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또다시 상담역을 맡다

실항사의 실습 생활을 도와주다

by 전희태
IMG_8656(6101)1.jpg 키우기에 따라서는 커다란 꽃 송이도 맺을 수 있는 국화.



지난번 호주로 내려갈 때 해줬던 이발에서 친숙해졌는지 3기사가 다시 이발을 부탁해 와서 아내는 다시 가위와 이발기를 찾아들고 2층의 이발실로 내려갔다.


이번에는 실항사도 불러다가 머리를 깎아주며 그 애의 속마음을 들어보는 계기도 만들었던 모양이다.

실항사는 동기생인 실기사와 같이 실습생으로서 본선에 승선 실습하고 있는 중이었다.

키도 훤칠하고 매무새도 늘씬한, 엄마 아버지가 포항에 입항했을 때마다 같이 찾아와서 보살펴 주고 가는, 실기사와 비교한다면, 실항사는 명랑하거나 풍족하지도 못한 모양새로 그냥 실습을 하며 지내고 있었다.


게다가 그렇듯 풀이 죽은 상태로 매일을 생활하고 있는 이유가 녀석의 상황과 태도를 잘못 인식한 본선의 윗사람들(항해사와 기관사들)의 질책으로 그를 더욱 주눅 들게 한 점도 있었던 듯해서 그런 이야기를 아내와 나누어 봤었는데, 아무래도 내 의견이 마음에 걸렸던지 아내는 막내아들과 동년배인 실항사와 단독으로 만나게 되었을 때 그 애의 형편을 조금 더 알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발 회동을 하면서 실항사의 의견과 생각을 듣고 난 후, 그런 기회를 잘 만들어 좋은 결과를 얻게 되었다고 스스로 자평하면서 아내는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이발이 어느 정도 진행된 다음 마음을 열은 실항사는 가정 형편이 부러운 동기생인 실기사의 아버님이 공무원이라는데 어떻게 그렇게 자주 아들이 타고 있는 배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로부터 말문을 열더란다.


이는 자신의 처지가 비교되어 부러운 나머지 하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이해한 아내는,

-그 애네 집은 구미이니까 포항에 오기가 너의 부모가 포항 오는 것보다 훨씬 쉬워서 그런 게 아닐까?

대답을 해주며, 자연스럽게 집과 가정사를 물어보았단다.


실항사 K 군은 이남 이녀의 막내로서 완도 부근의 작은 섬이 고향이며 부모님은 고향에서 구멍가게를 하여 이남 이녀의 자식들을 모두 뭍으로 보내어 자취를 시켜가며 교육에 뒷바라지를 하시는 분이란다.

그 이야기 속에서 오직 자식들의 교육 뒷바라지만을 위해 살아가는 듯 한 부모의 영상을 생각지 않을 수 없었으며 별로 풍족하지 못한 생활을 감지해 볼 수 있었단다.

그러니 같이 실습하게 된 실기사와 은연중 비교하다가, 실기사 부모가 행하는 일을 보며 부러움과 질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는 녀석의 마음 또한 이해가 되더란다.


-어머니가 로열 제리를 사 올 수 있으면 사 오라고 했는데 못 샀어요.

녀석은 마음을 여니 그런 이야기까지도 풀어 내드란다.

-왜?

-너무 비싸서요. 뉴캐슬에서는 500그램 짜리도 있다는데 여기는 1킬로그램 짜리 만 있고, 값도 비싸서 못 사고 말았어요.

이번 항차 뉴캐슬을 간다고 해서 좋아했던 기대를 어그러뜨려진 사람이 여기에도 한 사람 또 있었던 것이다.


이런 말들을 하면서도 상대와 한번도 눈길을 자연스레 맞추지 못하고 슬며시 외면하며 말하는 모습에서 순진하지만 약간은 자신 없어하는 태도도 읽었단다.

숫기가 없고 표현을 잘 하지 못 하는 태도와 그런 행동 때문에 본의 아니게 윗사람들에게 오해를 당하여, 자주 핀잔을 들으며 생활하는 승선 생활이 조금은 힘들고 괴로움도 있었을 것이라고 아내는 평한다.


또 동기생이니 어렵지 않게 생각해서 실기사의 방에 가서 밤늦게 까지 컴퓨터 게임을 하였고 그런 행동들이 아무리 동기생이지만 예의에 어긋난다는 질책을 그 윗사람에게서 듣고 머쓱했을 그 애의 입장도 생각해 보란다.


가정 형편상 자신의 노트북 컴퓨터를 가질 수 없는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눈앞에 있는 친구의 컴퓨터에 들어있는 게임을 보면서 하고 싶은 마음을 억제하기에는 아직도 어린 나이가 아니냐? 는 거다.

그러니 게임을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빠져 들어가 그리된 것을 너무 윽박지르듯이 이야기하는 것은 윗사람으로서 하나만 알고 행한 좀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는 투로 아내는 덧붙여 준다.


아내는 이렇게 내가 간과하고 지나온 인간관계의 작은 실마리를 나름대로 좋은 방향으로 풀어보기 위해 마치 자신이 지금 뜨개질하려고 실타래를 풀어 아름다운 옷을 짜내듯, 이발을 하면서도 자연스레 속내를 이야기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몰랐거나 무시하고 넘어간 일들을 밝혀내어 내가 선내 화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꼭 짚고 넘겨야 하는 필요한 정보를 찾아주어 내 일에 많은 도움을 준 셈이니, 공짜로 배탄 삯은 제대로 지불했다고 봐줘도 되겠다.


그런 내 농담같이 말한 진담에 아내는 호호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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