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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희망을 기다리는 새천년이다

연말의 바쁜 시기에 입항을 하며

by 전희태


포항접안02.JPG 포항 항에 접안하는 모습.



세기의 바뀜이야 일 년이 더 있어야 하는 걸로 알고 있지만, 숫자상의 1900년대와 2000년대의 바뀜은 이제 사흘 후에는 확연히 구별되어 나타날 것이다.


그렇게 금년 한 해를 보내며 정리하는 마음은 마치 세기를 걸고 천 년의 달라짐을 회고하고 추슬러 보는 것인 양 거창 한 분위기를 띄우고들 있다.


금 항차 선적지인 뉴캐슬에서 빠르게 짐을 싣고 떠나 준 일이나, 이제 포항에서 빠르게 짐을 부려주고 떠날 예정을 받아 놓고 있는 상황이 함께, 뿌듯하게 하는 거다.


비록 승선하고 있는 배가 나이가 제법 든 낡은 배에 속하지만, 일에 있어서 만큼은 타 자매선들에 비해 잘 감당해 내며, 다른 배에 앞장서서 가고 있는 바람직한 운항을 하고 있다는 성취감을 내게 심어주니 기분이 흐뭇한 것이다.

새로이 다가오는 새 천 년의 기운이 나로 하여금 희망에 찬 기쁜 날들로 다가선다는 확신을 갖는 좋은 징조로 다가서는 느낌이 기쁜 것이다.


비록 너무 빠르게 하역 작업이 진행되어, 항구에서 가족들과 만나는 시간이 그만큼 짧아지는 아쉬움이야 남지만, 그래도 새롭게 시작하는 새천년의 벽두에 국내에 있는 우리 회사의 첫 배로 되어, 모든 작업을 순조롭게 이루어 내어 무사히 출항한다는 의미, 내가 그런 배의 선장이라니 얼마나 보람되고 바람직한 일인가?


이 직업을 하늘이 준 천직으로 생각하며 살아온 입장에서, 기왕에 승선 생활을 할 바에야 남 앞서 일을 치러내며 좋은 결과를 만난다는 게,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는 거다.

날씨조차 12월 말의 겨울답지 않게 활짝 개이고 따뜻한 훈기를 불어넣어주어, 마치 우리 배의 도착을 환영해 주려는 작정도 하고 있는 것 같아 그 또한 좋은 기분을 더해준다.

이렇듯 내 기분을 고양시켜 주는 모든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이번 항차 아내의 동승을 결정하여, 포항 출항 시 함께 떠날 수 있다는 점이란 걸 즐겁게 인정하는 것이다.


입항에 대비하는 서류들을 찬찬히 재검토 해보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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