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RB(*1)는 선박이 조난당했을 때 자동적으로 선명을 앞세우고 조난 사실을 알려주는 장비로서 사람들이 미처 챙기지 못하고 퇴선(선박을 포기하고 선외로 떠남) 하거나, 선박이 순식간에 침몰하는 경우에도, 물속 어느 정도 수면에 까지 들어가면 수압에 의해 자동적으로 선체에서 분리 이탈되어 수면으로 떠오르며 그 즉시 조난 전파 발사를 시작하는 조난 통보에 쓰이는 계기이다.
이번 항차 고정에서 새로 승선한 통신장(*2)이 금항 뉴캐슬 기항시 받게 되는 PSC 검사에 대비한 사전 점검 과정을 가졌다. 당시 EPIRB의 테스트를 위해 시험 발사를 하는 TEST 위치에다 스위치를 놓고 검사했다는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진짜 발사가 되었고 약 두 시간 후에 미국 해안경비대로(USCG)부터 본선의 조난 여부를 묻는 위성 전화가 걸리어 온 것이다.
당직 교대시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던 일항사가 아무 이상 없다고 대답해 주니 알았다며 끊었다는데 얼마가 지난 후, 당직자가 전파 발사된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 이상해서였는지 재차 확인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에는 상황을 알고 있게 된 일항사가 점검 시험 중 오작동으로 잘못 발사된 것이라고 확실히 알려주니 본선의 ID 번호를 확인하고 끊었다. PSC 점검에 사전 대비라는 차원에서 열심히 검사하고 체크하며 일한 토요일의 보람도 일순간에 날려 보내는 상황을 맞게 된 셈이다.
그런 원하지 않았던 오작동으로 인해 책임추궁을 당해야 하는 당사자들의 마음을 헤아리어, 나의 발언이 너무 책임을 따지는 쪽으로 만 가는 건 아닌가? 조심하며 브리지에서 일항사의 설명과 계기 담당 당사자들인 통신장과 2항사의 변명도 청취했다. 그들의 이야기로는 2-3초간 발사되었다며 한 번 더 확인하는 과정에서 두 번째의 발사까지 되었다고 하니 기계의 성능에는 확실히 이상이 없다는 보장을 받은 셈이지만 조난신호의 허위 발사라는 위법을 행한 것이다.
우선 스위치를 OFF 시킨 후 부착장소에서 떼어내어 확실히 살펴보고 지워진 ID 번호와 필요사항을 적어 카드에 부착케 한 후 오작동을 행할 소지를 발본색원하도록 조치했다. USCG는 한 번 더 전화를 걸어서 본선의 위치와 선장인 내 이름을 물어보며 조난사고가 아님을 재확인한 후 연락을 끝내었다.
만약 이번 일과 같은 사고 후의 본선 대처가 미흡하며, 고의성이 있다거나, 교육이 필요하다고 USCG가 판단해서 우리나라의 외무부나 해양수산부를 통해 본선의 상황을 알리고 책임을 묻도록 요청하는 수도 있는데 다행히 그런 후속 조치가 없이 이 일은 끝이 났다.
*1 : EPIRB -Emergency Position Indicating Radio Beacon. (비상 장소 표시 무선 표지, 선박이 비상상황으로 침몰 등의 일을 당하게 되었을 때 자동적으로 본선으로부터 이탈 부유하며 사고지점을 포함한 선명 등의 정보를 자동으로 발사하게 설비된 전자장비.)
*2 : 통신장(RADIO OFFICER) :1990년대 말 까지 있었던 사관의 한 직책이지만 현재는 초대형 여객선과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항해사들이 적법한 면허를 취득한 후 이 직책이 하던 일을 담당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