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치 트리트를 하지 않고 보니
지금까지 여러 항차에 걸쳐서 뉴캐슬을 찾을 때마다 기대했던 만큼의 속력을 내어주지 못하고 오히려 바람에 밀리던 호주 해류가 이번 항차에는 확실하게 도움의 힘을 불어넣어 도와주었다.
계속 비실대는 것 같이 떨어져 있던 속력으로 인해 감을 잡을 수 없던 23일 12시 ETA를 제대로 맞출 수 있게 밤새 잘 달려 준 것이다.
아니 너무 빨리 달려와서 12시 도선사 승선 예정을 기다려야 할 정도의 11시쯤 도착이 예상되어 점심을 먹고 작업에 임할 수 있게 속력을 늦추어 시간을 맞추는 일을 행하기 까지 했다.
오는 도중이던 도착 사흘 전에 H해운의 H 리차드베이 호에게 추월을 당했었는데 그 배는 오늘 새벽 도착 즉시 우리가 가려던 KOORAGANG 6번 부두에 인접되어 있는 5번 부두에 접안을 하였다.
6번 부두는 기다리는 부두이고 5번 부두는 접안 즉시 작업을 시행하는 부두이니 우리가 먼저 들어왔으면 5번 부두에 들어갔을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그런데 어제 밤중에 우리 배를 추월을 해서 오늘 아침 9시에 도착 투묘했다고 보고하는 D해운의 G호에게는 우리보다 먼저 도착했어도 그냥 닻을 넣은 채 대기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항만당국(포트 컨트롤)의 지시를 들으며 우리도 그들을 불러 도착 예보를 11시로 알려주니 우리 배는 12시 헬리콥터로 도선사 승선 예정이라는 전언을 준다.
모두 다 우리나라로 가는 석탄을 싣는 건데 이번 케이스에선 선착선에 먼저 짐을 싣는 일반적인 방법이 적용되지 않는 무슨 이유라도 있는 모양이다.
천천히 접근하며 헬리콥터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는데 12시를 5분 정도 남겨놓은 시간에 우리 배를 부르더니, 3분 후에 도착할 예정이라는 통보를 해온다.
열심히 육지 쪽을 쳐다보며 헬리콥터의 모습을 바라고 있는데 헬기의 엔진 소리가 들리는 듯은 한데 모습은 보이지 않더니, 이윽고 선명한 소리와 함께 까만 점으로 헬기의 모습이 나타난다.
정확히 12시에 도선사는 도착하였고 항 입구에 들어서면서 네 척의 터그보트를 선수 쪽 중앙과 양현에 각각 한 척씩 세척을 잡고 선미 중앙에 한 척을 잡았는데 선미의 것은 나중 입항 작업 중 부두에 다 접근하여 그 라인이 끊어지어 다시 잡는 작은 사고가 생겼다.
작년 12월의 방문 이후 새 천 년이란 금년에는 처음으로 찾은 뉴캐슬이 오늘부터 내일 11시 30분까지 푹 쉬고 그 후에 작업을 한다는 스케줄을 가지고 우리를 환영하여 주었다.
접안 후 입항 수속이 모두 끝나고 선용금도 받고 나니 아침부터 입항 준비로 설쳐야 했기에 식사를 제대로 못했는데 하는 마음을 빌미로 저녁 식사를 외식 결정해본다. 밖에 나가서 뷔페 식으로 하기로 맘먹은 것이다.
피닉스 클럽이라는 회관에 가서 나를 포함하여 다섯 명의 참석자들의 식대를 지불하니 요금을 받던 중국계 지배인이 나를 돈 많은 사람으로 여겼는지, 그런 사람을 한국어로 무엇이라고 말하느냐고 농담 같이 물어왔다. 같이 참석한 선식의 J 사장이 ‘부자’라고 가르쳐주니 계속 그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해본다.
오히려 그 자신이 실제적인 작은 부자일 테지만, 그는 여럿이 왔는데 한 사람이 모두의 대금을 지불하는 한국사람 식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기에 그런 행동을 하는 나를 돈이 많은 사람으로 여기며 한국 사람들이 돈 많은 사람을 무엇이라 부르는지를 알고 싶어 한 것 같아 좀은 어이가 없다.
J사장의 말에 의하면, 그는 중국계 말레이시아 인으로 이곳에 지질학을 공부하러 왔다가 백인 여자와 결혼을 하게 되었고 공부하기가 싫어 이 길로 들어선 후 성공한 사람이란다.
인생의 길은 가지각색이라는 흥미로운 한 사례를 새삼 곁눈질해보면서, 음식 담은 그릇을 들고 뷔페를 즐길 수 있는 자리를 찾아 좌정한다. 내가 부자 된 기분을 즐길 시간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