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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

누구나 공감하는 칭찬

by 전희태
Ȳȥ03(7070)1[1].jpg 이런 석양을 보면 절로 날씨 칭찬을 하고 싶어지지만, 우리는 칭찬을 삼간다. 왜 일까?

-칭찬을 듣고 흥이 난 날씨가 혹시나 너무 신이 나서 흔들어(폭풍을) 줄까 봐, 그러지요.

- 하지만 칭찬은 필요한 것입니다. Photo by Capt. Jeon



<칭찬합시다.> 얼마 전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대통령까지 출연하여 방영된 바도 있는 그런 방송의 타이틀을 빌어다 우리 회사 사보에서도 선원들 상호 간에 칭찬을 주고받게 하는 릴레이 칼럼을 만들었다.


이번 겨울호에 본선의 조기장 S 씨가 추천되어 소개되었고, 다음 호를 위해 그가 또 다른 사람을 추천할 건데 그 대상자를 나도 잘 알고 있는 A통신장으로 정하겠단다.


그는 예전 아내가 한 항차 동승하여 캐나다까지 갔다 올 때의 오션 코리아호에 함께 승선 근무했던 A통신장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당시 동승 기간 내도록 항해 중에는 살롱 사관 식당에서 같이 식사 중이거나, 휴식 시간에도, 아내와 함께 어울려 여러 가지 가정사 등에 대해 담소를 나눌 기회가 많았던 젊은이였다.


그럴 때마다 A 통신장은 부부 사이에 아이도 없이 시부모를 모신, 자신의 아내가 그 일-자식을 낳지 못하고 있는-로 인해 너무 힘든 시집살이를 하는 것이 안타까워 항상 고민하면서 어서 아이를 낳아야 할 텐데 하는 바람을 입버릇처럼 가지고 있었다.


이야기의 흐름은 거의가 가정 내에서 고부간 갈등을 해소하는데, 남편과 아들 된 입장에서 어떻게 하여야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수가 있을까? 하는 문제가 주로 대두되었다.


한 가지의 어렵지 않은 해결책으로, 외지에서 집으로 전화를 걸 때면 절대 아내보다 어머니를 먼저 전화의 상대로 택해 통화를 하라는 방법도 나왔다.

사실 그 통화 방법은 실행하기가 아주 쉬어 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그런 방법 또 한 아니다.

그런데도 그는 이미 그런 방법을 쓰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여, 젊은 사람 치고는 현명하게 처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바로 그런 점을 다른 배에서 그와 함께 승선했던 S 조기장이 본 게, 그를 칭찬하려는 큰 이유가 되었던 모양이다.


-어! 난데, 당신이야! 어머님 계시면 좀 바꿔줘요. 전화가 걸리면 그렇게 통화를 시작하였고, 아버지까지 바꿔가며 따뜻하고 효심이 가득 찬 안부 전화를 끝내고 나서야,

-집사람 좀 바꿔 주세요. 한 후, 다시 부인과 말을 나누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대부분의 선원들이 무선전화를 걸 때, 자기 부인과 이야기를 먼저 나누고 부모님을 찾거나, 심지어는 부모님의 안부조차 잊어버리는 추세인데, 요즘도 젊은 사람들 가운데 저렇게 효심이 지극한 사람도 있구나 하는 감명을 받았다는 것이다.

더하여 선내 부식 선적이나, 선창 소제 작업 등 선내 단체 작업에서는 항상 1,2등을 다투는 선착순으로 참여하는 솔선수범을 보이고, 누구를 만나든 항상 먼저 인사하고 효와 예의를 실천하고 있는 생활을 보여주니 칭찬에 더해 존경심마저 든다고 이야기한다.


당시 아내는 A통신장과 대화를 나눌 때마다, 부인에게도 좀 더 따뜻하게 대해주라면서,

-기도해 드리겠어요. 다가 올 연가에는 임신도 하고 다 잘 될 거예요. 하며

그의 고민을 열심히 맞장구 쳐가며 들어주고는, 매번 용기를 북 돋우는 이야기로 끝맺음을 하곤 했었다.

-어이! 걱정하지 마라, 아마 떡두꺼비 같은 아들 둘은 문제없이 낳을 거니까~

-왜냐하면 아들만 셋이나 두고 있는 선장님과 같은 배를 타고 있었으니까 ㅎㅎㅎ ~ 하며,

우스개 삼은 덕담으로 나도 아내의 말을 적극 응원하곤 하였다.

그런 만남의 인연은 그 항차 국내로 귀항하여, 아내는 집으로 귀가하고, 그는 연가로 하선하게 되어 헤어지면서, 마지막으로~

-이번에는 좋은 소식 있을 거예요. 하는 인사 말을 여러 번 반복하며 헤어지는 거로 끝났다.


그러고 일 년 여의 세월이 흘러갈 무렵.

그가 쌍둥이 아들을 점지받았다는, 소문을 전해 들으면서, 진짜 기쁜 마음으로 뒤늦게나마 축하의 전보를 보내 주었던, 바로 그 사람이다.

이제 그런 인연이 있는 A 통신장을, 지금 우리 배의 S조기장이 칭찬을 적은 메모지로 사보에 낼 이야기를 초안 잡았다고 보여주니, 나로서는 이중의 기쁨으로 흐뭇할 뿐이다.


현재 동승하고 있는 S 조기장도 칭찬을 받을만한 사람인데 (그러니 이미 다른 사람이 그를 지목해 칭찬을 시작한 것이겠지만), 그런 사람들과 함께 승선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S 조기장은 우리 배에 승선한 이래, 매일 새벽 운동 때 보면, 아직 과업 시작되려면 몇 시간이 남은 이른 시간인데도, 그날 과업에 필요한 일을 찬찬이 사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또, 항상 웃는 얼굴로 배 안에서 만날 때마다 깍듯이 인사를 하여, -처음에는 인사에 인색한 한국 사람으로서 받는 것도 당황할 정도였었지만-, 그 인사가 진짜 마음에서 우러나와하는 인사로 느껴지면서 이제는 기쁜 마음으로 같이 인사를 할 수 있게 된 그런 사람이다.


칭찬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인정하는 사람들이 나와 같은 배를 예전에도 탔었고, 지금도 타고 있다는 흐뭇한 사실이 오늘따라 겨울밤이면 반가운 주머니 속의 따뜻한 군밤처럼 뱃사람들의 훈훈한 정을 되새기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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