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잘 깨어지지 않는 재질의 그릇을 사용하지만.
밥그릇으로 쓰이는 사기그릇이 자주 금이 가거나, 테두리의 이빨이 빠지는 일이 발생하여 왜 그런 일이 발생하는지? 원인을 찾아보기 위해 여러 가지로 의견을 모은 것이 오래전 안전품질 회의에서였다.
마지막으로 뽑아낸 일치된 생각은 식사가 끝난 후에 그릇을 각자가 개수통에 갖다 넣을 때, 개수통에 물이 너무 가득 차게 받아 두기 때문에, 그릇을 넣는 순간 튀어 오르는 물기를 손이나 몸에 묻히기 싫은 사람들이, 좀 떨어져서 그냥 던지듯이 그릇을 개수통에 넣기 때문에 먼저 들어가 있던 그릇과 서로 부딪쳐 그릇의 굽이나 테두리의 이가 깨지게 된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또한 물이 가득 차 있는 상태라면 좀 멀리서 던져도 깨어지는 일이 적으리란 생각도 가질 수 있으리란 짐작도 염두에 두었다.
따라서 앞으로 개수통에 물을 받아 설거지를 할 때에는, 두 개의 개수통 중에서 일차적으로 먼저 그릇을 담그는 개수통의 물은 꽉 차지 않게 반쯤만 받아 놓은 상태로 만들어 주어, 각자가 가져온 잔반 그릇을 조용히 찾아가서 넣을 수 있는 분위기가 되도록 유도해 주기로 했다.
그런 방안이므로, 사관들이 내놓는 잔반 그릇의 닦는 일을 담당하고 있는 조리수가 당연히 사관 식당의 개수통에 미리 수돗물을 받아야 하는 일의 방법을 자세히 설명받게 되었다.
그렇게 일이 진행되면서, 어언 석 달 이상 지났건만 아직도 물을 개수통 반쯤만 받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가득 채워 놓는 일을 거의 매일 계속하고 있다가 지적하면 다음날 겨우 제대로 하는가 싶다가도, 다시 예대로 돌아가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심지어는 그냥 수도꼭지를 열어두고 다른 일을 하다가 잊어버렸는지 계속 물이 흘러넘치는 일도 자주 보면서 수도꼭지를 내가 잠가 주는 일을 한 것도 벌써 여러 번 있다.
문제는 우리 배가 풍부한 청수를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게 조수기(바다 위에서 해수를 청수로 바꿔 만들어 낼 수 있는 기계)의 성능이 결코 좋은 배가 아니라서, 때에 따라서는 수돗물 공급을 시간제로 하며 수도꼭지도 잠가두어야 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항시 청수가 모자라서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하는 마음속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이렇듯 -동냥은 못 할망정 쪽박은 깨지 말란 말처럼-, 절수야 못 할망정 낭비는 막아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한 상황으로 일을 하는 조리수를 보면서, 답답한 마음이 들고, 어떤 때는 괘씸한 생각마저 불쑥 가지곤 한다.
결국 자신이 할 일은 스스로가 끝까지 지켜보며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책임감이 많이 결여된 사람이라고 아예 젖혀보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시 그런 일을 저지르는 걸 볼 때마다 어찌 저렇게 등한하게 생활을 할까? 하는 비난 하고픈 심사이다.
평소 다른 일들에서, 그가 보여주는 약삭빠르게 세상을 처신하며 사는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어서 그가 하는 모든 일들이 맘에 안 들고 그냥 일로서는 상종 못할 사람이란 낙인을 찍다시피 그를 보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그는 별생각 없이 시간만 보내며 그렇게 사는 것이 삶인 줄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오늘 아침에도 양쪽 개수통의 물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보며 설혹 넘치게 했더라도-틀림없이 넘긴 것이지만- 그릇 깨지는 방지를 위한 조처로 우리가 결정하고 요구한 양만큼 물의 수위가 되게 뽑아낸 후 막아 놓았다면 지시사항 만이라도 철저히 이행하는 모습으로 비쳤을 터인데, 그는 그냥 그대로 놔두고 있어 또 혀를 끌끌 차는 나를 만들어 주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렇게 이가 빠진 도자기나 사기그릇을 사용하는 데 많은 거부감을 가지고 있어 어지간히 쓸 수 있는 상태라도 그대로 폐기 처분하는 경향이 크지만, 처음 배를 타고 홍콩에 기항하여 시내에 나갔을 때, 마침 점심을 해결하려고 찾았던 현지 음식점에서 그런 귀퉁이가 깨어진 사기그릇에 음식을 담아내 주는 걸 보고 놀랐던 경험이 있다.
당시 깨어진 그릇에 내어 준 음식에 대해 불평을 하던 우리에게 하는 그들의 말씀인 즉, 그렇게 된 그릇 상태가 자기네 음식점의 오랜 역사를 보여주는 진지한 상황이 아니냐며, 오히려 우리의 물자를 헤프게 쓰고 있는 측면을 나무람하는 식이었다.
내 맘속 한 구석을 차지하며 남아 있는 그때 그 기억이야, 중국인의 생활 태도의 한 단면을 내 안에 간직한 것일 뿐, 우리는 우리의 식대로 생활하기 위해, 서로가 약속하고 실천 하자든 작은 방식이 있건만, 그나마 의식이 옅어서 일까?
약속과 지시를 벗어나며 구태의연하게 끝마무리를 못하는 동료를 보게 되니 안타까운 마음 금 할 길이 없어, 주저리 대며 늘어놓은 건데..... 이것이 내 자디잔 생각일 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