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성 용제로 세탁을 하다

바른 씀씀이로 대하자. 인화성 용제는

by 전희태
JJS_1805.JPG 여러대의 세탁기로 세탁물을 구분 세탁하건만


새벽 4시가 못되어 잠에서 깨어났다.

엊저녁 열 시 즈음하여 잠자리에 들기 전에 순다 해협을 한 밤중에 통항해야 하는 예정을 확인하고 있었기에 긴장하고 있던 신경이 어김없이 눈을 뜨게 한 것이다.


우선 창 밖부터 내다보아 선수 방향의 상황을 확인해 본다.

짙은 구름에 가리긴 했지만 그래도 그 구름 속을 뚫어 반투명으로 비치는 열아흐레 달빛의 영향으로 선수 쪽은 희뿌옇기는 하지만 수평선과 하늘이 그나마 어렴풋이 가려진다.


항해에 걸림돌이 되는 배의 등화나 가깝게 보이는 육지도 없이 깨끗하여 아무것도 없다는 걸 확인하며 이미 순다해협을 벗어나 인도양에 들어 설 예정대로 달리고 있음에 안도의 마음을 가진다.

밤새 꽉 찬 오줌보를 열어주러 화장실에 다녀온 후 아침 일과의 시작인 기도를 한 시간 가까이 진행한 후 일어났다.


옷 매무새를 고치고 새벽 운동 나가기 전의 준비로 한 번 더 화장실에 들렀는데 갑자기 코를 찌르는 역겨운 벤젠의 냄새가 샤워실 가득 풍겨 나온다.

샤워한 물이 빠지게 장치된 스커퍼를 통해 냄새가 스며든 것인데 누군가가 이 새벽에 빨래를 하며 벤젠이나 신나를 사용한 모양이다.

그런 행동이 아주 안티 공동 사회적이며 또 위험하다는 사실을 잠깐 잊어버리거나 무시하고 한 행동 이리라.

세탁기에 그런 세제 아닌 세제를 사용할 경우 세탁기의 패킹이나 부속품들이 그 독성으로 인해 녹거나 약해지어 제 수명을 다하여 일을 할 수가 없다.

또한 그 용제들은 매우 휘발성이 강한 인화성 물질이기 때문에 담배라도 피워 물고 세탁에 임하다가는 폭발이나 화재가 날 위험도 상존하는 것이다.


야간 당직자인 2항사나 2기사의 미드나이트 당직 팀에서 새벽에 당직을 끝내고 바로 잠을 자지 않고 발생시킨 일로 추측된다.

대체로 기름에 찌든 작업복을 빨 때에 그런 용매를 사용하니 아마도 기름기와 많이 접하는 기관부 2기사 팀 중에서 누군가가 당직이 끝난 후 더럽혀진 작업복 세탁을 행하느라 발생한 일 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운동하러 나가던 발걸음을 세탁장으로 돌렸다. 먼저 사관 세탁장엘 갔으나 그곳에서는 작동하고 있는 세탁기 한 대 없이 세 대 모두가 조용히 쉬고 있다.

다시 한층을 더 내려가서 부원 세탁장엘 들린다.

따로 가동되고 있든 작업복 전용 세탁기에서 오렌지 색의 부원용 작업복이 시꺼먼 기름때에 물든 모습으로 열심히 탈수를 진행하고 있다.

내 방 욕실에서 맡았던 것과 똑같은 냄새가 코에 들어오나 그렇게 심하지는 않다.

이미 탈수되는 물과 함께 대부분의 냄새는 선외로 배출되면서 그 일부의 냄새가 파이프를 타고 위쪽으로 올라와 풍겨졌든 것이리라.


별일 없으리라 생각하고 세탁을 시행한 사람의 의도대로 진짜 무슨 일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 새벽 사고를 염려해서 세탁장을 두루 돌며 확인한 내 노고는 어디서 보상할 것인가?


전말을 살펴 나도 안심하게 된 연 후, 예정한 운동을 실행하려 바깥 갑판으로 나서며 이 새벽 만나게 된 부지런한 부원의 세탁 행위에 대하여 어떠한 이야기를 해줘야 하나 생각을 굴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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