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루 창고문의 개방

부주의한 뒤처리가 부를 수 있는 재앙

by 전희태


AD(4854)1.jpg 겨울 철에 선수루 보슨 스토아 내부에서 열린 출입구를 통해 1번창 쪽을 본 모습


아내의 늦잠 덕분에 계속 미루고 있던 아침 운동을 오늘은 과감히 시행키로 하고 곤히 잠들어 있는 아내를 깨울세라 조심스레 일어나 갑판으로 나갔다.


좀 전 지나간 소나기성 비가 뿌려준 산뜻함이 곁들여진 열대 해역의 싱그러움이 며칠 만에 갑판으로 나서는 나를 반갑게 맞이 해주며 특유의 따스함과 달콤함이 배어있는 시원한 바람이 온 얼굴을 간지러 주며 뒤로 빠진다. 힘차게 달리는 배가 만들어 준 바람이 배웅해주듯 뒤로 물러서고 있는 것이다.


선수루에 접근하여 계단을 올라가려다가 선수 창고의 출입문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한다.

아직 아침 과업 시작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새벽부터 누가 이곳에 나왔을 리가 없다. 누군가 어제 과업 중 문을 열고 출입하며 사용한 후 다시 닫아 주지를 않아 밤새 열린 채 항해를 하였던 모양이다.


그 후의 시간에 갑자기 기상상태가 나빠지기라도 했다면 그 열린 문으로 파도의 침입이 발생하는 큰 낭패를 당할 수도 있어 선체의 안전에 큰 위해가 염려되는 것이다.


얼마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 기억에 혀를 차면서, 뒤치다꺼리를 제대로 못하는 담당자들의 불성실한 태도를 한번 더 제대로 꼬집어주리라 다짐해 본다.


아침 과업 전 갑판부 미팅 시간에 선수 창고 문이 열린 이야기를 하니, 갑판장을 비롯한 갑판 부원들은 어제 작업을 마친 후 뒤처리를 깨끗이 하고 일을 끝내었다며, 기관부원들이 그 후에 다시 열어 놓고 일을 보고 난 후 그대로 방치한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곳에서도 기관부원들이 그런 일을 자꾸 반복하여한다며 모든 갑판부가 관리하는 창고의 문에 잠을 쇠를 채워놓겠다는 이야기까지 마구 뱉어 내는 화가 난 모습이다.


그러다 보니 분위기가 기관부 사람들의 협조가 잘 안 되는 행동에 대한 성토를 하려고 모인 성토대회 같은 마음이 들 정도이다. 각자는 갖고 있던 불만들을 계속 토로하고 있다.


오늘 아침에 이렇게 모인 직접적인 의도야, 매일 같이 있는 작업의 안전한 진행을 위한 TBM을 시행하기 위함인데, 이렇듯 감정적인 이야기로 길게 이어짐은 좋은 징조가 아니다.


<갑판 부다, 기관 부다, 하며 편을 갈라놓고 일을 하면서 자신의 마음에 안 든다고 상대를 비방하는 형태의 일은 너무나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니>그 정도에서 이야기를 끝맺음하자고 반 강제로 마치게 한 후, 곧 TBM으로 들어서게 하였다.


이미 세계적인 선원 관리의 추세가 선박의 운항을 위해 예전부터 분류하여 지켜왔던 각부서별 나눔 형식의 직무 분담에서, 다시 선박 별로 통합하여 나가려는 과도기에 들어서 있는데, 바꾸려고 진행 중인 옛 직책에 얽매인 행동으로 대응함은, 아무래도 이 배가 나이가 좀 들어있는 재래 선박이라 더 그런 것 같다.


현대적인 장비와 자동화가 많이 진행되어 있는 신조선박에서는 선원들이 하는 일을 기계가 맡아서 해주는 범위가 크므로, 선원 직분 간의 통합이 좀 더 쉬울 것이지만, 재래 선에서는 직접적인 사람의 힘을 요구하는 경향이 크므로, 그동안 지녀온 전통이나 관습의 틀에서 쉽게 벗어나기가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예전 방식으로 생활하던 습관을 떨쳐내지 못하여, <배의 일>이라는 대전제로 이해하기보다는, 우리 <부서의 일>이라고 범위를 축소한 끼리끼리의 똘똘 뭉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뭉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큰 끼리끼리 간의 분열을 품고 있는 사항이 아닌가?


그런 마음의 골이 더 이상 깊어지지 않게, 전 선원이 함께 하는 모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번 적도 제는 적도에 도착하기 전 미리 당겨서 집행해야겠다는 결심을 다지니 잘못을 질타하려던 생각은 당분간은 아예 접어 두어버리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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