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상 해상보다 육지에서 피해가 많은 바람.
오스트레일리아의 북쪽의 부근 해상에서, 여름철에서 가을철에 걸쳐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을 두고 WILLY WILLY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막지방을 갑자기 엄습하여 모래폭풍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윌리란 원주민의 말로 우울 또는 공포라는 뜻으로, 윌리윌리라고 거듭해서 부르는 것은 그 뜻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태풍이나 허리케인에 비해서는 발생 횟수도 적어 연간 4회 정도이고, 그 규모도 매우 작다. 대개는 티모르 해(海)에서 발생하여 오스트레일리아의 북쪽 해안을 엄습하기도 한다.
또 다른 곳인 피지제도 부근에서 발생하는 것은 퀸즈랜드의 해안에 도달했다가, 그 부근에서 남동으로 방향을 전환하는데, 곧장 서진해서 카펜테리아만(灣)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주로 퀸즈랜드 해안지방을 휘젓는 피해를 준다.
호주를 다니면서 만날 뻔한 일은 몇 번 있었지만, 바다 위에서 만나 크게 위험했던 일은 없고 오히려 육지에 들어가니 며칠 전 그곳에서 모래 바람을 일으키어 건물과 차량에 큰 피해를 입혔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많았다.
지구 상 열대성 저기압에서 커지는 대표적인 폭풍인 TYPHOON(태평양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 이나 HURRICANE(대서양에 생기는 것), CYCLONE(인도양에 생기는 것) 들보다는 그 위력이 훨씬 떨어지는 소규모의 폭풍이지만, 그래도 순간의 풍속이 90 놋트에 달하는 것을 경험한 적이 한번 있었다.
어제 오후에 기상 통보를 받아보니, 아직 크게 확장된 세력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어쨌거나 TD(열대성 저기압)로 나타난 저기압이 우리 배가 가야 할 길 앞을 지나칠 것이란 예정로를 가지고 나타나 있었다.
그에 대비한 준비로, 외부로 통하는 모든 수밀문을 철저히 닫도록 조치하고, 혹시 떨어질지 모를 탁자 위의 물건들을 치워주는 등 흔들림에 취약한 부분을 보강토록 해준 후, TD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 계속 예정한 항로를 따라 조심스럽게 항해하는 거였다.
어쩌면 큰 폭풍이 지나칠지도 모르는데, 그야말로 무심할 정도의 별 다른 준비도 안 하고 지나가려고 하는 것이다. 만약 다른 해역에서 실제로 태풍에 가깝게 접근하고 있다면 그 어마어마한 파워에 죽음까지도 생각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이니 이런 식의 대처는 생각할 수조차 없는 대비책이다.
그렇듯이 호주 해역의 윌리윌리는 규모도 작고 아담(?)하여 순간 풍속이 90노트가 되더라도 태풍같이 길게 끌지 않고 어쩌면 돌개바람이 지나치듯 휘익 지나며 언제 그런 바람이 불었냐는 식으로 빠르게 사라지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고 문단속으로 바람의 선내 침입을 막는 정도로 준비하며 항해하는 것이다.
물론 배가 크니까 그 정도이지, 요트와 같은 작은 배들은 결코 우습게만 보고 아무렇게나 접근할 수 있는 그런 바람은 결코 아니다.
예전에 그런 돌풍을 호주 북쪽에서 갑자기 만났는데, 마침 선내에서 훤넬(굴뚝) 쪽으로 통하는 문이 열려 있던 것을 급히 닫아주려고 하다가 그 바람의 침입에 밀리면서, 손을 안 다치려고 문의 손잡이를 놓아주던 순간 문짝이 바람에 힘껏 밀리면서 너무 지나치게 열리어 경첩을 망가뜨리는 일을 당하게 되었다.
계속 맹렬하게 실내 통로로 달려드는 바람에 대항해 억지로 버텨가며, 경첩이 떨어진 문을 겨우 닫아준 후 한숨 돌리며 살펴본 브리지 프런트 윈도우 위의 풍속기가 순간적으로 90 노트 눈금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더욱 놀란 것은, 그런 강한 풍속의 바람이 불어준 것이 거의 순간이라고 할 만한 십 여분이 넘을까 말까 한 짧은 시간 안에 끝이 나면서 해상상태가 언제 나빴는가? 하는 식의 조용함으로 금세 되돌아 가버리던 일이다.
당시 그 강했던 바람에 저절로 밀려버린 선박위치가 본래의 침로를 몇 마일이나 벗어났음을 해도상에 남겨진 기록으로 확인하며 새삼 놀랐던 그때의 일은 잊을 수 없는 내 해상 경험 중의 한 순간이기도 하다.
오늘 새벽 그럴 수 있었던 저기압이-아직 윌리윌리로 까지는 크지 못했지만- 우리의 침로를 가로질러 북동쪽으로 먼저 지나가버린 결과를 보며, 역시 기대했던 대로 움직여준 그 저기압을 반가워하며 한시름 덜어 놓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 거다.
해상에서의 경험은 바람이 아무리 약하다 해도 열대성 저기압으로 일어난 바람은 무시 못할 강성을 품고 있으므로, 그들이 지나다니는 길을 마냥 무시하고 다닐 수만은 없는 심정인데, 어느새 무사히 지나갔다니 절로 안도하는 반가움이 기쁜 것이다.
어쨌거나 바다에서의 바람은 언제나 최고의 수준으로 조심한다 해도 결코 나쁠 것 없는 기상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