와를 지나친 후 그대로 북상하여 제주도를 스치며 우리나라는 남에서 북으로 관통하듯 북서 진하여 온갖 피해를 입히는 최악의 경우를 떠 올리며 그런 경우만은 피하도록 해주세요. 기도하는 마음을 가지며 나선 것이다.


아직 며칠 있어야 나타날 태풍을 미리부터 걱정하며 초조해하는 것은 너무 불필요한 걱정이며 정서의 낭비라고 이야기해도 할 말은 없겠지만, 그래도 그런 최악의 경우는 결코 되지 말고 우리나라만큼은 그나마 덜 피해를 보는 태풍의 코스로 아우러지길 바라며 태풍 너구리의 정보에 앞서 태풍의 의미를 다시금 상기 정리해 본다.


태풍은 지구의 자정(自淨)을 위한 특별한 행사일까?


태풍은 직접 당하는 당사자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무섭고 끔찍스러운 일이지만, 지구 자체로 본다면 더할 나위 없는 필요악이라 할 수 있는 일로 여겨지고 있다.


첫째 중요한 수자원의 공급원으로서 물 부족 현상을 단숨에 해소시켜 줄 수 있다.

둘째 저위도 지방에 축적된 대기 중의 에너지를 고위도 지방으로 단시간에 이동시켜 지구 상 남북 간의 온도 균형을 유지시켜 준다.

셋째 해수의 아래위를 뒤섞어 순환시킴으로써 바다 생태계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쉬운 예로 적조현상 제거 등)


여기서 일반적으로 태풍이라고 하는 것은 


태평양 북서부에서 발생하는 태풍(TYPHOON)과 태평양 북동부와 대서양에 걸쳐서 발생하는 허리케인(HURRICANE), 인도양과 남태평양에서 발생하는 싸이클론(CYCLONE)으로 모두 그 해역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비바람을 가지고 나타나는 열대 저기압이 점점 커진 각각의 기상상황을 이르는 말로 지역별로 위와 같은 이름을 갖고 있다.


어쩌면 인간들 때문에 침체와 만네리즘에 빠져 나락을 헤매는 자연의 현상에게 바닥부터 뒤집어 엎어서 물갈이하는 강제순환을 시켜, 더럽혀지고 어지러워진 상황에서 벗어나 다시금 일어나 자정 할 수 있는 힘을 주려고 그리도 강력하게 우리를 대하는 것이 아닐까? 태풍 일과 후이면, 늘 그 어려움을 식히면서 느껴보고 생각하던 감정이 그랬던 것 같다. 


태풍은 발생지 부근에서 작은 열대 저압부(TD, Tropical Depression)로 태어난 후, 주위 수증기의 잠열(潛熱, latent heat)을 취하면서 점점 커지어 열대폭풍 (TS: Tropical Storm) 좀 더 커지면 강한 열대폭풍 (STS: Severe Tropical Storm)으로 불려지며 이때쯤이면 그해에 발생한 순서에 따른 번호와 이름을 부여받으며 더욱 커진 그야말로 태풍 (TY: Typhoon)이란 이름을 갖게 되는 것이다

.

이렇듯 태풍은 이루고 있는 주된 에너지원이 바다 위에서 뜨거워진 수증기의 잠열이기 때문에 움직임 중에 육지로 올라서면 그 에너지를 쏟아내면서 세력이 자연스레 약화되는 성질도 가지고 있다.


1) 발생지역: 동경 170도 보다 서쪽의 적도 부근인 북위 5도~북위 25도 사이의 태평양 북서부인 필리핀 동쪽 해상에서 작은 열대성 저기압에서부터 시작된다.


2)발생후 움직임: 초기에는 무역풍을 타고 서북서진하다가 점차 북상하여 편서풍을 타고 북동 진한다. 해수온도가 따뜻한 해역에 이르면 그 에너지를 받아들이듯 천천히 또는 움직임을 멈춘 후 위세를 키워 나가는 시기를 전향이라 하며 전향 후엔 속력이 빨라진다..


3) 일단 커질 만큼 커진 위력을 가지고 전향을 시작하면 움직임을 빨리 하기 시작하는데 이때 진로는 약간씩 오른쪽으로 변화한다.


4) 진로상에서 육지를 만나 상륙하게 되면 가지고 있던 에너지를 방출하며 따라서 그 위세가 작아지기 시작한다.


5) 진행방향이 서진에서 시작하여 반 시계방향으로 돌아서 북진 내지 북동진/동진으로 북태평양으로 빠져나가 저기압의 쓰레기통이라 일컫는 북태평양 베링해 쪽으로 간다.


6) 이렇듯 북서 태평양에서 강한 태풍이 된 것은 모두 수온이 28℃ 이상인 곳에서 급속히 발달한 것으로 필리핀 동남쪽 해면이 그 주된 곳이다.


발생 횟수


북서 태평양은 전 세계에서 열대성 저기압(TD)이 가장 많이 발생하며 또한 가장 강하게 발달하는 지역이다. 태풍의 발생 횟수는 연간 약 31개 정도이나 변동도 커서, 많은 해에는 40개 가까이, 적은 해에는 20개 이하인 경우도 있다.


태풍은 연중 어떤 달에도 발생하지만, 1월부터 4월까지는 매우 적으며, 따뜻해짐에 따라 점차 많아져 7월부터 10월까지가 가장 번번하다. 


일반적인 태풍의 발생 시기와 해역 그리고 이동경로를 살펴보면, 필리핀 동쪽 북위 05도~20도 부근에서 작은 열대성 저기압으로 생겨 처음엔 서진하면서 가다 멈추다를 반복하며 열대해역의 뜨거운 열량으로 그 세력을 키워내다가 북위 22도 부근에서부터는 움직임을 빨리 시작하며 북서진 또 북진, 그리고 북동진 식으로 점점 오른쪽으로 선회하며 우리나라 쪽으로 온다고 보면 될 것이다.


태풍은 열대에 있는 동안은 시속 20 ~ 25km로 비교적 느린 속도로 서쪽 또는 서북서로 진행한다. 발생한 태풍 가운데 3분의 1 정도는 그대로 서쪽으로 진행하여 필리핀, 대만 또는 남지나해로 들어간다. 하지만 나머지 3분의 2의 태풍은 도중에 진로를 북쪽 또는 북동쪽으로 바꾸어 우리나라 부근으로 향한다. 


여기서 우리나라 쪽으로 오는(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3분의 2가 되는 태풍의 진로를 예상해 보면 


1) 중국 동부 연안 쪽, 

2) 황해 가운데, 

3) 우리나라를 남서에서 동북으로 관통, 

4) 남해를 비스듬히 쫒아 동해로 가는 것과 

5) 일본 규수로 상륙하여 일본 열도 위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

6) 일본 남쪽의 태평양을 동진하는 것.


이들은 모두 북서진에서부터 북동진으로 바뀌어 가며 북태평양으로 빠져나가는 루트로 볼 수 있으며 그 끝은 결국엔 온대성 저기압으로 떨어져 소멸되는 일생을 가지는 것이다.


이처럼 태풍의 루트는 계절과 주변 기압 분포에 따른 기상상황의 영향을 받는 일이지만 그 외에도 참고되어야 할 여러 가지 여건을 살펴가며 미리 그 루트를 그려가며 대비하는 것이 바다 위에서의 태풍 피항 법이었다. 


이렇게 쉽게 기본 적인 루트는 예상하지만, 태풍의 루트는 태풍의 발생 시기. 발생장소, 기타 기상학적인 여러 가지 요소가 혼합되어 그 움직임의 모양이나 크기, 움직이는 시간에 천차만별의 다름을 가지곤 한다.


이번 너구리는 발생한 시기나 장소로 봐서 우리나라 쪽으로 오는 것이 확실하기에, 가장 바람직한 루트로 6번 루트나 더 남쪽 길로 들어서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지만 계절적으로 그런 루트는 우리나라의 가을이나 겨울이 찾아올 무렵의 루트로 여겨지니 바랄 수 없어 보였다.


하여간 우리나라 입장만 앞세워 놓고 볼 때, 태풍이 지나가는 길목의 왼쪽에 우리나라가 위치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움직임이기에 위의 루트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피해가 적은 순서로 적어본다면 6),1),5),4),2), 순서가 될 것이지만 이럴 경우 많은 피해를 갖게 되는 이웃 국가도 있게 될 것이다. 3) 번은 결코 원할 수 없는 행로이다.


이제 태풍이 일본을 정통으로 지나치는 루트에 확정적으로 들어섰음을 보는 형편에서 이미 오키나와가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소식에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많이 편해진 입장이 되는 걸 좋아라 하는 마음 되었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일본이 왜 그렇게 정통으로 피해를 입어야 되는가? 하는 측은지심을 이웃사랑으로 라도 가져보려 다가 현실의 이웃으로 일본을 새삼스레 다시 보는 꼬투리가 튀어나와서 심기가 자연스레 흩으러 졌다.


요 근래 일본 우익 정치인들이 이웃과 세계를 상대로 행하는, 우리들 정서에 반하는, 국제사회에서의 독불장군 같은 정치적인 행각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때는 때 대로 식의, 그런 험한 일을 당하는 거야 하는 마음이 들고일어나는 것이다. 


그래도 쓴웃음을 지어보며 무고한 사람들이 상하는 일일랑은 결코 없었으면 간절히 빌어 보는 것으로 내 야속하고 악독할 수 있는 마음을 다독여 주며 민망함을 털어내고 있는 것이다.


너구리는 히로시마 원폭의 수천 배 이상의 에너지 위력을 가진 태풍이고 사람들에게 다가와 피해를 입히는 괴물이 되긴 했지만, 어쩌면 물로 씻어주고 바람으로 날려버리어 인간으로 말미 아마 더럽혀진 자연과 인간들의 교만한 심성을 정화하느라 그런 일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아전인수격으로 떠올려 보고도 있다.


아울러 세월호 사건으로 만신창이가 된 이 나라의 현실에서 좀 더 바람직하고 이치에 닿는 뒷마무리를 열심히 빨리하라며 잠깐 생각하는 시간을 벌어주느라 그리 바쁘게 찾아오며 다그치시다가 그래 잘해봐라 새삼스레 맡겨보는 심정으로 멀어져 간 것이 아닐까?


세월호 사건으로 서러워지고 억울해진 이 사회의 모든 일들이 하루빨리 해결되기를 바라며, 이제 이례적으로 속력까지 늦춰가며, 일본 열도를 남서에서 동북으로 관통하여 차분하게(?) 자근자근 밟아가듯이 달리고 있는 너구리의 마음에 왜? 하는 물음을 달아보는 내 속셈의 진심은 어디쯤일까? 슬쩍 되돌아본다.


태풍 너구리의 초기 발생을 알았을 때 제발 우리나라로 찾아오지 말고, 그래도 북상해야 한다면 차라리 우리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일본이나 찾아가서 그들을 정신 차리게 해 주지~ 하는 식의 남 탓을 하였던 내 생각을 좇아 준 것이 아니라, 그냥 이웃에게 좋은 에너지를 전달해주려는 뜻이었기를 이제와 간절히 소망해보는 갈대의 본능을 닮은 듯 한 내 마음을 그냥 쓴웃음 지으며 보내고 있다.


게다가 너구리라는 태풍 이름, 하필이면 한국에서 지어준 성명이다. 많은 피해를 입힌 태풍의 이름이라 하여 앞으로는 자동으로 퇴출될 것이기에 지금 이 글은 <태풍 너구리>를 위한 마지막 조사(弔辭) 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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