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의 항해 중이라면 선장은 당장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따르릉! 따르릉!
딱 두 번째의 전화벨 소리가 울릴 때에 잽싸게 수화기를 집어 들며 침상에서 일어나 앉았다.
-여보세요. 선장실입니다.
어디서 온 전화일 거라는 짐작을 가지고 대답하는 것이다.
-선장님 조마드 입구 10 마일 전에 도착했습니다.
브리지에서 항해 당직중인 2항사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알았어. 곧 올라갈게!
시간은 꼭두 새벽 두 시 반이다.
조마드 수로의 북쪽 입구 10 마일 전에 도착했다는 보고를 당직사관인 2항사의 목소리로 들으며 주섬주섬 옷을 주어 입고 즉시 브리지로 향한다.
어제저녁 선장의 야간 지시록(선박에서 야간 당직사관이 당직 중 참고해야 할 일을 적어 놓은 선장의 지시 비망록. NIGHT ORDER BOOK)에 써넣은, 해도 위에 표시해 놓은 위치에 오면 연락하라는 지시대로 당직 중이던 2항사가 연락을 해 온 것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협수로를 통과하거나, 처음으로 육지에 가까이 다가설 때,안개나 바람,파도등의 기상상황의 악화, 기타 선장의 직접적인 조선이 꼭 필요한 구역에서는 언제라도 선장은 브리지에 위치하여야 하며 이것은 선장의 의무이자 고유한 권리이기도 한 것이다.
평소 선박에서의 선장이란 직책은, 항해나 정박 어느 때를 막론하고, 따로 배당받은 법적 당직 시간은 없이 생활하기에, 배 안에서는 가장 많은 봉급을 받는 불공평(?)을 향유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승선 생활이라는 특수한 사회를 모르는 사람이 승선 방문하였을 때, 선장이 배에서 하는 일도 없이 제일 편하고 제일 쉬운 일만, 아니 아무런 지워진 일도 없이 생활하는 듯한 그런 겉모습 만을 흘깃 보고서, 여타 선원들의 처우에 비해서 매우 과한 불공평한 관행이 아니겠냐고 이야기하는 경우를 지금까지 몇 번 경험해 봤다.
63년에 처음 선원수첩을 내었고 65년 졸업과 동시에 현역으로 소집되어 군에도 갔었고 제대를 하고 난 67년부터 본격적인, 30년이 넘는, 승선 생활을 그것도 선장이라는 직책으로서 30년 가까이 살아왔는데 동의할 수 없는 그런 몰이해에 부딪힐 때마다 7,80년대에는 게거품을 물고 반박도 해봤지만 지금은 그냥 허허 웃어넘기고 있다.
이제 세상은 선상이나 해상 등에서 발생하여 세계를 떠들썩하니 만들게 한, 해상 유류 오염사고를 포함한 여러 가지 선상일의 최후 책임이 해당 선박의 선장에게 있다는 추세로 세계 해운계에서 나아가는 방향이 정립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개인적으로 감당하기가 어려운 그런 엄청난 일들이 선장에게 가하는 스트레스가 어쩌면 선장 직책을 맡은 이들의 수명 단축에도 관계가 있을 것이란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을 정도가 된 실정이다.
일반인이 대충 보고 있는 눈길인, 선장이란 직책이 배 안에서 일도 많이 안 하면서 돈은 제일 많이 받는 것으로 오해하는 불공정한 눈길이 불식되는 날이 되어야 우리나라의 해운이 큰 숨을 쉬며 그만한 큰 소리도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본다.
꼭두새벽이지만, 선장이 필요하다는 불림을 당하니 두말할 여지도 없이 브리지로 올라가 당직사관으로부터 조선 지휘권(操船 指揮權)을 돌려받아 선박의 조종을 통해 안전하게 항해를 완성 이룩하는 작업을 시행한다. 이렇듯 선내 모든 일에 관여하며 마지막의 책임까지 거머쥐며 동참해야 하는 직책이 선장인 것이다.
누구라도 깊은 단잠을 자고 있을 때 흔들어 깨우는 귀찮은 일을 당하면 짜증이 나리라, 그러나 결코 짜증의 말이나 표현을 함부로 할 수도 없고, 무조건 일어나서 지워진 일을 해결해야 하는 등, 맡겨진 막중한 일에 비해서는 현실의 대우가 오히려 너무 약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내가 선장이기에 떠올리는 직책상의 욕심 때문 만은 결코 아니라고 강변하고 싶은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