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말썽 부린 우현 묘

닻줄의 고착으로 인한

by 전희태
BD04(5234)1.jpg 뉴캐슬 시내 언덕에서 바라본 뉴캐슬 외항의 모습. 많은 배가 기다릴 때는 저 바다 위가 정박선으로 가득하기도 했다.



그래드스톤에 도착하여 닻을 내리려 할 때 말썽을 부려, 결국 사용하지 못했던 오른쪽 닻을 이곳까지 오는 동안에 사용할 수 있게 수리를 했다는 보고를 받았었다.


이번 뉴캐슬 외항에 도착할 무렵 다시 사용하기로 결정하여 콕크 빌(주*1) 상태로 우현 묘를 투묘 준비시키며 묘박지로의 접근을 시작하였다.


-렛고 스타보드 앵카!

드디어 원하는 투묘지에 도착하여 투묘 준비가 완료되어 있는 우현 쪽 닻을 내리도록 명령이 떨어졌다.

헌데 이번에도 그냥 준비한 상태만을 굳게 지키려는 듯, 닻은 물속으로 떨어져 내리지 않고 있다.


그래드스톤에서 당했던 황당함을 또 당하고 보니 짜증이 배가 되었지만, 우선 참으며 안전을 위한 주위의 정박선들과의 위치 변화부터 즉시 점검한다.


닻이 떨어뜨리어지지 않아 변하게 된 위치가 원하던 곳에서 얼마나 빗겨 났는지부터 확인하는 작업이다. 현재의 형편으로 봐서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며 한시름 거둔다.


우리가 이곳 외항에 도착할 때부터 VHF 전화 통화를 들으며, 먼저 와있던 배들 중에 항내로 들어가는 배를 확인하였고, 일부러 교대라도 하듯 그 배가 있던 자리에 투묘하려고 찾아들어온 곳이다.


마치 준비해두고 있던 자리를 내어주듯이 닻을 감아 항내로 들어가든 배의 진로를 조심스레 피하며 접근한 묘박지의 넓이가 한결 푸짐해 보여, 잘 들어왔다는 흐뭇한 마음이 들지만, 힘들여 찾아온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기왕이면 며칠 기다리는 동안이지만 낚시가 잘 되는 곳에 투묘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인데, 이곳이 뉴캐슬 외항 대기 묘박지 중에서 낚시질이 잘되는 해역 중 한 곳이라고 아는 사람들은 알고 있는 구역인 것이다.


주위에 촘촘히 박힌 배들의 모습이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먼저 배가 있던 빈자리에 온 그만큼 넓게 쓸 수 있는 여유도 있다.

후진 타력으로 인해 약간 뒤로 밀리긴 했지만, 잠깐 동안 전진의 미속 기관을 사용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것으로 기대하고 기관사용을 명하며, 닻의 재준비를 독촉한다.


-데드 스로우 어헤드 엔진!(DEADSLOWAHEAD ENGINE).

뒤로 좀 밀려나기 시작하던 타력이 소멸하며 이제 다시 투묘를 할 만한 자리로 되돌아 다가설 때 기관사용 중지명령을 내린다.


-스톱 엔진(STOP ENG,)

잠시 뜸을 들여 숨을 돌리고 난 후

-포트 앵카 스텐바이(PORT ANCHOR STANDBY) 되었는가?

-스탠바이 포트 앵카, 써.( STANDBY PORT ANCHOR, SIR.)

라는 복창을 듣고 난 후

-스로우 어스턴 엔진.(SLOW ASTERN ENG.)

투묘 후 쉽게 체인 신출을 하려면 약간의 후진 타력이 필요하여 내린 명령이다.

이제 모든 상황이 투묘에 적합한 상태라고 확신하며 좌현 묘를 투하하도록 명령한다.


-렛고 포트 앵카.(LET GO PORT ANCHOR)

촤르르 앵카 체인(닻줄)이 풀려 나가는 소리가 들리며, 세게 흘러나가는 체인을 따라 잠깐동안 녹 가루와 마른 뻘흙이 뿌옇게 날려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닻이 잘 내려지고 있다는 증거라 이번에는 마음이 흡족하다.


-훡쓸(Foc'le-Forecastle),녹가루 흙먼지가 눈에 들어가지 않게 조심해요!

좀 늦은 감은 들지만, 휘날리는 먼지로 뿌옇게 뒤 덮인 선수루를 보며 주의 환기를 시켜준다.

이윽고 편하게 내려가는 체인의 소리와, 체인이 신출되는 방향까지 확인한 후,


-나인 샤클 인 워터!.(NINESHACKLES IN WATER).

라는 명령을 내린다. 앵카 체인의 신출해주는 양을 수면까지 9 절로 하라는 명령이다.


1절(SHACKLE)의 길이가 27.5미터이니, 곱하기 9 하면 247.5 미터의 닻줄을 풀어 주라는 지시이다. 이제 이곳에서의 투묘 대기 중에는 이렇게 해저에 박힌 닻을 중심으로 반지름 약 250미터인 원 안을 맴도는 신세가 된 것이다.


두 번씩이나 똑같은 일로 우현 묘의 사용에 실패한 선수 쪽 부서원들은 당장 낚시질하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확실하게 원인을 밝혀 내려고 해산을 보류하고 선수루에 남았다.


일항사의 지휘 아래 이번에는! 하는 심정으로, 이미 투묘된 좌현 묘에 엉키지 않게 조심하며, 우현 묘 닻줄을 역전시킨 윈드라스로 강제로 물속에다 넣어 해저에 닿을 때, 스톱퍼를 채워 더 이상 달려 나가지 않게 해 놓고, 브레이크 밴드를 풀어 주었고.


다시 윈드라스를 역전시켜 스토퍼 안쪽의 앵카 체인을 갑판상으로 좀 더 내 주어 녹이 많이 붙어 닻의 신출을 방해하는 부위를 찾아내어, 그 녹들을 철저히 떨어내 준 후 필요한 곳에는 페인트칠도 해주었다.


이제는 제대로 작동하는가를 시험할 단계, 다시 닻줄을 감아 들이고 닻도 수면까지 올린 후 정지시켜서 브레이크 밴드를 바짝 조여 준다. 닻의 테스트 투묘 준비가 끝난 상태이다.


즉시 조이고 있던 브레이크 밴드를 풀어주니, 앵카의 무게로 인해 저절로 풀려나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번에는 매끈하게 잘도 내려간다는 보고를 하며 일항사는 뒤처리를 끝낸 후 선수 부서의 해산을 요청해 온다.


-선수루! 우현 앵카 수납 뒤처리 잘하고 해산! 수고했어요.

-참돔 큰 거 몇 마리 낚아 올리도록 부탁합니다!


닻의 원활한 작동은 자신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수고한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여 주는 말로 덧붙인 인사이다.


물론 횟감이 될만한 큰 고기를 낚아주면 더욱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주*1 콕크 빌 상태 : 닻을 투묘하기 위해 투묘지로 향할 때, 닻이 정확하게 투하될 수 있도록 닻의 밑부분을 수면 가까이 까지 내려놓고, 투묘 준비를 끝낸 상태를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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