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두의 이별과 부두의 배웅
새벽 5시.
아직은 어둠의 끄트머리가 남아있는 시간이지만 부두세를 정하는 새벽 텀(TERM)의 경계인 5시 30분을 넘기게 되면 적지 않은 액수의 부두세를 더 내야 하기 때문에 30분을 넘기기 전에 출항을 하려고 전 부서가 미리 출항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다.
터그보트와 도선사가 거의 같은 시간 본선에 도착하여서 이안 작업을 빠르게 진행시켜 마지막 라인(계류삭)을 0530시 전에 걷어 들였지만 확실하게 만들기 위해 0525시에 모든 라인을 거두어 출항한다고 항만당국에 보고하였다.
선수를 돌려 항구의 방파제를 빠져나오는 시점에 태양의 붉은 웅자(雄姿)가 비록 구름 속에 갇히기는 했지만 그 구름들을 온통 붉게 물들이며 선수 쪽에서 다가서고 있다.
마침 구름의 한 귀퉁이 삐죽이 찢어진 틈새를 찾아낸 태양이 나타나는 것이 마치 나더러 무사히 잘 다녀오라는 의미의 인사라도 보내주는 것 같다.
지난 12 일에 있었던 금세기 마지막 개기일식을 맨눈으로 보려다가 실명한 두 아이가 있었다는 세계의 뉴스를 생각하면서도, 나는 억지로 눈부심을 참아가며 눈길을 한참이나 그렇게 나타난 해에게 보내주었다.
5년 만에 찾은 포항이었다.
외형적으로는 그동안 많은 발전을 이룬 것 같다. 하지만 해운이 있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해운의 원조 같은 선원들을 무시하는 인식의 꼬투리가 여전히 남아 있는 광경을 접하며 섭섭한 마음도 있었다.
아직도 개선되지 못한 채 남아있는 몇 가지 점을 확인하여, 실망한 마음 금할 길 없든 심정 속에 나흘간의 바삐 서둘던 포항에서의 양륙 작업 및 정박을 끝내고 출항하는 것이다.
가족 방선의 기회를 즐기던 선원 가족들 중 어떤 이는 엊저녁에 이미 배를 떠나 집으로 돌아갔지만, 한 시 한 초만남의 시간이 아쉬워 남아있던 가족은 새벽 일찍 일어나 부두에 내려서서 떠나는 우리를 배웅해주고 있다.
드디어 부~웅 기다란 장음의 기적을 울려 퍼뜨리며 배는 선수를 천천히 돌리어 방파제에 들어섰고 또 빠져나오며 호주의 석탄 수출항인 다림풀베이를 향한 장도에 오르고 있다.
Von Voyage!
떠나는 이나 보내는 이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원하는 애틋한 석별의 인사가 조용히 포항 바다 위를 스러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