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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합수술

찢어진 맨살 꿰매기

by 전희태


090404병실 016.jpg 선내 병실(위생실),욕조,약국도 있음.


이기사가 기관 공작실에서 일을 하다가 해머로 밀어 넣기를 위해 대 놓고 두드려 주던 파이프가 튀어 나가면서 그 한끝이 왼쪽 눈 아래 두덩에 맞아 2 센티미터 가까운 피부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그토록 <안전에 대해 강조하고 조심할 것>을 교육했었건만 또 사고가 나? 하는 것이 소식을 처음 들으며,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느껴가진 내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미 사고는 터졌고 이제는 최소한의 피해로 사고의 후유증을 축소하는 뒤처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 찢어진 부위를 꿰매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인데 배 안의 관계자들 가운데 아무도 그런 일을 실제로 해본 사람이 없다며 멈칫거리고 있다.

3항사가 선내에서는 의료기 및 약품 담당 사관이니 그에게 배운 대로 일을 처리하라고 지시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그들만으로 처리하도록 내 버려두었으나 제대로 일을 해결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들의 행태가 미덥지 못했던 일기사가 계속 수술할 만한 사람을 찾아 선내를 쏘다니며 수소문하고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선내 병실을 찾아갔다.


마침 처음 시도했던 수술에서 일차 실패한(?) 삼항사가 땀을 뻘뻘 흘리며 다시 시도하고 있다.

손이 떨려서 수술 바늘을 상처에 대고 제대로 깁지를 못하고 있었고 수술당하는 당사자도 마취주사 없이 하는 일이고 자신 없는 태도로 자신의 상처를 꿰매려는 사람을 보며 -실제로는 눈을 감아서 볼 수는 없었겠지만- 핼쑥해진 안면에 불안한 마음 되어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3항사! 배웠던 대로 해라. 너무 깊지 않게 찬찬히 꿰매면 되는 거야.

우선 시술자인 3항사에게 안심하고 수술에 임하도록 응원과 격려를 해주었다.


제대로 된 간단한 봉합 수술을 위한 기구로 수술용 실과 바늘과 감자와 핀셋도 있는 상황에서, 진짜의 수술은 못해봤어도, 최근에 위생교육을 받은 3항사가 그나마 수술 장갑을 끼는 게 최선의 대처이다.

한번 더 격려와 응원으로 다독여서 차분해진 마음으로 결국 두 바늘을 기워 묶었다.


3항사로 처음 배 타기 전에 위생 면허 취득을 위해 연수원에서 위생교육을 받으며 키웠던 실력으로서. 사과와 스펀지를 가지고 열심히 수술 바느질해보던 솜씨가 실제로 펼쳐진 것이다.


이러한 발걸음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실력으로 키워져서, 마치 전쟁터에서 외과의의 수술 기술이 크게 향상된다는 속설과 같이, 다음번 같은 일에선 훨씬 능숙하게 대처할 것이라는 응원의 눈길도 보태주었다.


아울러 환자인 2기사에게도 이제는 봉합수술이 원칙대로 되었으니 빠르게 괜찮아질 것이라 토닥여 주었다.


사실 환자 본인은 두 바늘을 묶어낸 후 그야말로 생살을 꿰매는 아픔에 더 이상 수술을 원하지 않아서 끝을 내었지만, 사실은 한 바늘만 더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은 수술이다.


소독을 하고 항생제를 먹게 한 후 며칠간 계속 소독 치료를 하도록 지시하고, 그래도 봉합수술을 했으니 상처는 꿰매지 않았을 때보다는 훨씬 빠르게 아물 것이란 믿음을 주고받으며 수술 현장을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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