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판에 흩어져 있던 담배꽁초를 모두 줏어낸 후
길바닥에 함부로 버려진 담배꽁초나 대자연 속의 달리는 선박 갑판 위에다 밟아서 버려진 꽁초를 만났을 때 느끼는 마음 모두가 다를 바 없이, 그야말로 담배꽁초는 얄미운 쓰레기 일뿐이다.
한 동안 눈에 뜨이지 않던 갑판 상에 버려진 담배꽁초가 오늘 아침의 운동 시간에는 유난히도 여러 개 눈에 뜨인다.
운동 시간 중의 일출이 전보다 많이 빨라져 밝아진 환경 때문에 눈에 뜨이는 게 많아져서 그런 것이기도 하겠지만, 거의 담배 필터만이 남아있는 그 꽁초를 보면서, 이번 항차 시작되며 연가로 바뀐 사람이 늘어났는데도 첫인사의 잔소리를 하지 않았더니 그리 되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그곳을 지나치며 꽁초를 집어다가 쓰레기 통에 버리려던 마음을 일단은 움츠려서 보류하기로 한다. 열심히 담배를 피워서 제 마음대로 버리는 사람과 악착같이 그런 꽁초를 주워 들어 치워주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일이, 특히 내가 그런 후자에 든다는 자체가 약 오르는 일이 되어 떠 올랐기 때문이다.
허지만 그렇게 함부로 버리는 사람이 있으니, 치우는 사람의 희생적인 봉사 모습도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페스탈로치가 거리에서 마음껏 뛰노는 아이들이 다치는 것을 막기 위해 묵묵히 길거리에서 사금파리와 유리 깨진 것들을 주워 모았다는 일화는 그래서 더욱 유명 해지고 후대의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이야기로 전해지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순수하게 아이들을 위하는 스스로 우러나온 충정이 있는 교육자의 투철한 정신이 배어 있기에 더욱 빛나는 것일 게다.
내가 선내에서 이렇게 하는 것은 단지 선내 청결(淸潔) 유지라는 단순한 이유가 우선이니, 페스탈로치에 비견하는 건 어폐가 많은 망발이겠지만, 그래도 지구의 환경보호를 염두에 둔 쓰레기로 인한 바다 오염방지 운동에 참여하려는 의지라고 하면서 좀 띠워 본다면 안 되는 일도 아닐 것 같다.
사소한 담배꽁초 일지라도 함부로 바다에 버리는 일은 현실에서 금지된 일이고, 그걸 법령이나 규칙을 가지고 규제하는 나라도 지금은 지구촌 여러 나라 여러 곳에서 계속 늘어나는 실정이다.
여러 해 전, 미국에 기항하였을 때 경험한 일에 무선 검역을 받은 본선에 그들의 퇴역했음직한 노령의 촉탁 검역관리가 사후에 승선하여, 자체 승선점검을 한 적이 있었는데, 갑판에서 발견한 담배꽁초를 문제 삼아 500 달러의 벌과금을 물리겠다는 걸 간신히 사정하여 빠져나온 적이있었다.
그렇게 각인받은 기억은, 이제와서는 갑판에서 흩어진 담배꽁초의 모습을 만나게 되면 자연히 예전을 생각하게 되면서, 바다 환경을 지킨다는 목표를 가진 현장지휘관으로서 솔선수범(率先垂範)하는 모범이라고 우기 고도 싶어 지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모범 정신을 실천하지 않겠다고 작심하듯 담배꽁초를 주워서 치우지도 않고 그대로 내버려둔 채 운동을 끝내고 들어와 이 글을 쓴다.
20여 년 전에는 나도 못 말릴 골초로 아마도 남한테 보이지 말아야 할 일들을 그로 인해 했을지도, 아니했을 것이지만, 이제는 그런 일에서 완전히 돌아 선 입장이니, 꽁초 투기를 하는 일부 선원들의 공중 도덕심의 결핍증을 탓하며 말리고 나서곤 하는 거다. 매번 금세 없어질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습관의 폐해에 혀를 차면서 말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말해주기 전으로 되돌아가는 그 빠른 회귀성을 개탄하고 불유쾌하게 여기기에, 이따금 불만을 가득 담은 마음이 들어설 때마다 그들에 대한 결론을 성급하게 내기도 한다.
작은 일로 보이기는 하지만, 그런 식으로 사회생활을 해오고 있으니, 현재의 위치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밤낮 그 모양 그 꼴로 사는 것이 아니냐?라는 그들을 비하하는 생각도 서슴지 않으려는 좀 괘씸한 결론으로 말이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도 그런 범주에 드는 인간 일 수도 있다는 뜨끔하는 연상에 주위를 한번 슬쩍 돌아보게도 된다.
나를 반성하고 깨달음을 갖는 그런 인간으로 회귀하기를 바라며, 내일 아침 운동 때에도 만약 담배꽁초가 갑판상에 그대로 남아 있다면, 그때에는 모두 수거하여 정식의 쓰레기 통에 버려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그대로 두어서 비라도 오면 모두 휩쓸려 바다로 들어가 버릴 터인데, 그러면 그게 오염사고가 아닌가?
우스개 소리 같은 방정맞은 생각이 또 드니, 밤새 비바람이 찾아오지 않기를 바라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