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배의 수리할 일거리들

구조적으로 잘못 설계되었다는 느낌이 드는 곳의 자체수리

by 전희태
AE1(4872)1.jpg 낡은 핸드 레일을 갈아 치우는 용접 작업의 모습


요즈음의 배들은 거의가 다 기관실 부근의 DOUBLE BOTTOM(이중저, 二重底)에 연료유 탱크를 설비하고 있다. 하나 80년대 초반만 해도 HOLD(선창, 船艙)의 이중 저에 연료 유 탱크를 마련하고 있었기에, 우리 배도 예외 없이 7, 8번 두 개의 선창 밑에 기름 탱크가 설치되어 있다.


연료유로 쓰이는 기름이 BUNKER-C 이므로 항시 온도를 가해 점도를 이송하기 좋을 정도의 상태로 유지하도록 스팀 라인이 설비되어 있다.


문제는 배가 나이가 들면서 그 스팀 라인에 이상이 발생하여 증기가 밖으로 새어 청수의 소비가 무척이나 많이 나게 하며, 가열도 잘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심지어는 탱크 내로 물이 새어 들기도 하는 것이다.


어제 하루 종일토록 기관부에서는 그 새어 나오는 부분의 파이프를 갈아내고 새로이 용접을 했는데 수리 후 다시 스팀을 보내니 이번에는 수리한 옆 부분이 용접 열로 인해 약해진 부위가 되어서 그야말로 다시 김이 새어 나오는 일이 발생하여, 또 한 번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게 되었다.


그나마 우리 배에서 다행이라고 자위를 할 수 있는 것은 연료유 탱크 내의 HEATING LINE에 파공(破孔)이 생긴 것이 아니라, 탱크로 들어가기 전의 외부 쪽에 이상이 생겨 스팀이 새더라도 기름과 합쳐지는 최악의 경우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배에 따라서는 탱크 내로 물이 섞여 들어가 불필요한 고생을 더하는 그런 나이 든 배도 종종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은 고장 난 곳이 없으니 별문제 없이 HEATING도 잘되어 아무런 어려움을 모른 채 매끄럽게 연료 유 이송이 이뤄졌었다.


어제오늘에 이르러 수리로 인해 스팀이 차단되니 유분이 굳어서 뻑뻑한 상태로 되었고, 그걸 강제로 옮기려 하니 이송 펌프도 빨아 내기가 쉽지 않은지 목쉰 제트기 소리를 내어 우리들의 귀를 힘들게 하고 있다.


한밤중이나 새벽에-기름 이송은 주로 2기사 당직 시간에 하기 때문에- 느닷없이 시작되는 그 고음의 소리를 들으려니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며 소음 공해의 짜증으로 잠도 달아 날 지경이다.


기관 부는 더하여 파공된 파이프를 바꿔 치기 하는 작업도 계속했으니, 낡은 배를 타는 업보의 일을 단단히 치러내는 모양이다.


서양의 기관 부 선원들은 이런 소음 속에서 일을 할 때는 꼭 귀마개를 하고 작업을 하는 안전제일로 임하는데, 우리 들은 처음부터 그런 전통을 도외시하고 소리를 들어서 엔진의 상태 등을 알아낸다는 식으로 일을 해왔기에 기관실에서 귀마개를 하면 우선 불편한 느낌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연륜이 좀 들은 기관 부 사람들은 가는 귀가 먹었다는 평을 듣는 사람이 많아, 평소 대화할 때도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많은 이유가 되기도 한다.

어쩌면 직업병으로 될 수 있는 청각 장애 방지를 위해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할 일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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