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고요를 깨면서 달려드는 소리들
배는 실려 있는 화물이나 기타 움직일 수 있는 물건들이 실려진 상태에 따라 매번 바다를 달리면서 받게 되는 컨디션이 달라지므로, 평소 별로 소리를 내지 않던 문이나 벽 기타 선체 구조물이 떨리거나 삐걱거리며 마찰음 등을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침실 문이 달달 떨면서 내는 소음으로 인해 깊은 잠을 잘 수 없다며 기어이 소리 나는 곳에다 꼬깃꼬깃 접은 종이를 틈새에 박아 넣어 소리를 잡은 후에야 안심하고 오늘 밤은 잠들을 수 있다고 기대하며 잠자리에 들었든 아내를 놀리기나 하려는 듯이 한 밤중 곤히 잠들어있는 의식을 흔들어 깨우는 소리가 발생했다.
-쏴아-악. 타닥 탁 탁! 하는 소리에 이어 후드득거리며 철판을 두드리는 강하게 무언가 퍼부어지는 소리가 잠들어 있던 의식을 일깨우는 것이다,
어둠 속에 배를 때리며 들려오는 그 소리에 작은 공포감마저 느꼈는지 아내는 잠자고 있는 나를 깨우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이거 무슨 소리예요?
주눅 들은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리어 묻는다.
-어~어, 소낙비가 오는 모양인데, 왜 그래요?
-비 오는 소리예요? 이렇게 비가 겁나게 와도 괜찮은 거예요?
-그럼, 괜찮고 말고! 아무 일 없을 터이니 걱정 말고 잠이나 더 자요.
다독여 주는 내 말에 아내는 어느 정도 안심한 듯 다시 잠을 청하여 몸을 웅크리더니,
-저 잠잘게요.
하며 이불깃을 다시 끌어올린다.
철판으로 만들어진 몸이니 튼튼하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바람에 흔들리고 파도에 어쩌지 못하여 밀리어 떠다니는 것이 배이고, 어떤 때는 그런 파도에 꼼짝없이 당하여 찢기는 험한 경우도 당하는 게, 또 한 선박이다.
그러니 바다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두려움이 항시 옆에 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밤을 달리다가, 나도 모르게 찾아드는 작은 공포감에 슬며시 멋쩍어하며 생활하는 게 선원이기도 하다.
하물며 선원도 아니면서 배를 탔으니, 한밤중에 갑자기 퍼부어 대는 빗줄기가 철판을 두드리며 내는 소리에 퍼뜩 정신 차려질 때, 갑자기 솟구쳐 오르는 바다에 대한 원천적인 공포감으로 인해 완전히 잠에서 깨어나는 모양이다.
별 것 아니라는 내 설명에 안심하며 다시 잠을 청하려는 아내를 위해서 인가?
무섭게 소리치며 달려들던 빗줄기가 어느새 끊겼는지 조용해지어, 아우성치며 겁을 준 적이 언제 있었느냐는 식의 조용함으로 인해 좀 전의 일이 있었음에 대해 의심마저 품게 만들 정도이다.
한꺼번에 쏟아져 내려 미쳐 빠져나가지 못하게 고여 있다가, 스커퍼를 향해 갑판을 구르던 빗물 소리가 점점 어슴푸레 하니 작아져 가며 비가 내렸던 것을 겨우 기억에 남겨주고 있다.
그야말로 한 밤중의 소낙비가 벌려 놓았던 작은 해프닝을 안고 배는 다시 고요함 속으로 빠져들며 잘 도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