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일이라도 보는 눈높이에 따라서는
어제 점심식사 시간에 식사는 이미 끝났으나 그 자리를 떠나지 않은 채 계속 이야기를 나누던 중 선내 수리를 위한 의견이 개진되었다.
본선 수리 담당의 총책임자이기도 한 기관장이 이번 광양 기항 시 수리를 의뢰하려는 주기의 무거운 실린더 시트를 양륙 시키기 위해서는 본선의 프로비전(PROVISION) 크레인을 사용해야 하는데 현재의 크레인 상태로는 자신의 S.W.L(SAFETY WORKING LOAD, 안전 사용 하중)인 6 톤도 견디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라는 말이 나왔다.
따라서 현재 녹이 많이 나서 위험해 보이는 부분들을 청락 작업을 실시하여 약하거나 나빠진 부분을 먼저 파악하여 프로비전 크레인도 수리 신청서를 내어 놓자는 말도 나왔다.
마침 그런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었을 때, 일 항사는 새벽 당직의 피곤으로 잠을 좀 더 자느라고 참여하지 않아서 그 의견에 대하여 어떤 이론(異論)이나 자세한 이야기는 나누지 못한 상태였다.
따라서 입항하기 전에 갑판부를 동원하여 프로비전 크레인에 대한 청락 작업 및 정비를 우선 시행해야 할 것으로 참석자들 간의 묵시적인 양해가 이뤄진 분위기로 이야기는 끝났었다.
오늘 아침 TBM시간에 그런 사항을 이야기하며 불참했던 일항사의 의견을 물었는데, 그의 생각은 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현재의 크레인 상태는 발청이 심한 문제이기보다는 트레블링 롤러(TRAVELINGROLLER) 및 움직여지는 작동부위가 고착되어 원활하게 동작하지 못하는 점과 와이어를 감아 들이는 드럼을 90도 돌려서 변환시킨 자세로 부착하여 사용하는 때문에, 와이어가 드럼에 감길 때, 한쪽으로 편향되어 감기는 현상이 오히려 큰 일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이미 몇 년 전부터는 무거운 물건을 다룰 때는 육상 크레인을 사용하여 내리고 싣고 하는 일을 해왔다 고 이야기하며, 당장 녹을 떨어내는 일은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한다.
이번 뉴캐슬 기항 시 주부식을 선적 키 위해 그 크레인을 쓰고 있었을 때였다.
크레인에 전기를 공급해주는 전선줄을 크레인 모터의 움직임에 같이 따라다니게 하려고 비슷한 길이로 묶어 도르래를 달아 걸어 주는 LEADING WIRE가 있는데, 너무 오랫동안 기름질 없이 사용만 하여 삭아 있던 상태라서 갑자기 끊어지니 그곳에 접혀서 걸쳐있던 전선줄이 우르르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었다.
갑자기 머리 위로 떨어지는 전선줄로 인해 모두 놀래기는 했어도, 밑에 있던 사람들 중 다친 사람은 없어 다행이었다.
그런 상태로 봐서 본선 크레인의 S.W.L은 이미 공염불이 된 것이고 그보다 훨씬 가벼운 물건들이나 들고 내리게 하는 일에만 투입하며 행여나 말썽 부릴까 애지중지 신줏단지 모시듯 조심하는 물건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오늘 점심 식사 때,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다시 꺼내어 일항사의 의견을 들은 후, 이번 실린더의 하륙에는 육상 크레인을 꼭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 달라는 연락을 하기로 결정되었다.