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희태 Jul 13. 2019

세월호(歲月號)사고

세월호 사고 두번 다시 없어야 할 사고이련만

 세월호(歲月號)라는 이름을 가진 청해진 해운 소속의 인천발 제주행 국내선 여객선이 급격한 선체 경사를 당하여 급기야는 선체침몰(船體沈沒)에 이르게 되어, 즐거운 수학여행을 떠났던 한 학교의 고교 2년생들을 포함해 승선했던 수 많은 인명을 잃게 한 모진 사건이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8분경 진도군 조도면 맹골수도 부근에서 발생했었다.

인터넷에서

  어느새 그런 끔찍한 일이 생겨난 지도 100일을 훌쩍 넘어서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수중에 남겨진 채 가족들 품에 안기지 못한 실종 희생자가 열 명이나 남아 있는 현실에서, 이 일의 바람직한 마무리를 곁들인 누구나 납득할 만한 뒤처리 과정을 위해 살아 있는 사람들이 꼭 이뤄내야 하는 필요한 입법 활동도 한다더니, 현실의 국회에서는 바람직한 의견 접근조차 지지부진한 현황이니 참으로 답답하여 절로 한숨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결단을 내어 마무리 지어야 한다. 앞날에 또 생길지도 모르는 동종의 사고에 미리 대비하고 싶은 확실한 의미로서라도 이번 사고의 원인을 샅샅이 살피어 책임 소재를 밝히고, 고침이 필요한 제도나 관행 그리고 의식까지도 개혁하는 일이 기필코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현재 모든 당사자들이 소임에 합당한 책임추궁도 받게 될 재판의 진행도 시작되고 있지만, 나는 이 재판에 앞서 해난심판법에 의거하여 설립되어 있는 해양안전심판원(海洋安全審判院,Korean Maritime Safety Tribunal)이 직접 나서서 일차 사고 조사 및 원인 규명등의 해양,해운의 전문적인 안목에서의 결말을 이끌어 내어 본 재판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해난사고를 관장하는 특별법에 의거하여 존재하고 있는 해당기구가 이런 대형사고가 났는데도 제대로 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은, 그 법을 제정한 정신에도 어긋나는 일이라 믿어 지기 때문이다.


 즉 이번 사고가 해양안전에 대해 커다란 문제점을 야기시켜 놓은 점을 고려하여, 해양 해운이란 전문 분야를 관장하는 당해 부서로서 확실한 원인 규명과 필요한 대비책을 찾아내어, 후일에 있을 수 있는 사고까지도 사전 예방하는 바람직한 해결안을 찾아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를 만나며 도덕적으로도 너무나 허망하고 억울한 현장 상황 때문에, 전국민이 공통적인 감정으로 빠져들게 된 거의 무조건적인 분노는 어쩌면 중세 서양 사회에서 마치 마녀 사냥에 빠져들었던 사회적인 분위기 같은 경우에 비견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은근한 우려의 맘도 드는 것이다.


 사고와 큰 관련 없는 부문에 까지 희생양을 만들어 낼 수 있고, 해결의 흐름도 왜곡시킬 수 있으며, 더하여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도 못 미치는 새로운 잘못까지도 덧붙일 수 있는 것이니, 다시 한번 더 사고의 원인을 정확히 짚어내어 꼭 고쳐야 할 제도나 관행은 수정, 정비하고 국민의식 역시 개선할 수 있는 참신한 비젼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고가 해양안전에 위배된 필연적인 원인을 만들어 가지며 발생했다는 점을 상기하여, 알게 모르게 이번 사고의 영역에서 크던 작던 간에 영향력을 끼치며 참여한 모든 당사자들에게 무조건적인 일벌백계의 중벌을 주기 보다는 해당사항에 걸맞은, 중대한 책임을 요구당하는 직책과 일반 당직자로 그 경중을 확연히 구분하여, 본재판에서의 공정하고 합당하고 필요한 참조가 되었으면 바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내가 생각하는 침몰의 필연적인 원인은 이 배가 출항시 적법하고 안전한 무게 중심을 가지지 못한 채로 목적항 제주를 향해 출항항인 인천을 떠났다는 점이다. 


 항해중인 선박이라면 어떠한 선박이라도, 선체내, 외부에서 발생한 힘에 의해 선체가 한쪽으로 경사가 되면 그 반작용인 반대쪽으로 복원되려는 힘도 있는 건데, 이 복원력이 계속 소진 줄어들 수밖에 없는 최악의 출항 컨디션을 가지고 출항한 것이 세월호가 자신의 마지막을 재촉한 근본적인 원인이 된 것이라 여겨진다.           .


 항해 중 선체 하부에 실려 있어 발라스트와 같은 작용을 할 수 있는 연료유, 청수등의 소모량이 사고가 난 해역에 도달했을 무렵에는 무게중심이 경사의 반전을 일으킬 수 있는 극한점을 넘어서게 하여 복원력을 상실하였으니, 그때쯤 만났을 조타행위 등의- 항해중 통상적인 일이지만 - 조그마한 외력에 의해 배의 기울어짐이 시작 더욱 확대되면서 침몰에 이르렀다는 추정을 무리없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선체경사가 반전될 수 없는 막판 컨디션으로 굳어진 시점이 맹골수도를 달려갈 무렵이었고, 이때 침로 변경을 위한 변침이나 통상적인 침로 수정을 위해 타를 사용했을 경우라도, 타효에 의해 선체가 선회하면서 만나게 되는 외방경사 현상에서 다시 내방경사 그리고 원 상태로 돌아 갈 수 있는 복원력이 점점 상실되어 가던 중이니, 그대로 기울어진 상태는 이어져 갔을 것이고, 더하여 갑판이나 선창내부에 선적된 제대로 고박되지 않은 컨테이너 등 화물 역시 경사된 쪽으로 미끄러져서, 더욱 급격한 선체 기울기를 부채질하여 최악의 전복된 침몰사고를 도와준 꼴이 된 것이리라.


 선박이 물 위에 떠 있는 물체임을 알려주는 단어, 복원력은 같은 선박이라도 선적량에 의한 흘수의 변화와 화물창내의 선적위치에 따라 달라지므로, 화물을 선적할 때는 적하의 상태별로 복원력을 계측하고 실시하여, 최종 출항시 컨디션으로 기록 유지하여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일에 대비하고 있다. 


 이렇듯 이 배는 모든 항양 선박이 출입항을 전후한 당시의 흘수, 화물 선적량, 발라스트양, 연료유, 청수 등 선박의 흘수 변화에 미치는 모든 항목의 양을 기재한 상기와 같은 적법한 컨디션리포트를 준비하는 사항을 무시하거나 부실 기재한 채 출항한, 그 자체로서 이미 사고를 위한 근본적 준비를 마치고 떠난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조타수가 키(타)를 잘못 잡아 배가 기울게 된 게 이번 사고의 큰 원인을 제공한 것같이 이해하면서 조타수에게도 잘못을 묻는 듯한 소문이나, 일천한 경력의 삼등항해사가 좁고 험난한 수로 해역을 항해한 자체가 잘못된 행동이었던 것 같이 이야기 되는 것 은 승선근무를 해봤던 사람들이 볼 때는 너무나 이치에 안 닿는 이야기로 들리는 것이다.


 지금은 현장을 물러난 형편에 있지만 내가 선원생활로 반평생을 살아왔다는 이유로 선원들 편을 들어 주려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세월호의 선장은 아무리 내가 선장이었다는 입장에서 좋게 봐주려고 해도 결코 납득할 수 없는, 한마디로 선장이란 직책을 지닌 직업인으로 서의 윤리에도 어긋나는 잘못을 - 제 먼저 배를 버리고 떠나는 상황 하나 로서도 충분히 짐작케 하는- 보여 준 너무나 나약하고 책임감 마저 결핍된 사람이라 여겨진다. 


 더 많은 사람이 구조 될 수 있는 기회를 무산시켜버린 자신의 직책에 합당한 판단에 이어진 적법한 행위를 하지 못한 책임에 대해 엄한 처벌이 있어야 할 것이다.


 선원들은 생활터전을 항상 움직이는 철판 한 치 두께 아래 깊은 심연의 지옥 같은 곳을 이웃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직업인이다. 


 그들의 생활은 그곳에 함부로 빠져 들지 않는 안전을 갖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조심해야 하는 직업적인 숙명도 그렇듯 함께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특수분야인 해양,해사,해기,안전등의 결격사항에 대해서는 일차적으로 해양 안전 심판원의 적절한 참여에 의한 전문적인 판단,심사,심판,권고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사고 초기부터 해당 기관의 철저한 개입이 있어야 했을 것이다.


 사고는 그 사고에 관여한 모든 인적 물적 상황이 시공을 공유하여 마치 그 사고 발생을 돕기 위해 행동한 것 같은 형태를 이루고 있다. 각각의 진행상황 중 어느 한 곳만이라도 제대로 된 대응을 했다면, 결코 사고로 커지지 않고 넘어가거나 피해가 적거나 없을 수도 있는 <아차사고>의 범주로 되는 것을 승선중에 종종 경험해봤고, 그때마다 그 정보를 널리 알리어 모든 동료들과 공유하게 되는 사고에 대비한 안전교육을 실시하면서 승선생활을 해왔었고 지금의 후배들도 그렇게 생활하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런 모든 매뉴얼이 때때로 어렵거나 때로는 귀찮은 경우가 되어 우리들 앞에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이번 경우 같이 육해상 모두가 부정한 방법으로 수입을 올리기 위해 안전을 무시하고 배를 운항 시킨 경우는 참으로 야속한 제일 큰 죄를 만든 것이라 여겨진다.


 어떤 경우가 닥치더라도, 매뉴얼대로 따라주는 것만이 승선하는 사람의 의무요 권리임을 망각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순응하며 대처한다면, 모든 해상의 안전 사고 발생률은 현재보다 훨씬 작아져 우리들 삶의 터전인 바다에서의 끔찍한 사고는 줄어들고 궁극적으론 이 바다 위에서 없어지는 날도 오지 않을까?


 세월호 사건이 난 후, 나의 반평생을 되돌려 참조해가며 살피게 된 현실은 씁쓸하지만, 그래도 재발되는 일로 다시금 온국민이 슬퍼할 일만큼은 제발 없기를 바라는 심정 또한 간절하다. 이제 여기까지 로 내 생각은 접어두기로 한다.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고인이 되신 모든 분들의 영전에 애도의 뜻을 다시금 전하면서 하느님의 영원한 빛이 그분들에게 비쳐지기를 기원 드립니다.  ( 2014년 7월 31일 )

구명정과 구명벌 그리고 퇴선시 유의 사항이 적혀 있는 안내판과 그를 비추는 조명등
구명정 데크에 밤이 오려고, 저녁 노을이 찾아오고 있다


원양선의 구명정과 구명벌(LIFE RAFT)
밤 새워 선적 작업에 임하고 있는 배 뒤의 하늘에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호주 담피어항


LOADER의 SPOUT에서 쏟아져 내리고 있는 선적중인 철광석


도선사,조타수,3항사의 바쁜 출항 중의 모습


출항한 곳은 다르더라도 새벽 뱃길에서 만난 우리 배를 추월해 가고 있는 LNG선 모습

.

기관실내 공작실에서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각종 공구들 모습



매거진의 이전글 태풍 너구리를 지켜보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