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 볼트에 죽은 이한테 어떻던가? 물어봤더니...

고압전선이 많은 선박에서

by 전희태
C03(8249)1.jpg 텃치 앤 콜을 하고 있는 모습.


요사이는 언제나 아침이면 갑판 데이 워크 팀의 모임에 내려가 커피 한잔을 하고 난 후 TBM을 마치면서 공식적인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데, 언제나 자진해서 커피 당번을 하던 K군이 잔을 모두 돌리고 나서도, 잠시 다른 생각을 했던지 물이 얼마 남지 않은 커피 포트의 프러그를 그냥 소켓에 끼워 둔 채 남겨두고 있어 김 빠지는 급한 소리가 나고 있다.


-저렇게 놔두는 것이 보기에도 그렇지만, 안전사고도 유발할 수가 있는데....

하는 생각에 얼른 뽑아내야겠군 마음을 먹고 있는데, 누군가 나보다 먼저 한 발짝 나서더니 전선을 뽑아준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주위에 있다는 점을 은근히 기분 좋은 감정으로 받아들였건만, 그 사람이 전선을 걷어 들이는 방법만큼은 눈에 거슬린다.

그냥 커피포트의 몸체를 한 손으로 붙잡고 다른 손으로 소켓에서 프러그를 잡아 뽑는 게 아니라, 그냥 프러그에 이어진 전선을 손에다 반 바퀴 정도 감아쥔 채 힘으로 당겨서 뽑아내는 것이다.


아무래도 오늘은 그냥 넘기지 말고 한 번쯤 지나가는 말로라도 조심시켜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지금껏 이 방안에서 커피 포트 끄는 것을 여러 번 봐 왔지만, 모두들 전선을 움켜쥐고 그냥 잡아당기는 위험한 방법을 쓰더군.

하니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그 의도를 알아챈 몇몇 사람들이 웃는 얼굴로 시인하여 고개를 끄덕여 준다.


그렇긴 하지만 사람이 여럿이 있으니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을 수 있어, 그중의 한 친구가 방금 전선을 거둔 사람을 두둔이라도 해주려는 듯,

-그래도 220 볼트짜리 커피포트는 전선이 튼튼하게 되어 있어 괜찮은 편입니다. 한다.


어렵소, 이 무슨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람, 그렇다면 또다시 한 말씀 더 보탤 수밖에,

-어쨌거나 그렇게 전선을 뽑아내는 방법은 감전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일인 게 틀림없고, 또 220 볼트는 100 볼트와는 달리 진짜로 위험한 전기가 아닌가?라는 말을 부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도 220 볼트짜리 CARGO LAMP를 설치하려다가 감전되어 죽을 뻔한 적이 있어요.

하며 다른 한 사람이 내 말을 거드는데, 좀 전의 입빠른 사람이 다시 반론의 감이 드는 토를 달고 나온다.


-220 볼트는 그래도 덜 위험해요. 440 볼트에 당해 본 적 있어요? 그럴 때는 어떤 줄 알아요? 뒤통수를 쇠망치로 사정없이 치는 것 같은 충격이 온답니다.

하며 결국 자신의 경험담을 자랑삼으려(?) 말하는 거로 빠져드는데, 나한테는 그렇게 잘 아는 친구가 왜 안전을 이야기하려는데 쌍지팡이 짚고 반대하듯 나서는 거야? 하는 셈이 된 것이다.


배알이 좀 살짝 뒤틀리려는 심정을 부인할 수는 없었지만, 순간적으로 우스개 소리로 덮어 마무리하기로 한다.


-220 볼트에 죽은 사람한테 어떻던가? 물어봤더니, 그런 걸 모르겠는지, 아무런 대답도 안 하던데...,

시치미를 뚝 떼며 말을 돌려버린 것이다.


-와아, 하하하하~

일순 모여 있든 사람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리는데, 박장대소하는 사람도 있다.


매일 아침 실시하는 TBM에 어느 정도 식상하기도 해서 좀은 딱딱한 분위기였던 것이 그렇게 웃고 나니 한결 부드러운 기운으로 돌아선 것을 확인하며 모임의 주도자가 다시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이야기를 돌려준다.

-자 그럼 오늘 작업하는데 위험의 포인트는 무엇으로 정 할까요?

-손으로 붙잡은 후 망치로 때려야 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 주된 작업이니, <손가락 부상주의>로하지요.

현장 조장인 갑판장이 받고 나선다.


약식으로 시행하는 TOUCH & CALL이다. 모두들 둥그렇게 둘러 선 후 왼손 주먹의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서로 주고받아 이어 놓은 둥그런 원을 향해 오른손의 검지를 꼿꼿이 세워 지적하면서 선창자의 외침에 따라 모두들 우렁차게 소리를 친다.


-터치 앤드 콜! 손가락 부상 주의, 좋아!, 손가락 부상 주의, 좋아!, 손가락 부상 주의, 좋아!,

세 번의 같은 구호를 함성으로 질러준 후, 박수를 쳐서 서로를 격려하며 각자가 일 할 자리로 이동하는 것으로 오늘 아침의 TBM 모임은 모두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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