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만났던 인연 어느 바다에서 소식 전하고
J 선장님 안녕하셨습니까?
휴가는 잘 보내시고 사모님도 건강하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21일 대만 타이중에 입항하면 연가 하선 예정입니다.
14개월 하고도 14 일 정도 승선한 걸로 계산이 나왔네요.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단은 전직 교육을 마치고
11월 정도 되면 배승을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대서양 쪽에만 있다 보니 정보가 없어서 잘 모르는 상태입니다.
선장님, 항상 전 승조원을 위해서 노심초사하시던 모습이
생각나며 그때가 그리워지는군요.
선장님, 언제나 안항과 가내 건강하시길 빌어 드리겠습니다.
혹시 사모님과 전화하시게 되면 제 안부도 좀 전해 주십시오.
선장님 건강하시길 빕니다. 오션 후랜드호 김 OO 올림
(이-메일로 편지가 온 것이다. 나도 답신을 만들어 띠웠다.)
오션 후랜드호 김 OO님
와아- 참 오랜만입니다.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시다는 소식 접하니 무척 반갑습니다.
저의 집안 식구들은 항상 염려해 주시는 덕분에 모두가 건강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본선의 이번 항차는 예정에 없던 GLADSTONE에 19-22일 기항하여 18,000톤을 싣고 나머지는 뉴캐슬 외항에서 일주일쯤 대기한 후 선적 예정입니다.
양하는 광양, 포항 두 군데에 기항하여 짐을 부리는 괜히 바쁜 일정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모레 새벽 (17일)에 죠마드를 통과할 예정입니다.
지난 저의 연가는 어영부영하다가 다 지나가 버렸지만 OO 씨는 14개월 반이나 승선한 많은 연가 일수를 유용하게 쓰셔서 가족들과 여행도 즐기시고, 미뤄두었던 기념일들도 챙기시고.... 참 할 일이 많으시죠?
또한 앞으로의 승선부터는 신나고, 재미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지낼 일 들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바라며 박 여사님을 비롯한 가족 분들에게도 저와 저의 집 식구의 안부를 같이 전해 주십시오.
다시 한번 반갑고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H.T Jeon
ps : 재작년 같은 배에서 연가를 받고 하선하며 헤어졌던 당시 통신장이던 김씨로부터 이멜 안부 편지를 받고 나도 이멜로 답장을 보내며 서로 소식을 주고받은 내용이다.
서로가 한번 헤어지면 지구의 반대편 다른 바다를 누비게 되면서도 이렇게 한 번씩 생각이 나면 근황을 주고받는 경우를 종종 만들곤 하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경우의 사람들과 다 그랬던 것은 아니기에 평범한 안부 편지이지만 소식을 받아 들은 순간 무척이나 반가웠었다.
소식을 전하는 사이사이로 같이 근무하던 그 시절 함께 경험했던 여러 가지 일들이 마치 활동사진의 한 장면 마냥 떠 오르기를 하는데, 그 움직임 하나하나가 어쩌면 움직임으로서 나타난 게 아니라 당연히 내 온몸에 배어있는 독특한 냄새인듯한 착각마저 일으켜주는 그런 추억이 되어서 안개처럼 은근히 스며들기를 하고 있다.
이제는 통신사(장)란 직책이 배에서 사라졌기 때문에 그가 그런 타이틀로 승선하고 있을 리는 없을 터, 당시 회사에서 교육을 받으면 전직시키는 코스가 항해사였기에 지금은 최소한 일항사나, 잘 되었으면 선장으로도 승선 중일 거라 믿어지는 아주 건실한 동료였던 김씨가 새삼 보고 싶어 진다.
그러나 앞으로 그와 함께 동승하여 새로운 추억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형편은 영원히 사라지게 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