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급 관리는 본인이 직접 하세요.

가장 가까운 사람이 맡아줘도 불편한 일

by 전희태


FDȰ04(9461)1.jpg 달리는 배의 속력으로 생긴 바람에 머리카락은 들고 일어나고.



한낮의 2 항사 당직 시간(12~16시)에 아내와 나는 브리지에 올라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같이 나누던 중, 2 항사의 급여를 형님이 관리한다는 말을 듣고 그 내용을 물었다.


그야말로 형님의 이름으로 된 통장에 자신의 급여를 모두 입금한 후, 모든 출납을 형이 관리하는 방식으로 돈을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돈 앞에 초연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어요.

라는 전제를 띄워준 후, 좀은 흥분한 듯한 아내의 충고 어린 말이 풀려 나오기 시작한다.


아무리 형제간에 우애가 좋고 틀림없다고 해도 지금 2 항사가 형님에게 맡기고 있는 금전 관리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며, 앞으로 형님이 결혼이라도 하게 되면 더욱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소지가 많다고 말해 준다.


까딱 잘못이라도 생겨 금전 관리에 이상이 발생되면 원수보다도 더 못한 인간관계가 그 순간부터 형제간에 발생될지도 모르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안에 한 번은 얼굴 붉혀야 하는 일을 시도하여, 잠시 동안 의가 상하더라도 돈의 관리권을 2 항사가 직접 관장하는 쪽으로 택하라고 이야기한다.


덧붙여 여러 가지의 예까지 들어 충고를 해주니 2 항사는 긴가민가하는 난처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있다.


아내는 그의 그러한 태도에 쐐기라도 박아 넣듯이 한번 더 문답식으로 이야기를 거든다.

-2 항사가 돈이 필요할 때 형 한데 돈을 달라고 해서 쓰지요?

-예.

-그럴 때 형님이 돈을 아껴 쓰라고 잔소리하며 주지요?

-예,

-그것 봐요, 돈은 2 항사가 열심히 벌은 거지만, 막말로 그 돈은 이미 2 항사의 돈이 아닌 거예요.

그런 대화가 지속될 무렵, 2 항사는 윙 브리지로 나가더니 담배를 피워 물고 무언가 열심히 생각하는 눈치 더니 다시 들어온다.


-이번에 연가를 받아 하선하면 결혼 준비를 위한 목돈 마련을 한다고 하고, 회사 새마을금고에다 적금이라도 들어 보세요.

구체적인 방안도 알려줘 본다.

-............

-하여간 언젠가 한 번은 얼굴 붉히며 언짢은 기분으로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일을 경험할 소지가 많은 일이란 걸 잊지 말아요.

-사실은 그렇게 한번 붉히는 것이 낫지, 일이 크게 나빠진 다음에는 잘못하면 원수보다도 더 못한 관계로....

이야기를 더 이상 깊어지게 하기가 민망한지 그 정도에서 얼버무린다.

-............


2 항사는 듣기만 하면서 말은 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많은 생각이 교차하는지 심각한 표정으로 변해가고 있다.

당직을 같이 서며 2 항사의 급여 관리 사정을 이미 알고 있든, 다른 동료들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관리 방법이 잘못되었다며 그른 점을 조목조목 들어서 빨리 바로 잡아야 할 것이란 이야기를 해오던 중이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2 항사는 피시기 웃기만 하고 아무런 내색을 않았다던데 오늘 아내가 열을 올리고 내가 거들은 이야기에는 어느 정도 솔깃하니 마음이 움직여 다시 생각하게 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아내가 강조하며 이야기한 내용이 어쩌면 호수 같이 잔잔하고 아름다운 형제들의 마음에 평지풍파를 일으키어 형제간의 우애나 깨게 만드는 것이 아닌지 하는 우려도 가져 보게는 한다.


그렇긴 해도 배 타는 사람들 중엔 부모에게 맡겨 두었다가 결국 집안의 소득 수준이나 높이는 결과를 보는 경우 같이, 이렇게 가족을 믿고 봉급 관리를 하다가 큰 낭패를 당한 사람들도 주위에서 여러 명을 보았기에,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2 항사를 보면서 이렇듯 한 번쯤 생각 안 해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선원들은 외국을 쉽게 드나들며, 좋은 물건도 많이 살 수 있는 형편이니, 그 정도의 물건은 얼마든지 선물로 건네줄 수 있지 않은가?

하는 식의 마치 선원들은 돈도 안 들이고 물건을 사는 것 같이 착각을 하며 생활하는 땅 위의 이웃들을 우리는 주위에서 많이 봐오고 있다.


실지의 선원들은 푼푼이 외지 수당을 안 쓰고 모아서 힘겹게 구한 물건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가며 <선원들의 물건은 먼저 본 사람이 임자야!>하는 식으로 대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 온 느낌은 나만의 피해의식 때문만은 결코 아니다.


언제나 흔들리고 움직이는 발판 위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며 벌어 들인 돈인데, 막상 그 돈을 육상에서 간수해주는 사람들 간에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식으로 여기고 있다면, 선원들의 생활은 너무나 불쌍한 것이 아닌가?

모으다 보면, 돈의 액수도 커 진만큼, 쓸 일도 많아지고, 게다가 쓰는 판단은 선원이 아닌 가족들이 하게 되고, 그 결과가 좋지 않을 때 고민에 빠지게 된 선원을 종종 보던 입장에서 이번 2 항사에게의 충고는 당연한 일이라 여겨 나도 아내의 말에 많은 동조를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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