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화물을 또 실어도 선창 청소를 해야 하는데
이번 항차에는 석탄만 싣던 그간의 선적 환경이 철광석도 일부 실어야 하는 화물 배치로 바뀌게 되었다.
철광석 선적 예정인 5번과 7번 창의 선창 청소는 물로 씻어내어 석탄의 찌꺼기가 선창 내에 남지 않는 수세식 청소를 행해야 했는데 이미 5 번창은 끝내었고 7 번창만 남아 있다.
얼마 전, 포철에서는 석탄의 찌꺼기가 남은 선창에 철광석을 그대로 실어 두 화물이 섞인 배에서 받은 철광석을 용광로에 넣었다가 큰 고장을 일으키어, 철광석 생산에 막대한 차질을 빚은 적이 있었단다.
그 일로 인해 앞으로 그런 사고를 내는 선박의 선사는 일 년간 선복량을 계약하는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금지시켜 버리겠다는 공문을 각 선사들에게 발송하였던 모양이다.
그러니 주의해 달라는 공문을 받은 회사는 그 공문의 사본을 본선에 보내며 주의할 것을 당부하였으니 우리가 지금 실시하고 있는 저 선창 청소가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회사의 당부가 없더라도 이미 선창 청소는 우리가 짐을 실러 가는 항해 중에 실행하여야 하는 당연한 일로서 수당도 받는 일이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낮 시간의 3항사(8시~12시)와 2항사(12시~16시)의 브리지 항해 당직을 내가 대신하여 서주면서 그들을 선창 청소하는 인원으로 차출시켜 선창으로 내려 보내 주었다.
꼬박 네 시간 씩 두 번에 걸친 여덟 시간의 항해당직을 앉지도 못하고 서서 버티느라고 다리가 뻣뻣이 굳을 정도이지만 청소가 모레까지면 대충 끝낼 수 있어 보여 다리품을 팔은 보람은 생겼다.
파고 2 미터를 넘나드는 파도가 있기에 선창의 폰툰을 열어놓고 하여야 하는 선창 내부 청소 작업이 그리 무난한 것만은 아니다.
순간적으로 가장 안전저해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작업은 본 작업인 청소보다도 오히려 그를 준비하기 위해 꼭 해줘야 하는 부대 작업인 선창 커버-폰툰을 열거나 닫아 주는 순간이다.
레일을 타고 움직이는 폰툰이 양옆으로 갈라지게 열어준 후 움직이지 않게 고정시켜줄 때까지 또 반대로 청소 작업이 끝난 후 고정시켰던 부분을 분리하여 다시 닫아 줄 때 까지가 안전이 가장 취약하고 위험한 순간이다.
그러기에 이 작업이 수행될 때는 파도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을 수 있게- 롤링이 적은-방향으로 배의 침로를 조정하여 주었다가 작업이 끝나면 다시 원 침로로 복귀시키는 일을 제일 먼저 하는 것이다.
이렇게 아침(시작 전)엔 열어주며 저녁(끝난 후)의 닫는 순간을 무사히 마친 후 <오늘의 작업을 무사히 마치느라 수고가 많았습니다.>라는 말을 워키토키로 이야기해주며 같이 일과를 끝낸 기쁨의 노고를 치하해주는 순간의 그 상쾌함은 아무나 모를 나만의 기쁨이기도 한 것이다.
아침 TBM 시간의 마지막 구호는 <낙하물 조심 좋아!>였다.
오늘 작업 처음서부터 계속 존재하는 위험한 요소인 청소해낸 쓰레기(석탄 부스러기)를 선외로 끌어올릴 때의 안전상황을 미리 검토하여 그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작업하자고 요점을 집어내어 외친 것이다.
이런 노력들이 효험을 봐서 비록 모두들 파김치 되기 직전의 피곤함은 있지만 무사하게 오늘의 작업을 끝내니, 감사한 마음 들었다.
그래서
-내일도 계속하는 남은 작업에 대한 걱정일랑 미리 하지 말고 푹 쉬도록 합시다.-
라고 덧붙인 인사를 했는데 쓸데없이 앞서 나간 코멘트였다.
내일도 작업이 있다니 그런 거겠지.... 모두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