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는 좌현 홍등(紅燈)이요 등 뒤로는 태양의 일출 홍원(紅圓)이...
동남쪽 방향을 향해 달리고 있는 배 위의 갑판을 참으로 오랜만에 마음먹고 새벽 운동을 하며 돌아보았다.
동이 트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있어 약간 어두운 시야이지만 어제 하루를 말끔하게 해수를 퍼부어 씻어 놓은 갑판이기에, 새벽은 너무나 깨끗하게 다가서고 있다.
남반구로 향한 계속된 항해로 인해 겨울을 머리에 이고 있든 해역은 어느새 지나가버렸지만, 그래도 엊그제까지 당하고 있던 혹독한 겨울의 춥고 싸늘한 기세가 남아서일까, 훈훈함을 동반한 새벽의 청량감이 새삼 신선하게 다가선다.
캄캄한 어둠 속에 기상하였기에 사물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의 새벽이 될 때까지 실내 자전거 타기로 시간을 보내어 땀도 적당히 돋아나 있든 그 여세가 그냥 넘쳐 나기 때문에 느껴진 시원함도 보태어졌으리라.
다섯 바퀴 째 갑판을 돌아 올라서는 선수루에서 지금껏 해치 코밍(HATCHCOAMING. 갑판상 선창 개구부에 물이 들어옴을 막기 위한 테두리로 둘러쳐진 철판)등에 가려서 보이지 않던 여명의 햇살이 붉게 타오르기 전의 온 얼굴을 차분히 내밀어 주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요 근래 오래간만에 보게 된 일출의 장엄한 광경이 시작된 것이다.
아직은 불타오르는 광휘(光輝)가 없이 그냥 핏빛의 마냥 붉은색이기에 눈으로 쳐다봐도 해코지 없이 받아들여주는 아량마저 보이기에, 그 태양을 똑바로 쳐다보며 태양기(太陽氣)를 흠뻑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으로 몇 번의 심호흡을 힘껏 해보며 나의 갈 길을 계속하고 있다.
이번에는 선수루를 빠져 내려선 좌현 갑판을 쭈욱 따라 선미 쪽으로 가려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하우스 쪽에서도 문득 붉은빛에 빛나는 등불이 눈에 든다.
언제나 그냥 그 자리에 당연히 있는 것- 하는 무심한 마음으로 지나치고 있던 배의 좌현을 표시해 주는 항해등에서 나온 작은 빛인 것이다.
눈앞에는 좌현 홍등(紅燈)이요 등 뒤로는 태양의 일출 홍원(紅圓)이 지켜주는 속을 열심히 속보로 걸어 다시 선수루로 돌아가 보니 태양은 이미 친하기는 하지만 결코 가까이 눈을 들어 맨눈으로 보는 불경(不敬)만은 절대로 용서치 않는 저 먼 곳의 근엄한 위엄(威嚴) 속의 존재로 바꿔지어 타는 듯 한 불길 속으로 휩싸여 가고 있다.
그래도 이미 내 몸 안에는 착 가라앉은 느낌의 인자해 보이던 홍원(紅圓)의 기를 가득 넣어준 그 태양의 자비(慈悲)가 남아 있다는 확신을 가지며 운동을 끝내고 방으로 돌아온다.
운동 시작하여 한 시간 20 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