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쯤이면 후회가 몰려오는 일
나야 뷔페 식의 식사를 하는 재미로 한 번씩 방문하는 우리가 접안 한 부두에서 좀 더 가까운 곳에 있는 피닉스 클럽(PHOENIX CLUB)이나 시내 가운데의 워커스 클럽(WORKER'S CLUB)을 선원들은 전자식으로 된 게임기와 한판 승부를 하느라고 자주 찾아 나서곤 한다.
게임(도박)을 하는 중간에는 몇십 불씩 따는 사람도 있지만, 끝나서 귀선해야 할 때쯤에는 돌아 갈 차비마저 털리는 후회를 하는 이도 종종 생기곤 한다. 하지만 게임하는 사람들은 이곳에 기항할 때마다 계속 그런 일을 반복하고 있다.
게임의 종류도 룰렛이나, SLOT MACHINE 등 여러 가지로 다양하지만 모두가 전자식 기계로 되어 있다.
게임기의 앞에 서서 게임의 방법을 읽어 보면서도 잘 모르겠다는 나와는 다르게 설명을 읽지 않고도, 아니 영어가 좀 짧아 읽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도, 게임에 몰입하여 잠시라도 따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자신이 투자한 돈의 몇 배를 따던 사람도 어느 정도 오르고 난 다음에는 욕심을 부려서인지 어느 순간 무너지기 시작하면 슬슬 나가는가 싶던 게 어느새 다 털리곤 한다.
주머니에 있던 또 다른 종잣돈까지 꺼내는 일을 되풀이하다가, 배로 들어가야 하는 시간이 가까워져서 일어날 때쯤, 자신의 형편으로는 제법 많은 액수의 돈을 잃고 있다는 걸 알게 되지만 이미 때는 늦은 것이다.
개중에는 약삭빠르게 땄다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볼 때 마지막 끝나는 시간까지 해본 결과에서 땄다는 사람들의 돈보다는 잃었다는 사람들의 액수가 더욱 많고, 잃은 사람들의 숫자도 땄다는 사람의 배 이상이 넘는 게 통례이다.
오늘은 하역작업이 저녁 6시에 모두 끝나고 여섯 시간 후인 밤 12시 30분에 도선사가 승선하여 출항한다는 예정이 세워졌는데도, 그 몇 시간에도 나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생겨나 있다.
하지만 모두 마음을 돌려먹어 그냥 출항에 대비하라고 윽박지르듯 단호하게 지시해 두었다. 실은 그들의 돈을 잃지 않게 배려해 주려는 목적과 함께 선원들의 상륙을 차로 지원하기 위해 남아 있던 M 선식의 Mr.J 을 상륙자가 없으니 그냥 시드니로 돌아가라고 귀 띰을 해서 배를 떠나게 해주기 위해서였다.
호주에서 한국계 선식 회사 간에 무보수로 상륙 자들의 교통 편의를 지원해 주는 일은, 이곳 선식 공급 업계가 경쟁적으로 선원들의 환심을 끌기 위한 한 가지 방편으로 굳어진 매우 한국적인 현상이다.
입항 후 부두에 접안하고 있는 동안의 하루 종일을 배에서 선원들과 같이 생활하며 상륙자가 생길 때마다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그들의 서비스는 어찌 보면 눈물겨운 일이다.
우리가 조금 참으며 그들을 대하면 될 일도 당연한 일처럼 그들을 부려먹듯이 차를 내어 달라고 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좀 자제하도록 이야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선원들이 그들을 대하는 태도는 너무 계약자 갑을 닮아있는 것이다.
외국에서 이민 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그들도 가족과 만나는 시간이 아쉬울 것이라 여겨지는데, 우리들 중 몇 사람의 출항 전 네댓 시간을 즐기기 위해 미적거리며 그를 붙잡아 두어 그의 잠자야 할 시간까지 빼앗는 것은 너무한 일이라는 생각과 함께, 선원들의 주머니 보호도 해보려고 실행한 조치이다.
모르긴 몰라도 나의 그런 지시에 입술을 불퉁거리는 사람도 몇 사람 있었을 것이지만, 출항 후 이야기해보면 그런 불평을 할 만한 사람도,
-그냥 출항한 거 참 잘 한 일입니다.
라고 이야기하는 비슷한 경우를 전에도 보아 왔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고 취한 결정이었다.
뉴캐슬 항을 출항하면 종종 겪는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