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으로 해서는 안 될 행동
아무리 폭풍이 몰아쳐 온다 해도
폭풍 속을 힘겹게 뚫고 나가는 본선의 모습.이 정도의 폭풍은 그래도 사진 찍을 마음이 얼마던지 남아 있지만.....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에는, 자신의 의지에 반하여 주위의 사물이 훼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를 종종 만났을 때 어려워하면서도 뚫고 이겨내는 것을 보람으로 사는 것이 세상 삶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힘든 상황을 피해 내려고, 초지일관한 뜻대로 행동하며 헤쳐가는 사람을 우리는 주위에서 찾아내기가 조금은 어려운 것 같다.
그렇긴 해도 끝까지 버티어 내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며, 그런 사람들을 직업적인 분류로 골라내기라도 해본다면 우리 뱃사람들을 그 버티어 내는 부류에 넣어줄 만한 사람들이라고 여기며 지금껏 살아왔다.
물 위에 떠서 움직이는 삶을 살아가는 뱃사람의 주위는 항시 주된 환경에 반하여 생겨나는 바람, 파도 등이 수선을 떠는 어수선함의 복판에 위치한 것이기에, 우리 자신들의 뜻과는 무관하게 항시 흔들리는 불안한 상태를 감내, 극복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뱃사람들은 선체 동요에 굴복하지 않는 정신상태로, 몸은 항시 흔들려 기울어지는 반대편으로 똑바로 세우도록 노력을 하면서, 자신들에겐 그야말로 이 세상 전부랄 수 있는 바다와는 항시 수평으로 반듯하게 대하려는 몸가짐을 가진 삶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몸이 비록 배의 철판이 만들고 있는 수평상태를 부인하려는 순간이면, 실제 수평선의 평형을 찾아가고자, 즉 우리들 삶의 터전인 배-수평선-와 가장 편한 자세인 수평을 이루는 형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움직이는 선원들의 행동은 자신도 모르게, 움직이는 배를 따라 반대의 꾸준하고 부지런한 움직임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소극적인 방안으로는 움직이는 배에 대항해 몸을 곧추 세우는 행동이나, 또 안전한 버팀을 위해 탁자의 가장자리에 놓인 찻잔이라도 만나게 되면 얼른 차탁 가운데로 밀어 넣는 행위 등으로 보여 주지만, 적극적인 행동으론 그렇게 닥쳐오는 바람과 파도가 최소가 되도록, 가장 안전한 배의 자세를 취할 수 있는 곳으로 배 자체를 이끌고 가려는 조선(操船) 행위로 진정한 뱃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며칠을 계속하여 흔들어 주는 심한 바람과 파도로 인해 심신 모두 피로에 젖어 피폐해진 찰나를 넘기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모든 걸 포기하는 심정에 빠져서 평형 유지를 팽개쳐 버린 사람-선장-이 있다면, 과연 우리는 그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폭풍 속에서 동료들이 함께 하고 있는 배를 폭풍의 후유증에 밀려서 포기한다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감싸 줄 수 없는 가장 비겁한 행위일 것이기에, 우린 그런 사람은 선원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오래전 어느 해의 태풍 시즌에. 태풍의 진로와 겹쳐진 항로를 가지고 항해하던 자신의 배를, 태풍 피항을 위해 미리 침로도 조정하고 속력도 조정해가며 조심스럽게 항해에 임하던 선장이 있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미쳐 예상 못 한 진로를 택하여 접근하여 온 태풍의 영향권 안으로 삽시간에 끌려 들어가, 사흘 밤낮을 무서운 폭풍에 시달려야 했던 선장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밤 잠도 못 자고 식사도 제대로 못하는 극한의 상황에서, 브리지 자신의 자리에서 계속되는 태풍의 횡포와 맞서 최선을 다해 배를 조선하였지만, 어느 순간 시달리던 피로와 체념에 지쳐 떨어지면서 자포자기한 태도로 돌변한 선장이,
-에이~ 이젠 나도 모르겠다.
하며 브리지를 떠나 비틀거리며 자신의 방으로 가 버렸단다.
그 자리에 남아 있던 당직자나 시시각각 다가서는 흔들림의 무서움에 슬그머니 구명 동의까지 준비하고 일부러 브리지에 올라와 쪼그리고 있던 선원들까지 그런 선장의 모습을 보는 순간 모두가 하얗게 바랜 얼굴로 할 말을 잊었다든가?
그나마 더 이상 태풍에게 심하게 얻어맞지 않고 무사히 빠져나와서 살아났기에, 이런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이겠지만, 사실 그런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모든 걸 포기한 듯한 선장의 행동은 동료 선원들 사기도 꺾었지만, 진짜로 배를 위험 상황에 빠지게 유도할 수도 있는 있어서는 안 될 행동이었던 것이다.
사족으로 달린 위 이야기의 결말이다.
무사히 목적 항구에 도착한 후, 선원들은 그런 선장과는 함께 배를 탈 수 없다며 단체로 하선 요청을 했고, 한꺼번에 선원들 모두를 교체를 할 수 없었던 회사는 그 선장을 하선시키는 일로 선원들 정서를 달래어 일을 매듭지었다.
배와 끝까지 함께 해야 할 선장의 엄중한 책임감을 저버렸기에 결국 선장의 자리마저 빼앗겨버린 그 선장의 처지가 동료로서 이해는 되면서도 아쉽고 애처로울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