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길고 놀다란 현문 사다리를 올라선다는 일의 의미
우리 배에 승선한다고 왔다가 무슨 이유인지를 딱히 밝히지 않고 그냥 하선하겠다고 우겨 서류 상으로는 이미 우리 배의 선원으로 있다가 하선하게 된 2 기사 U-SH 에 대한 회사의 후속 조치에 대한 통보가 왔다.
그 친구 시원하게 하선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결국은 회사도 그만두게 되면서까지 본선과의 짧았던 몇 시간의 인연을 끝낸 것이다.
시원스레 밝히지 않은 이유가, 그냥 본선에 와보니 느낌이 본선을 만기 연가 때까지 승선할 수가 없을 것 같아서, 그럴 바에는 아예 지금 내리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여 내렸다는 식의 좀은 애매모호한 허탈하게 들리는 이유를 들어 기어코 하선하기를 우기더란 다.
물론 육상 근무로의 전직 의사는 없었다지만, 타 선사의 선박에 승선하겠다는 이야기는 하였다는데,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어떤 자책감도 보이지 않는 이기심만을 앞세운 태도였기에 회사도 그의 연가가 종료하는 시점으로 사직 처리하면서 타 선사 전직도 원천 차단될 수 있는 <무단 하선자>로 공고하였다는 통보를 보내왔다.
회사가 그렇게 빠르게 일처리를 해 줄 것이란 기대는 솔직히 못하고 있었기에 당황할 정도였지만 이번 일에 대한 깔끔한 뒤처리를 해준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은 충분히 가지게 되었다.
그의 행위가 마땅히 사규에 의해 사직시킬 수 있는 대상이긴 하지만, 어찌 보면 우리 배에서 낸 공문으로 인해 사직당하는 불이익이 생겨나고 동시에 무단 하선자로 까지 공고되어, 추후 다른 회사의 선박에 승선하는 길도 원천 봉쇄될 수 있음을 알리고 있는데, 어쨌건 그렇게 되도록 한몫 거들어 준 나의 결정은 과연 잘한 일 일까? 새삼 되돌아보는 심정이 됨에는 그가 우리와 같은 선원이란 범주에 드는 사람인 때문일 게다.
며칠 전까지 그 친구로 인해 마음고생하며 본선의 인사관계에 우려를 가졌던 생각을 하던 때와는 정 반대로 그를 불쌍한 한 젊은 친구로 여기며 그런 이의 앞길을 어쨌든 막아준 것은 아닐까? 하는 후회 비슷한 감정도 새롭게 머금어보며 이 일의 뒤처리를 모두 마감하기로 한다.
그가 우리 배에 와서 한 행동을 다시 검토해 봐도 더 이상의 다른 동료 선원들이 그 같은 일의 반복으로 인해 마음고생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잘한 일이라고 믿고 싶다.
우리 배에 올라와서 행한 일을 다른 배에 가서도 또다시 반복할 수 있는 그 친구의 매너는 책임 추궁을 당하는 게 마땅한 일로서 자신이 뿌린 씨에 대한 결실이 비록 쓴맛이 더라도 감수해야 할 것이란 생각이 너무나 크게 내 마음속에 차지하고 있기에, 더 이상 봐줄 수가 없다고 판단했다.
지금까지 보아온 배 안에서의 말썽꾸러기 들의 행동 패턴을 참조해 보아도, 그는 틀림없이 자기의 기분대로, 단체에서의 기본 룰도 무시한 체, 또다시 제멋대로의 일을 행 할 수 있는 사람임을 드러내 보여준 셈 이니까.
회사가 우리 배에서 자진 하선하며 나타난 그에 대해 의외로 강력한 뒤처리를 하여, 본선에서 원하던 그 이상으로 그에게 책임을 물린 것과 그 결과를 굉장히 빠르게 본선에 알려준 조치로 보아 막말로 그는 제 무덤을 파는 식의 고집스러움으로 회사의 인사담당자를 만났고 행동했던 게 틀림없어 보인다.
어쨌거나 그의 선원수첩 승선란을 보았을 때 2개월에서 3개월을 넘기지 못한 승선 이력이 기록되어 있다는 것은, 그가 듬직하니 배를 타서 연가도 채우고 일도 할 만큼 잘 해내는 양질의 선원이 못 된다는 점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증거이기에 아직도 꼬리가 더 남아 있는 애틋한 관심을 잘라버리기로 결심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