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피해야 할 게임에서의 행동.
모처럼의 훌라 카드놀이에 참여하여 저녁 시간 한 때를 즐겁게 보내고 있었다. 어느 정도 무르익은 게임의 열기가 전판이 비기는 게임이 되면서 판돈이 두 배로 불어나 흥미가 배가된 형편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돌려지는 카드를 손에 들며 훑어보니, 내 패는 빨리 내려놓고 점수를 줄이는 속전속결의 방향으로 가는 게 유리해 보인다. 선수 치는 게임으로 몰고 가려고 7 자를 내려놓아 등록을 하면서 눈치를 보기로 한다.
다른 사람들도 7자를 내려 등록하기를 강요한 셈이다. 내려놓으면 얼른 붙여 내려서 손을 털 요량을 은근히 꿈꾸며 진행시키는 게임이다.
그런데 내 다음 사람은 등록할 생각을 아예 포기하고 작은 숫자의 패를 버리며 그냥 넘어가는 게 아무래도 모 아니면 도를 꾀 하는 큰 패를 경영하려는 듯한 수상쩍음을 엿보이게 한다.
그다음 사람은 7 자만 한 장 내려놓아 등록은 하고 가지만, 내가 필요한 무늬의 카드가 아니다.
이제 남은 두 사람한테서 내가 필요한 7 자가 나와 바닥에 깔려 주어야 하는데 하고 초조하게 기다리는 심정일 때, 세 번째 사람은 석장으로 된 등록 패는 곱게 내려주면서 한 장의 7 자는 남이 붙여 훌라! 하고 손을 터는 꼴이 되는 건 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인 듯 과감하게 버리는 카드로 운용하고 있다.
바로 내가 필요해서 불러내고 싶어 시작한 내 손 안의 6자, 8자와 같은 무늬를 가진 7자를 버린 것이다.
내가 그 친구 다음 자리에 앉아 있었다면 얼른 생큐 하고 받으며 얼른 내 6자와 8자를 붙여 손을 털어내는 훌라!라고 외칠 수 있었겠지만, 내가 받을 수 있는 이웃 좌석이 아니니, 내 손 안의 6과 8은 그대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 같은 패로 전락되어버린 그야말로 나한테는 어쩌면 최악의 순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내 손 안의 카드를 모두 털어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했던, 문제의 7자를 과감하게 던져버린 그 친구를 원망하며 약 오르는 맘을 삭이려니 절로 씩씩대는 한숨이 숨죽이지 못한 채 흘러나오는 기분이 든다.
이제 다섯 사람의 참석자 중 바로 내 위에 앉아 있는 사람의 카드 운용에 따라 게임의 방향이 또 다른 재미를 가지고 진행될 형편으로 흘러가고 있다.
만약에 그 친구까지 등록을 제대로 하지 않고 지나간다면, 나는 약간의 위험 부담을 가지게 되더라도 카드 오픈을 콜 하여, 손안에 든 카드로 승부 걸기를 해 봐야겠다는 방향으로 생각을 굳혀가고 있었던 것이다.
헌데, 잠시 멈칫하니 생각을 해보던 그 마지막 친구가 등록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선회한 듯, 열심히 손 안의 카드를 털어내며 숫자를 최대로 줄이기를 한다. 내가 카드를 오픈할 것 같다는 기미를 눈치채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승부 걸어 볼 기회를 막으려는 카드 운용을 하는 마지막 복병을 만나고 나니, 순간적으로 욱하니 치미는 성질대로 그의 카드 털이가 끝나자마자 지더라도 그냥 점수를 세자며 판을 끝내려던 마음에서는 벗어났지만.....
에잇! 나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 는 심뽀와 함께 카드를 떠 오자마자, 가차 없이 내 손에서 제일 큰 숫자인 K자 카드를 꺼내 던져버렸다. 또 한편으론 다음 사람이 그 카드를 받아 패를 완성하는 일만은 없기를 바라는 말도 안 되는 행운(?)까지도 슬쩍 기대해보면서 말이다.
원칙도 손 안의 카드 숫자의 합을 줄이는 게 통상의 게임 방법이니 그렇게 버리는 게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다음 사람의 패 운용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그 야밀로 <짜고 치는 고스톱>에 해당되는 극히 기피해야 할 카드 운용인데 아니면 좋고 되더라도 나 혼자만 뒤집어쓰는 것이 아니라는 식의 물귀신 같은 심보로 돌아섰기 때문에 벌린 일이었다.
어쩌면 <81점 이상>을 하려고 숨죽이고 있다고 여겨지기도 했던 내 다음 사람은, 아니나 다를까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K자를 받아 들며 신나는 외침을 보낸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그 카드를 받아 83점을 만들어 나로부터는 40개, 다른 사람들은 모두 20 개의 다불 칩을 받아 순식간에 100 개의 칩을 거둬, 열 번의 일반 게임을 연속해서 이긴 것과 같은 수입을 차지한 것이다.
칩 하나에 100원짜리로 보통은 한판에 천원이 들어오면 과한 판에서 단번에 10 배 이상을 딴 셈인 그 친구, 어제 까지 잃었던 것을 그 한판으로 다 찾아내는 기분 좋은 게임을 했다지만, 나는 괜한 오기를 발동시켜 그런 결과를 만들었다는 후회막급의 현실에 빠져들며 쓴 입맛을 다셔야 했다.
왜 그랬을까? 어차피 게임은 남을 이겨내야 하는 일인데, 남들도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고의로 방해하는 것이고, 그게 내 이익에 피해를 줬다지만, 그런 식으로 감정처리를 하여 카드 패를 버린 것은 아무리 해도 너무 무모한 어리석은 행동이었음을 인정해야겠다.
내가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되었다고 왈가왈부한다는 자체도 게임 룰에 비껴가려는 태도이지만, 순간적인 결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욱하는 심정 되어 그렇게 일 처리한 것은 더욱더 한심한 추태를 부린 행동일 뿐이다.
가로 늦게나마 <남을 이기기 이전에 나부터 이겨내는 마음 가짐> 이 세상살이에서 중요한 일임을 명심하자고 마음을 다잡아 보는 걸로 오늘은 배움을 가졌다고 위로 삼기로 억지를 써 본다.
에잇! 그래도 다시 한번 씁쓸한 입맛을 다셔가며 페널티로 지불해야 하는 칩을 세어주기 시작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