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결하고, 힘을 합쳐 모든 일에 대처하면서 우리는 성취의 기쁨을
이번 항차 실시한 과업에는 위험하거나 협착한 장소 등에서의 작업이 많았다. 그런 특성상 작업자의 안전과 빠른 작업 진도를 염두에 둔 연락을 바르고 빠르게 하려고, 갑판부에서 주로 출입항시 사용하든 워키토키(트랜시버)를 그런 작업자들이 빌려 현장에서 사용하도록 했었다.
아무래도 늘 사용하는 갑판부 사람들보다는 그 계기의 사용이 익숙지 못해서 그런 건지, 어쩌다 물에 빠뜨리는 사고가 생겨서 씻어내고 닦아내어 겨우 살려 낸 일이 벌써 두 건이나 발생했다.
오늘 아침 갑판부의 TBM MEETING에 마침 기관장과 일기사가 특별히 찾아와서 같이 참석한 상태로 모임을 진행하게 되었다. 부서별로 해오던 지금까지의 툴박스 모임을 좀 더 확대하여 배 전체적으로 상황을 알면서 일을 시행하자는 의미로 처음 시도해 본 모임이었다.
안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며 자연스레 물에 적셔진 트랜시버를 수리했던 통신장이 앞으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부탁한다며 조심해 달라는 이야기를 하였는데, 가만히 듣고 있던 일기사가 그냥 인정하고 조심하겠다고 이야기하면 될 일을,
-누가 일부러 고장 내고 싶어서 그랬단 말입니까?
짜증이 섞인 조금은 시비 거는 식의 언급을 하고 나선다.
그 말을 되받는 통신장의 언사도 순간적으로 신경질이 배인 응대를 하려고 하는데, 마침 모임을 주재하고 있던 일항사가,
-자, 자 그건 그만 해두고, 우선 오늘 작업의 지적 사항은 무엇으로 하면 되겠습니까?
하고 약간의 너스레를 피워가며 두 사람 간의 말 허리를 잘라내어 더 이상의 마찰을 없게 하며 모임의 마무리를 향하도록 유도해 나간다.
누가 생각해도, 자신의 책임하에 사용하게 된 계기이니 사용이 끝나고 반납할 때까지는 아무런 이상이 없이 반환해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헌데 이상 없는 반환을 못한 상태에서 그 책임 소재만을 벗어나려는 얄팍한 심정인가? 말도 안 되는 억지소리로 언성을 높여 주제를 전도시키려는 응대가 좀 그렇다.
나 역시 일기사의 말을 가만히 음미하고 있으려니 슬그머니 화가 치솟아 뭐라고 이야기를 하려다가 나중에 조용히 대화하기로 작정하며 참았다.
우리들은 평상시 생활해 갈 때 상식에 비추어, 도저히 상식이랄 수없는 비상식적인 것을 마치 상식인양 착각하며 사는 것 같다. 그러므로 당연한 듯이 함부로 말을 내뱉으며 생활하는 일도 종종하게 되는데 이번 이일도 그런 일중 하나로 보인다.
당연히 사용의 주체가 된 사람들이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상기의 트랜시버의 취급 부주의로 인한 수침 사고에서 보더라도 그 사용자들을 통솔하는 일기사가 좀 더 조심하여 사용토록 단속을 하고 이야기라도 해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하거늘 그렇게 까지는 못하더라도 앞으로 동종의 사고가 나지 않게 조심하자는 뜻으로 꺼낸 이야기에 대해,
-누가 일부러 고장 내고 싶어서 그랬단 말입니까?
하고 언성을 높이고 힐문하듯 대꾸하는 태도는 방귀 뀐 놈이 구리다 한다고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마음이 선뜻 동조해주려 않는다.
사실 그런 식으로 대꾸할 때에
-그렇다면 고장을 내지 않고, 일을 끝냈어야지 어쨌거나 결과적으론 고장이 났으니 당연히 쓰고 있던 사람들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라고 책임을 엄격하게 따지고 싶어 지는데, 그러면 그건 싸움이 되어버리는 수순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앞으로의 경계 대책을 위한 좋은 합의 결과를 도출하자고 해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어 자신의 책임만을 모면하려는 의도의 말장난만 길게 늘어놓는 상대하기에 따라서는 피곤한 그런 사람이 너무나 많이 양산된 세상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모처럼 갑판부나, 기관부가 서로 협조하여 선내의 일을 잘해 보자는 뜻으로 일부러 찾아 모인 TBM MEETING 자리인데, 퉁명스러운 반응으로 판을 깨는 모습을 보며, 아직도 자신이 속한 부서를 대변하여 편 가르기 식으로 나서는 집단 이기심의 발로를 보여주는 것 같아 많이 아쉽다.
이미 선원들의 직무를 옛날의 갑판, 기관으로 부서를 나누던데서 벗어나 GPC(General purpose Crew) 선원으로 양성하려는 세계적인 추세가 우리들 앞에 도래해 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