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항 외항에서 닻을 올리면서 맞이 한 일출 광경.
밤 열 시 십분.
광양항 도선구인 대도 등대 남쪽 3 마일 부근에의 입항 준비에 대비한 줄인 속력인 Deadslow ahead(초미속) 로 접근을 시작한다.
등대의 일을 열심히 시행하느라고 돌아가면서 비쳐주는 대도 등대의 불빛을 한 번씩 온몸에 받으면서, 원하던 자리보다는 좀 더 남쪽으로 떨어진 곳에 투묘를 했다.
닻줄을 한참 신출시키고 있는데 주머니에 넣어 둔 핸드폰의 음악 벨이 울려 나온다.
-여보세요.
응답을 하면서 직감적으로 아내한테서 온 전화라는 걸 의심치 않았음은 이 전화기를 우리나라를 떠나면 쓰지 못하면서도 계속 휴대하고 외국을 다니는 이유가 이렇게 국내로 돌아오면 즉시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는 편리함이 있기 때문인 데, 마침 도착하였으니 바라던 일이 생긴 것이 아닌가.
-여보세요? 지금 어디까지 왔어요?
-지금 금방 도착하여 닻을 내리고 있는 중이었어요.
-이번 항차 좀 더 늦어졌으면 바람 때문에 고생했을 건데 무사히 도착해 다행입니다.
아내는 나의 도착을 확인하며 방선 시에 가지고 내려 올 내 옷가지와 물건들의 목록을 체크하면서도 무사히 도착했음을 감사하는 마음도 은근히 비쳐 내 보인다.
-그래요 무사히 도착한 건 모두 당신 덕택입니다.
덕담의 말을 곁들여 응답하고 보니 진짜로 그런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우리가 지나온 뒤에서 생겼다가 잠깐 없어진 듯 보이기도 했지만, 어느새 부활하여 열심히 꽁무니를 쫓아오는 듯 싶었던 태풍 지아(ZIA) 때문에 걱정도 많이 했었다. 몇 시간 전에 일본 규슈로 상륙하여 일본 열도를 자근자근 밟아가듯이 북동진하고 있음을 텔레비전 뉴스로 들으며 어제 까지 우리 배가 지나온 뱃길 위를 휩쓸어 쫓아왔지만 이제 일본 규슈 쪽에서 태풍으로는 마지막 코스에 접어들었음을 확인하였으니.....
이제 우리나라에는 직접적인 큰 영향도 없지만 그래도 동해와 영남 해안 쪽으론 폭풍주의보가 발효 중이라 주의를 요한다는 정도로 무사항해를 이루게 되었음을 가족과 함께 이심전심의 기쁨으로 나눈 것이다.
-내일 봐요
-예, 안녕히 주무세요.
아직 남아있는 투묘 작업 뒤처리의를 끝내기를 위해 전화를 끊는다.
닻이 제대로 박힌 모습이 되면서 선수는 조류가 흘러 오는 방향으로 조용히 세워저가고 있다. 주위를 가만히 살펴본다.
지금까지 고민했던 태풍이나 강풍 등 모든 외적 사항은 깡그리 잊은 듯한 편안한 모습 된 광양항 대기 투묘지 주위는 잔잔하고 매끈한 특유의 남쪽나라 바다를 펼쳐 보이고 있다.
어둠을 밝혀주려는 우리 배의 갑판 조명등 불빛에 곁들여저, 한 번씩 갑판을 스치며 물 위에도 그려주는 대도 등대 불빛의 긴 트랙까지 합세한 조용한 시간은 깊은 한밤으로 흘러가고 있다.
먼저 와서 닻을 내리고 있던 배가 두 척이나 있어서 예정했던 투묘 지에 닻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그 배들의 옆쪽에 투묘하며 이번 항차의 귀항 첫날밤을 조용히 맞고 있는 중이다.
항만당국에 도착 보고를 했다. 내일 아침이면 부두로 옮겨질 예정이라던 반가운 소식은 그대로 변함없이 유효하다고 확인해 준다.
항해자가 항해를 완수하며 가지는 가장 흡족하고 편안한 순간이 바로 이런 때이다.
항계에 도착할 때까지 내내 브리지를 지키며 서 있던 다리의 긴장이 갑자기 풀어지며 새삼 피곤함을 느끼는 다리를 올려 폈다 오므렸다 움직여 주며 힘껏 기지개까지 더해주었다.
-자! 모두들 수고 많이 했어, 뒤처리한 후 쉬도록 하자고~,
-선장님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그래, 당직자는 내일 아침 쉬프팅 사항에 유념하고, 당직 잘서요.
무사히 완수한 항해에 대한 기쁜 인사를 나눈 후 선장부터 먼저 브리지를 떠난다.
내일이면 만나게 될 가족과의 재회 생각에 절로 흐뭇함을 즐기며 계단을 내려섰다.
방으로 돌아와 간단히 씻고 피곤한 몸을 자리에 눕히며,
아침이면 부두에 들어가는구나!
새삼 무사 도착에 안도한 심정은 어느새 꿈나라를 찾아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