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로 나타난 어선 선장.

어군 정보를 알려 주세요. 사례합니다.

by 전희태
HAYPIL1(8500)1.jpg 어선에서 왔던 헬기는 이 헬기(도선사용)보다도 더 작은 조종사 포함 2인승 헬기였다.


다림질한 것 같이 매끈한 바다 위를 아무런 진동도 없이 배는 잘 달리고 있는데, 적도 남쪽 파푸아-뉴기니아 부근에 살고 있는 갈매기란 갈매기는 모두 다 모이어 큰 잔치라도 벌이고 있는 모양이다.


브리지에서 앞쪽을 향한 시선 속으로 드는 풍경은 아직 펴지지 않은 다림 질감을 펼쳐 놓은 것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가늘게 주름 잡힌 것 같아 보이는 자잔 한 파문이 무늬 지어 움직거리는 동그란 해면이 이곳저곳 몇 군데 흩어져서 눈 안에 들어서고 있다.


멀리서 쌍안경을 통한 그곳 무늬 진 바다 표면 위에는 새까맣게 공중과 물 위에 떠 있는 새들의 떼로 바쁜 모습이 연출되는 긴장을 품고 있다.


그것은 잔 파문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는 주인공들의 목숨을 노리는 약육강식이 펼쳐진 처절한 삶의 경쟁터로 살벌하기까지 한 분위기가 펼쳐 저 있는 것이다.


그 바다 위에 맨눈으론 보이지 않던 무수한 은색의 점들이 쌍안경을 통해서는 보석같이 반짝이며 점점 크게 나타나고 있다.

물속에서 수면 위로 뛰어올라 공중제비를 하면서 떨어지는 물고기들이 만들어 낸 작은 파문이 햇빛에 반사되며 아름답게 반짝이는 무수한 은색 점들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은 구슬 금 구슬>로 표현해도 모자라는 그런 반짝임의 아름다운 극치에 넋을 빼앗기듯 빠져들어 즐기고 있는 나와는 달리 그런 모습들을 연출하고 있는 새와 고기들 간에는 지금 죽고 사는 갈림길에 처한 맹렬한 삶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까이 다가서며 더욱 자세히 관찰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우리 배의 접근을 깨달으며면서 갑작스레 나타난 또 다른 위협이라고 느꼈음인지 물속의 고기들의 움직임이 누군가의 구령에 따른 동시 동작 마냥 일시에 멈춰버렸다.


진짜 거짓말 같이 방금 까지 짜작짜작 작은 소리까지 내며 흔들리고 있던 해면이 매끈하니 주름을 접고 시치미를 뚝 떼니, 그 옆의 해면과 구별되던 모습도 순식간에 없어져 버리고 만다.


다만 이미 공복을 다 채우고 편하게 쉬고 있었는지도 모를 몇 마리의 갈매기만이 마치 남겨진 흔적 마냥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 경계선의 구별을 지우니, 오히려 평화를 가장하여 시치미 떼고 있는 모습으로 보이고 있다.


-저 둘레에다 그물을 친다면 정말로 많은 고기를 잡겠지?

한참을 그런 광경에 빠져 있다가 문득 제정신으로 돌아오며 옆에 있는 당직사관인 3항사를 향하여 처음으로 뱉어 낸 말이다.

-............. .

그런 광경을 난생처음 구경해 보면서 아직도 그 감흥에서 벗어나지 못해서일까? 3항사는 나의 말에 즉답을 보류하고 있다.

어쩌면 속으로는 멋진 광경을 두고 그물이나 치며 그 고기를 다 잡겠다는 식인, 내 각박한 생각을 비웃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그런 발상을 가지게 된 어떤 이유가 있다.


몇 년 전 이 부근을 항해 중, 부근의 대양에서 어로작업 중이던 한국 원양 어선 단과 VHF 전화로 연결되었던 적이 있었는데 인연은 좀 더 이어져, 그들 선단의 모선에서 2인승 헬리콥터를 띠워보내며, 대양상에서 본선을 방문한 어선 선장을 만나게 되었던 일이 있었다.


이미 일 년 이상 그렇게 국내를 떠나 남태평양에서 고기잡이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던 그 어선 선장의 본심은 고국 소식에의 굶주림을 본선에서 신문이나 책을 얻어 조금이나마 풀고 싶었던 때문이었지만, 당시 나는 어렴풋이 그 눈치를 채고 있었을 뿐이었다.


신문(이미 우리에게는 구문(舊聞)이었지만)과 잡지 여러 권을 얻어 들고 그가 다시 날아갈 때에야, 그들의 가족이나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우리들-상선 선원들-보다도 더욱 더 고달픈 상황이었음을 어렴풋이 깨닫는 어수룩한 내 처지였지만, 같은 뱃사람으로서 그의 형편과 심정을 이해할 수는 있었기에, 망망대해에서 헬기를 타고 느닷없이 나타난 생면부지의 그였지만, 최대의 호의를 베풀어주며 배안에서 돌아다니던 신문과 잡지도 수습해가며 구해 주었던 것이다.


그가 다시 자신들의 헬기로 날아가기 전에, 오늘 본 것 같은 그런 고기들의 노는 모습을 대양에서 발견하면 그 위치를 자신들에게 연락해달라고 하면서 회사 차원의 사례도 할 수 있다는 언질을 주며 떠난 일도 따지고 보면 인사치레의 말이거나, 되면 좋고 안 돼도 그만인 이야기였겠지만, 나한테는 흥미 있는 이야기로 기억에 담겨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인연의 사연을 가진 후부터는 항해 중 고기 떼가 노는 것을 보기만 하면, 그물부터 둘러 씌우는 생각을 하는 인간들의 이기적인 영악함(?)에 빠져들어보며, 그때 그 어선 선장을 생각해내곤 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고기떼를 만났어도 그 어선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 허공 중에다 VHF 전화의 목소리를 내 보내는 일은 하지 않고 있다.


-배가 참 크군요.

본선의 헬리포트에 자신의 헬기를 내려놓은 후, 몇 층의 계단을 힘겹게 걸어 올라 와 브리지에서 처음 만난 나와 첫인사의 악수를 나누며 했던 그의 첫말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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