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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꽁치를 뜰채로 건져내다

돌고래가 도와준 낚시 경험

by 전희태
taejo1_3(3562)1.jpg 학공치의 모습. (인터넷즐거운 낚시세상 taejo1에서 퍼옴.)


호주의 외항에서 투묘 대기하면서, 장기적으로 입항을 기다리게 되는 경우를 만나면 대부분의 선원들은 휴식시간에 후부 갑판에서 낚시를 즐기곤 한다.


취미에 낚시가 없는 사람이라도, 금방 후부 갑판에 올려진 도미 등 회로 먹을 수 있는 고기가 잡히면, 덩달아 신이 나서 즉석 생선회 파티에 참석, 분위기를 돋우며 즐기기도 한다.


이번 항차도 어김없이 며칠 기다리는 사정이라 닻을 내리자마자 비 당직자들은 낚시 도구를 챙겨서 후부 갑판에 모였다.

낚시 바늘이나 줄 같은 기본적인 낚시 도구는 선내 오락비로 구입하여 공동으로 사용하지만, 기타의 부속품들은 개인적으로 사거나 자체 제작하여 충당하는 꾼들도 있다.


특히 후부 갑판에서 수면까지의 깊이(높이)가 최소한 20 미터는 되므로, 수심 30 미터 가까운 묘박지에서의 낚싯줄 길이는 60 미터 넘기가 보통이고, 봉돌도 그만큼 무거운 걸로 사용해야 한다.


낚시에 걸린 고기가 좀 크거나 무거울 때 갑판 위로 끌어올리기 위한 뜰채도 만들어 쓰는 데, 굵은 스테인리스 철사 줄로 둥그렇게 원을 만들어 주어, 그 가운데로 얼기설기 엮은 그물망을 씌워준 것을, 수면까지 내려 주고 들어 올릴 수 있게 히빙 라인(주*1) 줄을 묶어 놓은 것이다.


그물망도 고기를 잡는 진짜의 그물이 아닌 일반 비닐 끈으로 엮어준 것인데 그물눈이 마침 학꽁치가 끼워지면 빠듯한 정도의 크기였다.


낮에 한두 마리의 큰 고기들이 심심찮게 낚시를 물어서, 그 뜰채를 사용하여 끌어올리기도 몇 번 했지만, 사용이 뜸해지자 낚시터 한 구석에 그대로 놓아두었다.


사실 대부분의 낚시질 좋아하는 사람들의 면모를 보면 한창 올라올 때는 열광하고 신이나서 온갖 작업도 두말없이 솔선수범을 하지만, 일단 낚시가 안 되면 시들해진 분위기로 지금껏 사용하던 모든 기구들을 그대로 방치하고 자리를 떠나는 경향이 있다.

오늘도 그렇게 오후의 저녁 시간을 보내며 밤을 맞이하게 되었다.


야간의 낚시를 위해 선창 내부의 하역 작업에 도움을 주려고 밝히는 카고 라이트(하역 등)의 예비 등 중 몇 개를 미리 후부 데크 아래로 내려놔 밝혀주고 있었는데, 그 불빛을 보고 가까이 다가온 학꽁치 떼를 발견하면서, 금세 잡을 방법을 찾지 못하고 바쁜 마음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장난 삼아 옆에 방치되어 있던 뜰채를 집어 물 위로 내려 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 뜰채를 내려 고기떼 가운데로 넣어 건져 보려는 듯 움직일 때, 마침 돌고래가 몇 마리 나타나서 휘젓는 바람에 학꽁치 떼가 피할 곳을 찾아 도망치다가 그 엉성한 뜰채의 그물코에 머리를 쑤셔 박듯이 숨어들어 꼼짝 안 하는 모습을 보였다.


얼른 잡아당기어 갑판으로 끌어올리니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흥겨워하며 한바탕 박장대소가 일어난다.

잠시 후 얼른 준비한 공갈 낚시를 풀어주며 정식의 낚시로 유인해 보지만, 돌고래 때문인지 잘 물지를 않아 할 수 없이 뜰채를 내리며, 돌고래까지 걸려들지 않을까? 가망성 없는 상상을 보태며 몇 번 더 학꽁치 거두기에 열을 올렸다.


돌고래는 뜰채 옆을 슬슬 맴 놀다가 우리를 도와주듯이 한 번씩 학꽁치 떼에 덮쳤고 그때마다 기겁을 한 학꽁치가 피하여 도망가다 걸리는 걸 반복하니 우리는 계속 넣었다 건졌다만을 반복하는 데, 한 번에 두, 세 마리 정도 잡아 올리던 반복이 어느새 공치는 횟수가 많아졌다.


돌고래 떼가 우리의 낚시를 도운 셈도 되지만, 궁극적으론 돌고래의 출현이란 오늘 밤 더 이상의 낚시는 어려울 것이란 의미도 내포한 것이므로, 이젠 뜰채마저 무서워하게 된 학꽁치들의 철수까지 겹치면서, 어장은 자동적으로 폐쇄되는 형편이 된 것이다.


어쨌든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그런 현장을 너무나 쉽게 만들어 보이는 이곳 바다가 우리네 바다와는 대조적으로 비교되며 부러운 마음마저 들게 한다.


밤이 깊어가며 받아 본 기상도에서, 전형적인 겨울철 호주의 기압배치로 인해 지금 태즈메이니아 해에는 저기압의 덩어리가 뭉쳐서 동진을 하며 동반한 전선대가 위로 육지까지 뻗치어 그 부근에 강한 바람을 이끌어 내어 곳에 따라 강풍경보가 내려지고 있다.


닻을 내리고 있는 뉴캐슬의 외항에도 그 여파인지 바람이 좀 불긴 하나 아직까지는 겁내거나 힘든 정도는 아니다. 단지 바람 때문에 선수가 파도와 직각으로 서지 못하게 되어 한 번씩 흔들어 주는 롤링이 피곤함을 재촉하기 시작한다.

뉴캐슬해도.JPG 뉴캐슬항 접근해도

주*1 히빙 라인 : 선박이 부두에 접안할 처음에, 육상의 줄잡이 팀에게 던져주는 가는 줄의 라인. 이 끝에 계류 삭을 묶어 육상으로 보내면, 육상에선 히빙라인에 묶여 끌려 온 계류삭을 비트에 걸어주고, 그 후 본선에서 윈치를 이용하여 계류 삭을 당겨 길이를 조정하며 배를 부두에 접안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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