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까마귀를 우리네 심성의 까치 보듯 해보려다.

by 전희태
CD(9937)1.jpg 까마귀(인터넷에서)


부두에 배를 묶어 놓았지만 하역작업은 하지 않고 있으니 석탄가루가 날리는 일도 없어서 좋은 기분으로 새벽 운동에 나선길이다.


뉴캐슬항은 처음으로 찾았던 시절만 해도, 한적하고 조용하기만 한 시골 작은 전원도시의 느낌을 주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눈을 창 밖으로 돌리기만 하면 그대로 차가 씽씽 지나치는 도로가 부두 담장 너머로 보이고 하루 종일 아니 온밤 까지 합쳐 차들의 행렬이 조금이라도 쉬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바쁜 도시로 변해 있다.


아직 해는 올라오지 않은 상태다. 밝아 올 동녘의 밑바닥에서 은은히 생겨나려는 색채를 힐끔거리며 열심히 걷고 있는 데 갑자기 아기의 울음소리 같은 애절한 소리가 들려온다.


평소 들어보지 못한 소리가 주는 섬뜩한 기분에 멈칫하여 쫓기듯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발걸음을 재촉하면서도 뒤통수가 근지러운 느낌이 드는 것은, 틀림없이 그 소리가 까마귀 몇 마리가 내고 있는 소리라는 걸 확신하면서도 알 수 없는 돌발사태를 저어하는 마음 때문이리라.


서양 사람들은 우리네가 까치를 좋아하듯이 까마귀를 좋아하고 우리가 까마귀를 싫어하듯이 까치를 싫어한다는 정서적인 차이가 있어 보인다.


이제와 그 사람들이 까마귀를 좋아하는 이유나 정서를 이해하고, 정말로 까마귀가 어떤 면에서는 까치보다 훨씬 영리하고 예의가 있고 장유유서 질서의 지킴도 알고 있는 새라고 믿게 되긴 했지만, 아직도 그 검은 모습이나 또 그 까악 거리는 울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까마귀가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한국적인 인상에서 얼굴을 찌푸리곤 하는 상황도 남아있는 내 형편이다.


거기에 히치콕크 감독의 <새>라는영화를 본 기억이 한몫하면서 저놈들이 혹시 나를 공격해올지 모르겠다는 의구심마저 생겨났기에 하우스 쪽으로 도망치는 듯 한 기분으로 이 새벽에 부지런을 떨면서 걸었던 것 같다.


그러나 어느새 나를 뛰어넘었는지 두 마리의 까마귀가 프로비전 크레인의 버팀 활주로 위에 내려앉으며 까-아악!하니 한소리 질러대며 날개를 접어 내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는 까마귀를 크게 싫어하지 않는 고장이니 그 모습이나 소리를 보고 들어줄 때에, 우리가 까치를 만났을 때 하듯이 대해주면 될 것인데,-어둠으로 인해 약간은 더 공포감이 깃든 쪽으로 행동했던-내 형편을 어느새 알아차렸고, 그런 자신들에 대한 편견이나마 고쳐지기를 바람이었을까?


까마귀들은 더 이상 내 앞에서 알짱거리지 않고 불현듯 반투명으로 변해가는 여명에 밀려서 어느새 동이 터오는 하늘가로 떠 오르더니 까만 점 되어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다.


하역 작업이 없는 선상의 고요한 아침이 까마귀의 떠남과 함께 조용한 잠에서 깨어나며 하루를 열어주고 있다. 오늘 하루 무슨 좋은 일이라도 일어나 주려나, 기대를 부풀리며 운동을 끝내고 방으로 돌아온다. 참말로 굿모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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