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창 내 침수현상

선적 시 적당한 물기가 함께 실리고

by 전희태
D220(2691)1.jpg 물청소를 끝내가는 선창의 바닥.


통상적으로 선창의 바닥 네 귀퉁이 부분에는 빌지 박스가 있어 화물을 실은 후 흘러나온 수분이나 땀이 고이도록 설비되어 있다.


바로 지난 항차 우리나라를 떠나 호주로 가고 있었을 때 해수가 4번 홀드로 침수해 들어와 선창 바닥에 물이 흥건히 고이는 일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원인을 찾으니 TOPSIDE TANK를 관통 통과하여 BILGE BOX로 들어간 BILGE SOUNDING PIPE가 노후(老朽)로 인해 구멍이 나고 그 틈새로 톱-사이드 탱크의 발라스트 해수가 그대로 빌지 박스로 흘러들어 넘치게 되니 홀드 바닥을 일부러 물을 실은 것 같이 적셨던 것이다.


톱사이드 탱크를 완전히 비우는 선적 후 까지 기다렸다가 출항 후 항해 중일 때, 그 사운딩 파이프의 새는 부위를 잘라내어 새 파이프로 바꿔주는 용접 작업을 하였다.


바깥도 무더운 한낮인데 톱-사이드 탱크 안은 그야말로 한증막 같은 무더위와 용접가스까지 차 있는 상황이니 숨쉬기도 힘들 정도였었다.


당시 책임감이 강한 조기장이 들어가 용접을 하여 작업을 끝내었지만, 그 책임감으로 인해 무리하게 마지막 끝까지 마무리 지어 놓으며 갑판으로 올라왔기에 밖으로 나와 몇 걸음을 걷지 못하고 지친 몸이 그대로 혼절을 불러와서 전 선원에게 또 다른 비상 상황을 주며 놀라게 했던 일도 있었다.


그런데 오늘 선적이 완료된 아홉 개의 전 선창의 빌지 박스(BILGE BOX)를 정기적으로 측심하는 과정에서 지난번 파이프 수리작업을 강요하게 만든 상황과 비슷한 침수 현상이 4번 창에서 또 발생하여 물이 조금씩 불어나고 있다.


그러나 물 맛을 보니 이번에는 해수가 아니고 청수인 것이 그때와는 다른 점이다. 나머지 선창에서도 조금씩 늘어나기는 하지만 4 번창이 제일 양이 많아 걱정이 컸던 것은 지난번 수리한 경력 때문에 보태진 우려였다.


늘어나는 물이 해수가 아닌 청수라는 점은 이번의 원인이 어디가 구멍이 나서 새는 게 아니라 석탄을 실어줄 때 야드에서 뿌려준 스프레이 물기가 출항 후 시간이 흐르며 아래로 흘러내려 한 곳에 모이게 됨으로 생긴 현상으로 파악된다. 일단 빌지를 퍼내도록 조치했다.


역시 예상한 대로 그렇게 생긴 물기가 맞다. 빌지 박스나 빌지 사운딩 파이프 전부가 자기의 만들어진 본래의 목적에 부합되게 쓰이고 있다는 징표를 본 셈이니, 물을 본 것이 오히려 걱정할 일은 아니고 정기적으로 측심을 하여 계속 정상적인 사용이 유지되는지를 체크하면 될 일이다.


아울러 그렇게 빠져나가는 수분의 양이 너무 많다면 나중 화물을 모두 양하 해 준 후에 화물의 감량 발생도 생각 안 할 수 없는 일이니, 정확히 배출한 빌지 양의 기록도 유지하여 선적화물의 감량에도 대비하여야 하는 측심 기록부를 함께 잘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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