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두 사람 간의 갈등

팀워크로 일해야 하건만

by 전희태
지적구호연호.jpg 그날의 안전한 작업 수행을 위한 지적 구호를 연호하는 모습.



아침 TBM시간에 갑판수 한 사람이 아침 식사가 늦어져서 과업에 지장이 있다며 불만을 늘어 내놓는다. 나도 식사를 하러 식당에 내려갔다가 아직 준비가 안 되어 방에 올라와서 한참을 기다린 후, 늦은 식사를 했기에 마침 TBM에 참석하려고 와 있던 조리수에게 오늘 아침의 실수를 언급하며 추후에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그렇게 일이 벌어져 조리수를 향해 이야기를 하던 중에, 아! 내가 왜 이렇게 여러 사람들 앞에서 개인을 질책하는 행동을 하는가? 하는 후회되는 마음도 들었지만 이미 시작한 일이니, 할 이야기는 모두 하고 끝내기로 한 것이다. 미팅을 끝내고 방으로 돌아올 때, 일부러 주방에 들려 조리수를 조용히 내 방으로 불렀다.


좀 전의 여러 사람들 앞에서 그를 지적하여 질책한 점에 양해를 구하면서, 그러나 그가 선내 생활에서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보이는 점을 거론하며, 마음을 긍정적으로 갖고 자신에게 부과된 사항을 제대로 성실하게 처리하여 다른 동료들에게 누를 끼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준다.


그리고 왜 그렇게 보이도록 생활을 하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지금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물어봤다. 대답은 짐작했던 대로 현재의 직계 상사인 조리장과의 갈등구조로 인해 발생된 일이다.


본선에 승선한 그날부터 그의 직속상관인 조리장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배에서 모시던 조리장과는 판이하게 달라, 그 의도를 따른 상사 모시기가 힘들다는 불편한 심기를 토로하는 것이다.


-그간 열심히 조리장이 해야 할 일 조차도 자신이 모두 해왔다고 생각해 왔는데-, 일은 끝도 없이 계속 늘어나건만 잘한다는 이야기는커녕, 잔소리만 듣는 일이 자주 있게 되니, 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꾸중을 들을 바에야 그렇게 열심히 일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좁은 마음이 되어, 지난 항차인 비나신 독킹 수리가 끝나고 호주를 향하던 어느 날 참지 못하고 조리장에게 일을 나눠서 하자며 일방적으로 대들 듯이 따지고 들었던 일이 있었단다.


그 일을 고깝게 생각했음인지 그날 이후 자신에게 주어지는 압력이 너무나 세어지고 잦아졌으며 어떤 때는 다른 선원들까지 합세하여 자신을 괴롭힌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단 두 사람이 일하는 부서의 일인데, 그 두 사람의 마음조차 서로 안 맞아 어긋나기 시작한 감정이 결국 불편한 마음이 오갈 때마다 증폭되면서 오늘에 이른 것이다.

어쨌거나 모든 일의 전말은 자신이 불러들인 것의 결과일 수밖에 없으니 동료들과의 오해나 미움은 진실한 마음으로 속을 터놓고 이야기하여 해결 함이 좋겠다고 이야기해본다.

현실적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대해서는 최선의 겸손한 마음과 태도로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할 것이란 점을 부각하여 강조하던 중에, 그까짓 거 자리(배)를 떠나 버리면 이 모든 게 해결되는 건데~ 하는 식의 도피성 태도가 얼핏 엿보여서 따끔한 말 한마디를 덧붙여 준다.


배를 타면서 안되고 해결 못했던 일이, 육상에 가면 잘 될 거라는 식의 믿음으로 쉽게 배를 버리고 떠났던 사람들의 후일담은 웬걸, 힘든 현실을 도피하려는 핑계였을 뿐, 그리 잘 된 일은 내 경험으론 한 번도 보질 못했다고 강조하면서. 현재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태도야 말로 언제 어느 곳에서 어떠한 난처한 경지에 처하더라도 그 궁지를 헤쳐나갈 수 있는 바람직한 인생살이라고 이야기의 끝맺음을 해주었다.


-네, 잘 알았습니다.

하는 말을 남기며 내 방을 떠나갔지만 앞으로 얼마나 잘 해 나갈는지는 두고 봐야 할 숙제로 남겨졌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선창 내로 물이 스며들어 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