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건너는 새들의 중간 휴게소이고 싶은 배
도둑(해적) 방지 당직을 서던 초저녁 당직자들이 백로와 비슷하게 생긴 흰 새 한 마리를 갑판에서 잡아 데리고 있다가 새벽녘 동이 터 오는 GELASA CHANNEL부근에 있는 섬을 향해 날려주니 시원스레 훨훨 날아갔단다.
뱃사람들이 거의 미신 같이 신봉하는 의식 속에는 배 안으로 날아들어온 생물체는 절대로 해코지하지 말고 보호해 주라는 불문율 비슷한 것이 있다.
엊저녁 그 새를 붙잡아 놓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런 불문율이 발동되어 왜 그런 짓을 하느냐고 따지려고 했더니 새를 붙잡은 이유가 살려주고 도와주기 위해 그랬다고 하기에, 뱃사람의 자비 가득 찬 마음으로 행한 행동이려니 믿어 더 이상 탓하지도 않고 오히려 동참하며 응원하였었다.
사실 어둠 속에서는 멀리 날아갈 수 없는 그 새를 위해서 배에 가만히 있어 쉬게 했다가 육지가 가까이 보이는 환한 때에 보내주는 게 훨씬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그렇게 쉽게 생각하나 그럴 것도 같다.
-새를 날려 보냈더니 비슬거리던 모습과는 달리 아주 잘 날아가던데요.
무사히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난 후에 날려 주었던 당직자가 나에게 전해준 이야기이다.
그렇게 갑판에서 잘 있다가 살아서 날아간 새도 있지만, 백로보다 훨씬 작고 부리가 뾰족한 어느 새는 똥을 여기저기 싸놓은 채 갑판에 쓰러져 누워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죽은 줄로 알고 들어서 바다에 버리려고 하였더니, 힘겹게 눈을 뜨며 약간의 기척을 하는 데, 행상이 살아서 산 것이 아닌 비관적인 상태였다.
그냥 그 새가 쓰러져 있던 장소에 다시 살포시 놓아주며 정신 차리기를 기원했지만 아무래도 한두 시간을 넘기지 못할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한참이 지난 후, 문득 드는 궁금한 마음에 다시 찾아가 봤을 때는 이미 싸늘하게 몸이 식어 있다. 들어 올려 확인한 후 바다로 돌려보내 주었다.
아마도 요전 날. 내가 아침 운동할 적에 멀리 숨어 버리지 못하고, 계속 내가 가는 앞쪽으로 가서 앉았다가, 내가 다시 접근하는 형식이 되면 날아올라 도망가는 형태를 취하여, 새대가리라고 흉을 보게 했던, 알짱거리는 행동을 계속하던 그 새였는지도 모르겠다.
며칠 간을 먹을 것도 없이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하며 계속 배 주위를 맴돌다가 결국 지쳐서 죽게 된 것으로 여겨지는데 배설물로 봐서는 그 자리에 제법 오래 있었던 듯 별다른 게 없었다.
여하튼 내생이 있다면 좋은 곳으로 환생하여 태어나라고 빌어주며 물로 보낸 것이다.
배 위에 남아있는 사체는 어차피 쓰레기 취급을 받아가며 치워 질건 데, 그러기보다는 내가 먼저 처리해주며, <내생에는 좋은 곳에 태어나라.> 빌어주기라도 해서, 잠깐이지만 스쳐 지나는 인연, 좀 더 고상하고 싶은 내 욕심의 표출이 그랬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